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후 12:9-10)

오랫동안 힘들었던 수련 과정을 잘 마치고 오늘 목사로 임직하는 여러분들에게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능력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며 축하를 드립니다. 저는 목사가 된지 내년이면 40년이 되어 갑니다. 그런 입장에서 여러분들을 보니 군대말로 ‘새카맣게’ 보이면서 고생문이 훤해 보입니다. 우리가 목회하던 시절에 비하면 여러분이 처한 목회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목회하던 시대는 경제적으로는 빈궁했던 시절이지만, 한국교회가 성장발전 하던 시대였기에 나름대로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적으로는 풍요하지만, 한국교회가 좀체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목회자들로 하여금 언제나 압박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목회시절은 순종의 미덕을 가진 교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목회자의 허물이 조금만 나타나도 교인들이 거칠게 비판하는 목회환경입니다.

이런 어려운 목회환경에서 목회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목회는 능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람들을 전도하여 영적으로 구원하는 일, 성숙하도록 양육하는 일, 세상에 파송하여 빛과 소금의 삶을 살도록 하는 일은 인간의 어떠한 힘이나 수완, 어떠한 인격적인 감화나 교육으로 안 됩니다. 오직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으로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반드시 능력 있는 목회자 되어야 합니다.

어떻게 능력 있는 목회자가 될 수 있습니까? 오늘 본문에서 보면 바울이 하나님으로부터 들은 음성은 “내 능력은 약한데서 온전하여 짐이라”입니다. 하나님의 능력은 자신은 연약하다고 고백하는 목회자에게 임하신다는 고백입니다. 때로 목회자들 중에서 보기가 못 마땅한 분은 자기의 것을 너무 과시하는 자입니다. 자기의 학벌, 제법 큰 교회, 맡고 있는 노회나 총회에서 힘 있는 자리를 내세우며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입니다.

반대로 외적인 조건 때문에 자기를 너무나 비하시키는 목회자도 보기가 싫습니다. 쩍하면 “나는 지방신학교 출신이니까.” “교회가 적다고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가?”라고 말하는 이를 만나면 너무나 피곤합니다. 외적 조건 때문에 거만한 자나 열패감에 매여 있는 자나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자의식이 너무 살아 있습니다. 예수님은 마16:24에서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을 따르는 자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자기를 부인하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를 보십시오. 그는 자랑할 것이 너무 많은 사람입니다. 그는 종교적으로 바리새인 중의 바리새인이요, 가마리엘 문하생으로 최고 학부를 나온 사람이요, 당시에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로마 시민권을 소지한 상류 사회 사람이었습니다. 단연 탁월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녹아진 뒤부터 어떤 자세를 가졌습니까? 지금까지 최고로 여기던 모든 것들, 율법의 의로움이나 높은 학벌, 문벌이나 로마시민권을 다 배설물처럼 버렸습니다. 그것도 부족하여 날마다 자기를 죽인다고 고백할 정도였습니다. 우리 목회자들은 평신도들보다 주님을 가장 앞장서서 따르는 자가 아닙니까? 그러면 누구보다 먼저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십자가에서 못 박아야 할 세상 조건들 때문에 거들먹거리거나 쉽게 열등감에 빠진다는 것은 기본도 안 된 사역자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 한국교인이 국민의 5분지 1이라고 하면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못함으로 이 사회가 점점 부도덕한 사회로 침잠되고 있습니까? 기독교의 기본마저 안 된 목회자나 교회 지도자들이 판을 치기 때문입니다. 아닙니다. 나의 자아는 죽고 주님만 높이어야 합니다.

그 때에 주님은 우리에게 강하게 임재하시면서 능력을 베풀어 주시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아무리 실력이 있더라도 교만한 자보다는 약한 자들을 들어 쓰기를 기뻐하십니다. 바울은 고전1:26에서 “형제들아 너희를 부르심을 보라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한 자가 많지 아니하며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아니하도다”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복음이 들어올 때도 양반이라고 갓을 높이 쓰고 큰 소리를 치던 경상도 지역부터가 아니라, 당시 상놈 취급을 받던 평안도 지역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세상의 것들로 자신을 과시하거나 교만한 자들을 별로 쓰기를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가진 자들, 배운 자들, 고명한 인격자들을 하나님이 쓰시지 않으십니까?

