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7일은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40년 되는 날이다. 서울에서 부산을 잇는 428km 구간. 한 해 3억 3천만대의 자동차가 오가는 국가 대동맥이 됐다. 놀라운 일이다. 착공을 1968년 2월 1일에 했거든. 불과 2년 5개월 만에 완공된 것이다. 429억7300만 원의 건설비도 놀랍다. 1km당 약 1억 원을 쓴 것 아닌가. 요즘 당시의 화폐가치와 물가 상승률을 비교한다하더라도 적은 비용을 투입해 단시간 내 만든 고속도로임이 분명하다. 현재 고속도로 건설비는 km당 340억 원이 소요된다.

경부고속도로가 우리 경제 발전의 견인차가 됐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서울~부산 간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단축시키며 경제 대도약의 시대를 열었다는 논리이다. 실제 경부고속도로는 남북을 가로지르는 국가대동맥으로서 ‘물류 혁명’을 이끌기도 했다. 주행시간과 물류비용의 획기적인 감소는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주었고, 전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기틀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언론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하나의 신화로 띄운다. 문제는 무수히 많았던 이견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이 무시하고 추진한 것마저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당시 반대 논리는 무엇이었을까. 대통령이 일축하고 밀어 붙어도 될 만큼 터무니없는 것이었을까. 훗날 대통령이 된 김영삼, 김대중 두 지도자도 맹렬히 문제제기했다고 하던데. 반대 저지의 강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고 하던데.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 경제형편이 어려운데 시급하게 추진할 일인가”

공사비 430억, 이건 1967년 국가 예산의 23.6%를 차지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였다. 당시 1인당 국민총소득은 겨우 142 달러였고. 춘궁기에 굶어죽는 사람이 발생할 정도로 양곡량이 부족하던 시기였던 것이다. 이런 판국에 고속도로라니. "쌀도 모자라는데 웬 고속도로냐" "국가 재정이 파탄 날 것이다" 이런 반대론이 줄을 이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핵심은 이게 아니다.

“횡단이 아닌 종단 고속도로가 더 필요하다”

당시 야당이 내세운 논리 중에 하나는 “남북보다는 동서 간 고속도로 신설이 더 필요하다” 이거였다. 1968년 2월 22일, 당시 김대중 신민당 의원은 “과거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대륙에 진출하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을 잇는 철도와 도로를 만드는데 역점을 뒀다. 그런데 우리마저 남북 종단을 위한 찻길을 만들 이유가 있는가. 따라서 지금 경부선 철로가 있어서 어느 정도 인프라가 갖춰진 서울 부산 라인 대신 동서간 도로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했다.

“빨대 효과로 농촌 공동화를 부를 수 있다”

한편 지방을 모두 빨아들이는 서울 집중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반대 논리 가운데 하나였다.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지방 가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거꾸로 지방에서 서울오기도 좋아졌다. 정치, 행정, 대기업, 교육, 의료, 금융 이런 대부분의 중추관리기능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 새로 난 길이 ‘빨대효과(straw effect)’에 의해 인구와 경제력의 수도권 이동을 오히려 부추기는 데 한 몫을 했다. 이런 사례는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고 난 다음, 서울의 큰 병원과 쇼핑센터에 지방 손님들이 몰리고 있는 현상에서도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부동산 과열 현상도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심화됐다. 1965년의 서울 양재동 주변은 온통 논밭이었다. 마을도 하나밖에 없었다. 교통편이 얼마나 불편했는지 당시 동작동 국립묘지까지 버스를 이용하고 말죽거리까지는 걸어가야 했었다. 그러다가 이듬해부터 ‘말죽거리에 땅을 사면 떼돈을 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한국의 모든 ‘돈’이 말죽거리로 몰려들었다.

당시 양재동 땅값 어느 정도였을까. 평당 200 원 안팎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제3한강교 즉 한남대교와 이듬해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평당 5000~6000 원으로 폭등했다. 지금은 어떨까? 양재역 주변의 땅값은 평당 500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40년 만에 땅값이 무려 16만 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이거 개발정보를 사전에 알아낸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나중에 강남 땅 부자가 됐던 사람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은행도 철도·도로 시설이 거의 없는 강원도를 연결하는 동·서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만약 야당 등 반대파 요구대로 남북 종단 경부고속도로를 뒤로 미뤘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러니까 서울 강릉, 또 광주 포항 간 고속도로 건설을 경부고속도로보다 앞서 추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수도권에서 강원도의 발전이 뒤쳐지지 않고, 영남과 호남의 공업지대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지역 격차가 불거지지 않는 균형 발전이 차근차근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 부산이나 영남권이 역차별당해서 경제 발전이 지척되지 않았을까 하는 시각도 있다. 관련해서 교양역사서 ＜타르타르스테이크와 동동구리무＞를 펴낸 정창수 박사는 “부산은 부산대로 지리상 발전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해상교통이 발달하고 해안지역의 전반적 개발이 있었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역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있음으로 해서 경상도권이 빈사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앞서 ‘빨대 효과’ 이야기를 했지만, 지방으로 난 길이 지방의 인재와 자원을 수도권으로 빨아들이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일방적 추진은 박정희 대통령의 ‘닥치고 경부고속도로 건설’ 모형에 매우 근접하다. ‘나중에 짓고 보면 그때가선 박수 칠 것이다’ 이러며 설레발 떠는 수구언론도 적지 않다. 이성적, 합리적, 논리적 접근이 아쉽다. 하긴 이들은 4대강 사업 자체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 참고 자료

<한겨레21> 2010. 4. 16 자(806호)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늦춰졌다면
<Weekly경향> 2010. 2. 9 자(862호) 경부고속도로 반대 ‘일리 있는 논리’
<서울신문> 2010. 5. 31 자 부동산 투기 분수령 말죽거리
<조선일보> 2010. 7. 6 YS·DJ도 반대… 대부분 언론 비판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