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가 짜증스러운 것은 무더운 날씨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끝없는 분쟁과 갈등이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합니다.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따라 확실하게 국가를 이끌어가지 못하는 정부나 현 정부의 실패를 통하여 정권을 되찾으려는 세력들의 막무가내식의 반대로 인한 혼란이나 마치 점령군처럼 행동하는 지방권력자들의 횡포나 교육마저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이끌어가는 위험천만한 교육담당자들의 서투른 행보가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400억 달러(47조원)라는 엄청난 원전수주로 경제적 회생의 기회를 잡고 G20 의장국으로 5차 정상회의 주최국이 되어 세계의 중심이 되는 듯한 기대로 시작한 2010년의 반을 지난 우리의 정치나 경제 그리고 사회 상황들이 우리 앞에 잔뜩 안개를 드리우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요즘 정치 현실이나 경제 상황 때문에 실망하고 낙심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역사상 정치가 희망을 주고 경제가 우리를 살린 기억은 없습니다. 정치는 언제나 불안했고 경제는 언제나 힘들었습니다. 끊임없는 갈등으로 점철된 것이 우리나라 정치사(政治史)였고, 세계가 놀랄 경제적 성장가도를 달릴 때도 우리는 마치 다국적 기업이 우리경제를 송두리째 잡아먹는 줄 알고 염려했으며, 임금착취니 노동자 인권유린이니 하는 문제로 숨 막히는 갈등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국가의 대동맥을 만든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는 동안 정부가 나라를 온통 망치는 것처럼 갈등과 불안에 떨었고 올림픽으로 세계의 일원이 되는 동안에도 그것이 3S정책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독재자들의 정치기만이라는 고단수의 정치지도자들의 오도된 여론을 믿고 불안에 떨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좋아 그 불안을 조장했던 분들이 다시 권력의 중심에 서고 궤를 같이 하는 분들이 다시 지방권력을 장악했으니 한동안 우리는 황당한 갈등과 가치관의 혼란을 격어야 할 것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그들의 언론이나 세력들이 가장 반기독교적이라고 하니 교회도 한동안 여러 가지 인간적 불이익을 감수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황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우리는 국민이 대통령을 함부로 욕할 수 있는 이런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리고,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부를 누리며 남을 돕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우리의 불안한 현실을 그냥 그렇게 우리 국민들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잠잠히 기다릴 뿐입니다. 염려하지 맙시다. 그냥 그렇게 현실을 수용합시다.

다만 우리는 이 나라를 위해, 그리고 한국교회를 위해,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 세우기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사회에 완강하게 버티고 선 현실이라는 벽이 없어지기를 위해 기도할 것이 아니라 그 벽을 뛰어 넘을 힘을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이 제거되기를 위해 기도하기보다 그 장애물을 극복할 힘을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역사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은 이런 시대적 난관을 통하여 우리를 더 든든히 세우시고 계심을 믿는 믿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언젠가 정신을 차려 보면 우리가 얼마나 큰 은혜를 받고 하나님이 얼마나 우리를 세워주셨는가를 알게 될 날이 오고 있음을 믿고 기도하자는 것입니다. 사도바울이 숙명처럼 그를 괴롭히는 육체의 가시가 제거되기를 기도했을 때 하나님은 “네 은혜가 네게 족하다라”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그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고 이미 받은 은혜로 그 가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응답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우리의 이 어려운 현실을 이미 우리가 받은 은혜와 믿음으로 능히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답답한 현실을 제거하지 않으시고 우리가 극복할 수 있도록 기다리십니다. 하나님은 그 자녀들에게 감당 못할 시련은 주시지 않습니다(고전10:13). 문제는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현실을 바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믿음의 눈으로 역사를 볼 수 있어야 하고 그리고 역사의 주인이신 주님 앞에 더 깊이 무릎 꿇어야 합니다. 현실을 보고 불안해하지 말고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며 기도해야 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