결코 아닙니다. 성경에 보면 모세나 바울도 쓰시고 부자 삭개오나 아리마대 요셉도 쓰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있는 자, 가진 자, 능한 자, 높은 자를 쓰실 때 철저히 약한 자처럼 낮추어서 쓰신다는 점을 성경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모세가 애굽 궁중에서 최고의 학문과 무예를 익힌 능력만 믿고 이스라엘 지도자로 나서려고 할 때는 하나님이 허락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40년 동안 광야에서 철저히 낮추심으로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라고 자탄할 정도로 무력하게 만드신 다음에야 강권적으로 들어 쓰셨습니다. 최고 학부 출신이요, 율법적으로 완전한 자요, 국제적으로 로마 시민권을 소지할 정도로 탁월한 인물인 바울은 어떻게 사도로 쓰셨습니까? 아라비아 사막에서 13년 동안 낮추시고 난치병의 고통으로 연약한 자가 된 다음 사용하셨습니다.

다윗을 죽음의 광야에서 끝없이 쫓기면서 철저히 낮추신 후에야 하나님이 강하게 사용하셨으며, 엘리야도 까마귀나 사렙다 과부를 통해서 먹고 살게 만드심으로 하나님만 의지하게 만드신 후 큰 사역의 중심인물로 만드셨던 것입니다. 다른 예를 들 필요가 무엇입니까? 약한 자를 들어 강하게 쓰신다는 사실은 예수님을 통해서 가장 분명해지는 것이 아닙니까? 사53장 2-3절에서 예수님은 가장 약한 자의 모습으로 오실 것을 예언하고 있습니다.

“그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줄기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의 보기에 흠모할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 그는 멸시를 받아서 사람에게 싫어 버린바 되었으며 간고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를 아는 자라 마치 사람들에게 얼굴을 가리우고 보지 않음을 받는 자 같아서 멸시를 당하였고 우리도 그를 귀히 여기지 아니 하였도다”

예수님은 마20:26-27에서 말씀하시기를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현대에서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남을 밝고서라도 높은 자리, 힘 있는 자리에 앉아야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 겸손하게 남을 섬기려는 자들은 병신이나 종 취급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말씀은 현대인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역사상 예수님과 알렉산더는 비슷한 면이 많았습니다. 지중해 부근 출신이고 33세 청년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두 생애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알렉산더는 왕국에서 태어났고，예수님은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알렉산더는 왕자로 태어났고，예수님은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셨습니다. 알렉산더는 왕좌에서 고귀한 왕으로 죽었으며，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조롱받는 왕으로 죽으셨습니다.

알렉산더의 일생은 위대한 성공으로 보이고，예수님의 일생은 실패처럼 보입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알렉산더는 역사상 슈퍼 스타였습니다. 그에 비해 예수님은 군중들로부터 조롱과 멸시를 받으면서 갈보리에서 수치스럽게 죽은 낙오자처럼 보이셨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증거 하는 평가는 너무나 판이합니다. 알렉산더는 자신의 명예를 유지하기 위해 수십만 명의 피를 흘렸지만，예수님은 전 인류를 위해서 자신의 피를 흘리셨습니다.

알렉산더는 모든 인간을 노예로 만들었지만，예수님은 모든 인간에게 자유를 주셨습니다. 알렉산더가 점령했던 그 광대한 땅은 다 빼앗겼지만，예수님은 지금도 세계를 그의 사랑으로 점령해 가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들이 추구해야 할 목회는 예수님을 닮아가는 목회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 안에서 자아를 못 박고 오직 자기는 연약한 자임을 고백하며 섬김의 삶을 사는 자를 부활의 능력으로 강하게 들어 쓰시는 것입니다.

죠지 휫필드 목사님은 명설교가로 유명한 분인데 그의 설교로 7만 명이 구주를 영접했습니다. 1740년 이후 휫필드가 미국 교회에 끼친 영향은 1735년 제1차 대각성운동을 능가하는 제2차 대각성운동이었습니다. 그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일곱 차례 방문하였으며 34년간 18,000회 이상의 설교를 했다는 사실에서도 주님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이 확인됩니다.

그런데 그는 과거에는 영국 어떤 술집에서 점원 노릇하며 욕쟁이로 유명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설교역사상 명설교가로 기록될 수 있었습니까? 그 비결은 날마다 엎드려 “하나님, 저는 과거 술집에서 죄만 짓던 질그릇 같던 비천한 종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주님을 모신 그릇이오니 강하게 역사 하옵소서.”라면서 주님을 주인으로 고백하고 철저히 낮아지는 삶을 산데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일생 선교한 영국 선교사 윌리암 케리는 수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는 동상을 세우고 높은 추앙을 받을만한 위대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죽은 후에 그의 묘비는 그의 소원대로 썼습니다. 그 내용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감동적입니다. 비석에는 <윌리암 케리, 1761년 생. 죄 많고 약하고 능력 없는 벌레인 나는 주님의 긍휼하신 은혜를 기대하고 잠드나이다.>라고 새겨 있습니다.

