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부지역에 지뢰 비상이 걸렸다. 북한에서 떠내려 온 나무상자 지뢰 즉 목함지뢰가 30여 개나 발견되었고 사상자까지 나왔다. 또 다른 목함지뢰 30발이 강화도 인근 섬지역에서도 발견됐다. 상당수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상태였는데, 얼마나 더 있을지, 또 어디까지 흘러갔을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폭우에 유실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의 고의성은 없다는 이야기이다.

휴가지를 찾은 피서객들, 등골이 서늘하다. 그래서 군이 군사분계선 전역에 지뢰탐색 전문요원 900여 명을 투입해 실시한 수색작업을 당분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목함지뢰는 압력을 가하거나, 줄을 건드리거나, 뚜껑을 열면 터지는 대인살상용이다. 가벼워서 물에 잘 떠다니는데다 나무필통처럼 생겨 겉보기에 전혀 폭발물 같지 않다. 그러나 주워서 열어보는 순간 목숨을 잃는다.

"동료들이 지뢰를 밟은 사람 바로 뒤에 깊고 큰 구덩이를 판다. 그리고 지뢰 밟은 사람의 몸을 굵은 끈으로 묶어서 마치 어릴 때 실로 이빨을 뽑듯 획 잡아당겨 구덩이에 빠뜨린다." 이게 지뢰를 건드렸을 때 만에 하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지뢰는 옛날 것이다. 요즘 대부분 지뢰는 밟았다 발을 떼면 폭발하는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M16A1 지뢰는 1m 정도 솟아올라 터지는 도약형 대인지뢰이다. 이건 구덩이 팔 새도 없이 모두 황천길로 직행이다.

이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지뢰는 2m로 솟구친다. 이건 어떤 종류의 지뢰는 밟는 순간 공중으로 2m 이상 솟구친 다음 폭발해 반경 10m 주변의 모든 사람을 죽인다. 그런가 하면 밟는 사람의 발목만 자르는 ‘발목지뢰’도 있다. 왜 전신 상처를 안 입히고 특정 부위만 건드리느냐. 일단 살아있는 셈이 되기에 상대편은 상처 입은 장병을 부상자로 취급된다. 그리고 후송한다. 이 과정에서 지뢰를 놓은 쪽은 공격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상당히 악질적이지 않나? 이것 말고도 금속탐지기에 잡히지 않는 플라스틱 지뢰도 치명적이다. 녹슬지 않아 영구적인 데다 가볍기까지 해 비가 오면 멀리 떠내려가는 ‘흉물’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표독하고 잔인한 무기가 지뢰. 이 지뢰의 원조를 두고 로마냐 명나라냐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로마군이 기원전 52년 갈리아 지역 전투에서 처음 선보인 ‘릴리아’와 ‘스티물리’가 아무래도 최초가 아니겠는가 하는 분석이 있다. 이는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깔때기 모양의 함정을 파고 그 안에 끝을 뾰족하게 깎은 통나무를 설치한 릴리아. 그리고 갈고리를 단 에스(S)자형 바늘을 통나무에 박아놓은 뒤 바늘을 건드리면 지면 위로 튀어나오도록 해 병사들이 찔리면 살점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스티물리. 어떤가. 살벌하다는 표현 말고 형언할 말이 있을까.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세계 60여 개국에 약 1억1000만 개의 지뢰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반도에도 아직 100만개 이상의 지뢰가 묻혀있어 그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사람이 끊이질 않고 있다. 1996년 비인도적 무기금지 및 제한조약 회의에서 23개국이 지뢰 생산과 사용, 판매 금지를 선언했지만 북한이 이런 원칙에 따랐을까. 의문이다. 물론 현재 지뢰 제조 및 수출의 최대 강국은 다른 나라이다. 이탈리아인 것이다. 지뢰와 부비트랩 전문 제조회사로 악명 높은 발셀라 메카노테크니카는 1998년부터 2년간 이라크에만 900만개의 지뢰를 팔아 1억8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러다보니 반인륜적인 지뢰에 반대하는 운동이 범지구적으로 활발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참여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고, 1997년에는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지뢰금지국제캠페인’이 대표적 단체다. 이 단체는 하루에 6000여개의 지뢰가 새로 매설되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각성과 참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 지뢰는 매설보다 제거하는 데 더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간다. 국제시장에서 15∼30달러에 거래되는 대인지뢰 한 발을 제거하는 비용은 최소 300∼1000달러란다.

지뢰 제거가 설치보다 훨씬 어려운데, 이걸 해체할 뾰족한 방법은 아직 못 찾고 있다. 지뢰 탐색 및 제거 작업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1000개의 지뢰를 제거하는 데 전문가 1명씩이 희생된다는 통계도 있다. 몇 년 전 벨기에 과학자들은 아프리카 주머니쥐를 지뢰탐지에 활용하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전자센서 등을 활용해 냄새로 지뢰를 찾는 ‘전자코’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의 한 연구소는 꿀벌의 등에 벌의 위치와 대기 중 폭발성분 유무를 검사하는 특수 장치를 부착해 지뢰밭을 찾는 실험을 하고 있다. 폭약성분을 먹으면 빛을 내는 특수 박테리아를 이용한 지뢰탐지 시스템, 로봇 지뢰탐지견(犬)도 추진 중이다.

수년 전에는 군이 민통선 인근 토지를 농민에게 제공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뢰 제거의 책임을 민에게 떠 안 긴 것이다. 지뢰에 대한 공포를 떠안는 대신 땅 준다, 이런 얘기였다. 2002년 이야기긴 하지만 지뢰에 관한한 군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 인용 자료

한겨레 2010년 8월 2일자 “[유레카] 지뢰 / 김종구”
한국일보 2010년 8월 2일자 “[지평선/8월 2일] 땅속의 악마, 지뢰”
동아일보 2002년 11월 13일자 “[횡설수설] 송문홍/지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