우리 집 앞동산에는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때 늦은 복지학 공부를 하며 드보라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엊그제 다운 받아 본 영화중에 2차 대전에 참전한 독일 병사가 소련군에 포로가 된 후 시베리아의 강제 수용소에서 유형생활을 하던 중 탈출하여 10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엮은 '마지막 한걸음까지' 클레멘스포렐의 실화를 보았습니다.

시베리아에서 이란까지 도망치는 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경유하여 촌락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는 장면에서 더욱 드보라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도 움집을 짓고 양털 가죽 옷에 양젖이나 마시고 사는 건 아닐까도 생각했습니다.

코엘료 소설을 읽으며 중앙아시아 고원지대의 바람을 맞으며 양탄자를 짜는 에스테르의 신비스러운 정신세계를 읽으며 또 드보라 생각을 하였습니다. 배꽃의 향기를 맡으면서도 댓잎에 가린 달빛 같은 미소의 여인 드보라를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좀체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당찬 모습이었긴 했어도, 그리도 용감무쌍하게 단신으로 떠나고 만 드보라를 생각했습니다.

23세에 목회 일선에 나서 60세에 이르도록 이제는 모든 사람이 다 떠났지만 그래도 우주가 둥근 것처럼 나의 흐려진 기억 속에는 간간이 스크랩된 몇 가지 선명한 영상들이 남아 우주 쇼를 하고는 합니다. 그래서 즐겁습니다.

많이 기억해 내고 많이 웃고 많이 그리워하렵니다. 지나온 세월 모두를 합치면 아마도 천 여 명쯤은 되려나요. 쇼에 등장하는 사람이 그 중 우리 드보라를 으뜸으로 꼽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코미디 기가 충만한 동기가 20년 후의 드보라가 노벨 평화상을 받을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냥 지나치는 말은 아닙니다.

기쁨과 힘의 원천이 어디서 올까 생각하며 하나님께서 마구 부어주시도록 우리 드보라가 절대로 인간적인 연약함에 빠지지 않도록 그리고 날마다 주시는 생수로 시원함을 누리도록 , 충분히 먹고 쉬면서 내 몸을 아껴야 남도 돌 볼 여력이 생기는 것이지요. 체력보강은 필 수입니다.

그 고원의 습한 먼지바람이 피부를 두껍게 갈라놓을 텐데 충분히 유분을 발라 고운 손 고운 얼굴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하고 석회석이 많은 물이므로 치아 관리도 그렇고 생수를 마시는 것 조심해야 할 테고.

정수기는 있다는 건지. 드보라의 생활을 눈으로 그려 봅니다. 언제 우즈베키스탄 가는 길이 있다면 직접 가보고 싶어요. 먹고 싶은 것 10가지만 적어 보내요.

직함을 생략함으로써 우리 드보라님의 고군분투하시는 사역의 그 귀중함에 대한 존경하는 마음에 흠이 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며 다만 이 글방은 나의 사적 내면을 담고 있으므로 내키는 대로 부르고 말하고 싶은데 그 점 양해해 주실는지. 아니면?

난 참으로 소나기성의 접근을 좋아하므로 혹자에게 오해를 받기도 한답니다. 흐흐흐. 실은 대화의 상대가 아무리 자식이라도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질리지 않아요.

드보라에 대하여 그간 유기하며 방치한 것 아닌가 할 만큼 마음과는 달리 나는 임에게 글을 쓰지 않으므로 소홀했던 점 마음 깊이 사과합니다.

이제 얽매인 곳이 없으니 나의 사고는 막힘이 없어졌고 면역체계를 세워주시고 함인지 몇 주간 식욕을 절제 시키시는 분이 있습니다. 덕분에 이제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이리도 맑습니다. 이제까지 중간고사 8과목 중 4과목 응시를 마쳤습니다. 주관식으로 쓰는 과목은 역시 본인의 주관에 관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4과목이 아직 남았으나 이제 머리도 식힐 겸 집 앞 등산로엘 다녀와야겠습니다.

우주는 무한입니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으매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씀이 세상 끝까지 이르도다. 하나님이 해를 위하여 하늘에 장막을 베푸셨도다'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기 위하여 창공을 보렵니다. 만개한 꽃 속에 흐르는 생명을 보렵니다. 솟아나는 참평안의 물줄기를 흐르게 하겠습니다.

하나님의 현존이 나의 볼을 스쳐 가십니다. 나를 꽃구름 속에 올리시고 솜 털 같은 날개로 부채질을 하십니다. 환희와 형용 못할 기름 부으심이 나를 우주 저 편까지 올리시려 하시는가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신비한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