그렇게 자기의 약함을 고백하고 주님만 높이는 윌리암 케리를 하나님은 강하게 쓰심으로 인도 선교의 아버지로 만들어 주셨던 것입니다. 오늘 목사로 임직하는 후배 여러분이여, 하나님 앞에 쓰임 받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모든 것, 식구와 가문, 학식과 재기를 하나님께 등기 이전에 해 버리고 주의 사역을 전념하십시오. 그러면 하나님은 여러분의 모든 것을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도구로 마음껏 활용하신다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모세가 광야 40년 동안 깨지고 깨지는 동안 완전 무력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그가 오직 의지하고 있는 지팡이 뿐인 것 같습니다. 그 때 하나님은 호렙산 불꽃 가운데 부르셨습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모세야,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지팡이입니다.” “그것을 땅에 던지라” 지팡이를 땅에 던지니 뱀이 되어 꿈틀거립니다. 지금까지 자기가 마지막으로 믿고 의지하고 있던 지팡이가 알고 보니 뱀이었습니다. 모세는 겁이 나서 피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하나님은 그 뱀의 꼬리를 잡으라고 명하십니다. 잡으니 다시 지팡이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옛날의 목동의 지팡이가 아니고 능력의 지팡이가 되었습니다. 그 지팡이를 높이 들 때에 홍해바다가 갈라지고 반석에서 샘이 터지고 막강한 아말렉의 군대들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역사가 나타났습니다. 모세가 주님을 위해서 포기한 모든 것을 하나님은 활용하셔서 능력의 도구로 사용하셨습니다.

바울은 자기를 철저히 부인하고 자기의 율법의 의와 철학 지식, 헬라어와 라틴어 실력, 로마시민권을 배설물처럼 버렸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의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재생하신 후에 하나님 나아의 확장의 큰 도구로 사용하심으로 이방 선교의 문을 활짝 여는 선구자가 되게 하셨고 많은 성경을 기록하게 하셨습니다. 심지어 로마 시민권도 선교를 위한 도구로 쓰임 받게 하셨습니다.

베드로는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 모든 배와 어부의 능력을 버렸습니다. 그 때에 주님은 베드로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드셔서 초대교회의 수장으로 만드셨습니다. 여러분이 무슨 학벌이나 실력, 배경이나 재주가 있든지 바울처럼, 세상의 모든 자랑은 배설물처럼 버리고 오직 주님의 능력만 의지하고 주님만 자랑하는 삶을 살아 보십시오. 그 때에 여러분이 주님을 위해 포기했던 모든 것을 강하게 재생하셔서 능력 있는 목회자가 되게 하실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역사 속에 나타난 대조적인 두 인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슈바이쳐와 까뮈입니다. 그들 모두는 노벨상 수상자입니다. 슈바이쳐는 박사학위만도 다섯 개나 되는 사람인데도 아프리카 람바레네에 가서 흑인 나병환자를 치료해 주며 그의 일생을 바친 사람입니다. 그가 그 좋은 명망과 유복한 자리를 주님을 위해 버리고 아프리카에 들어갈 때 모든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노벨상 상금까지도 아프리카에 가지고 가서 일생동안 섬김과 나눔의 삶을 살므로 ‘20세기 태양’이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까뮈는 노벨상 상금으로 한적한 도시 근교에다가 멋있는 별장을 짓는 등, 자기 욕망만 위해 사용했습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성공자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신나게 승용차를 타고 별장으로 질주하다가 전주를 들이받고 즉사함으로 비극적인 생애로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목사로 임직하는 후배 여러분들이여, 목사임직은 한 계급 특진하는 예식이 아니라 하나님이 한 단계 더 큰 책임을 맡기시는 중차대한 예식인 줄 아시고 더욱 더 자신을 낮추고 오직 주님만 높이는 자세로 사역하기로 결단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직 그러한 자세로 사역에 임한다면 여러분이 섬기는 사역지마다 하나님의 능력의 열매가 풍성하게 될 줄 믿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0.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