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성능이 좋은 자동차라도 길이 막히면 달릴 수가 없고 아무리 길이 좋아도 자동차 성능이 좋지 않으면 빨리 달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청년들이 봉사하고 있는 경북 봉화 분천중앙교회를 방문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휴가철이라 길이 막힐 것을 염려하여 넉넉하게 시간을 잡은 것입니다. 정체가 가장 심할 것으로 생각했던 서울 근교의 교통은 의외로 순조로웠지만 염려는 영동고속도로를 들어서면서 현실화 되었습니다. 경부선 쪽에서 들어서는 자동차들과 중부고속도로에서 들어가는 차들이 합류하는 영동고속도로 입구부터 주춤거리든 자동차는 여주 휴게소 부근에 이르러서는 혼란에 가까운 정체로 제자리걸음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부고속도를 그렇게 신나게 달리던 성능 좋은 고급자동차들이나 헐떡거리며 숨 가쁘게 쫓아가든 고물자동차나 길이 막히니 성능도 마찬가지 형편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길이 좋아도 고물자동차는 잘 달릴 수가 없고 아무리 고급자동차도 길이 막히니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나는 할 수없이 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다시 국도를 이용하는 등 길에 대한 지식을 동원하여 비교적 순조롭게 봉화까지 달려갈 수 있었고 너무 달라진 도로 환경으로 조금은 당황하기는 했지만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그래도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폭염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청년들과 봉사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댓가는커녕 도리어 회비를 내고 봉사하면서도 기쁨이 넘치는 봉사자들을 만나면서 애써 달려간 보람과 기쁨을 나누었고 산간 오지에서 최선을 다하는 교회 지도자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길이 좋아도 성능 좋지 않은 자동차로는 잘 달릴 수 없습니다. 또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길이 막히면 달릴 수 없습니다. 그건 우리 인생길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살기가 좋아도, 열려진 사회 균등하게 기회가 주어진 사회일지라도 각자의 능력이 부족하면 성공적인 인생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확 트인 인생길에 마음껏 질주할 수 있는 사회에서도 능력이 없으면 처지고, 뒤떨어지고, 주저앉게 됩니다. 체력이 약한 사람이 강인한 체력을 가진 사람에게 뒤떨어지고, 무식하고 미련한 사람이 높은 지식과 깊은 지혜를 가진 사람을 따라갈 수 없고, 각박하고 메마른 심령으로는 풍성한 영성으로 거룩한 삶을 누리는 분들을 좇아갈 수 없습니다.

남을 탓하고 시대나 환경과 여건을 탓하면서 자기부족을 만회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열려진 사회로 나아가는 우리시대에는 더욱 더 자신을 온전한 능력자로 세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길입니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강한 체력과 높은 지성과 깊은 지혜와 수준 높은 영성의 사람이라도 막힌 사회, 걸림돌이 많은 세상에서는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없고 능력이 도리어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외눈박이 동네에서는 두 눈을 가진 사람이 도리어 병신 취급을 받는다는 우화처럼 넘치는 능력 때문에 도리어 힘들고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건 우리나라나 우리사회 그리고 교회에도 똑같습니다. 대통령이 나라를 잘 이끌어 가도록, 지도자가 공동체를 잘 이끌어 가도록, 교사가 제자들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걸림돌을 제거해 주어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아무리 유능한 지도자라도 끌어내리고, 비난하고, 무조건 반대하고, 다리를 걸고,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고, 곳곳에 걸림돌을 놓고, 지뢰를 숨겨놓으면 속수무책이 됩니다. 그리고 지도자의 무력은 지도자만 넘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그리고 결국 자신을 무너뜨립니다.

물론 지도자는 그 모든 난관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하지만 지도자가 지뢰 치우고, 걸림돌 제거하고, 길 닦는 일로 주춤거리고 기회를 낭비하게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지도자가 당당하게 달려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이 자신을 위해 지혜롭고 유익한 일입니다. 지도자는 자신을 온전한 능력자로 세워서 공동체를 이끌고 열린 길을 힘 있게 질주 할 수 있어야 하고 공동체는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좋은 길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차, 좋은 길, 능력있는 지도자와 열려있는 공동체를 기대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