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주신 교회는 본래 하나의 교회입니다(God’s given unity). 하나님께서 주신 주님의 교회가 왜 하나를 유지하지 못하고 여럿으로 나누어졌을까요? 그것은 인간의 한계성과 죄악성 때문입니다. 인간의 불완전성과 한계성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 하나님의 진리를 깨닫는 일이나 하나님의 뜻을 파악하는 일에 있어서 부족함이 나타난 현상입니다.

칼 바르트에 의하면 교회의 분열은 머리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지 않고 다른 음성을 듣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교회가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복종하고 그리스도의 말씀만 따르면 교회가 나누어질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인간의 죄악성이 교만과 탐욕과 불순종과 불일치로 나타나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찢어 놓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일치라는 말은 제도나 교리나 예배의식 등 모든 것을 획일화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지리적 문화적 차이 때문에 다양한 색깔로 나타나는 겉옷은 그대로 인정하면서 같은 주님을 모시고 같은 성령 하나님의 인도를 받으며, 같은 복음 위에 굳게 서 있는 본질이 통일한 하나의 교회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죄악성 때문에 교회가 분열되는 경우를 보면 교권 싸움이나 교리 싸움 등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경우에 분열을 획책하고 주도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교회의 머리되신 주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사탄의 음성을 들으며 탐욕의 종이 되어 주님의 몸을 무자비하게 찢는 죄악을 범하게 되었습니다. 2000년 기독교 역사를 되돌아보면, AD 1054년 처음으로 동서교회가 분열된 것은 헬라어 사용 문화권인 동방교회와 라틴어 사용 문화권인 서방교회 간의 문화적이고 지리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내용으로는 동방교회 콘스탄티노플 감독과 서방교회 로마 감독 간의 교권 다툼이 원인이었습니다. 종교개혁으로 말미암아 가톨릭교회로 부터 프로테스탄트(개신교회) 교회가 파생된 것은 교회를 참 교회되게 하려는 운동이었고 교회의 머리되신 그리스도의 말씀에 순종하여 교회를 살리는 운동이었기 때문에 인간의 죄성 때문에 분열시킨 것은 아닙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생명까지 희생하면서 교회를 참 교회되게 하려고 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가능하면 교회 안에서 교회를 교회되게 하시는 성령 하나님께 복종하면서 교회를 나누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개혁자들은 환난과 핍박을 받으면서 불의한 다수 세력과 투쟁하다가 이기지 못하고 추방당한 피해자들이기에, 이들에게 교회 분열의 죄를 적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회 분열의 죄의 면책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하나님의 보편적 진리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참 교회를 위해서 자기를 철저히 희생한 사실이 역사와 모든 교회에 의해서 검증된 경우에만 가능할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2000년 기독교 역사 가운데에서 교회 분열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항간에 진리를 위해서 투쟁한다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어떤 명분을 앞세우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별히 한국교회의 분열은 분명히 교권주의자들이나 타락한 지도자들의 편견과 오만과 탐욕과 비신앙적 요인 때문에 일어난 범죄 행위였습니다.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해결 방법 몇 가지를 제안하겠습니다.

첫째, 교회 분열을 주동했던 인사들의 죄책 고백과 함께 모든 교회가 회개하고 머리되신 그리스도께 복종하면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모든 교회와 교단은 삼위일체 되신 하나님께 대한 신앙고백을 함께 하면서도 아주 중요하지 않은 신조에 몇 가지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서로 용납하고, 상호 인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합니다. 부분적으로 조금 다른 것이 있으면 전체를 부정하고 정죄하는 일을 삼 가야할 것입니다.

셋째, 건전하고 정상적인 교회가 열린 신앙으로 상호 교류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공동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해 나가며 동질성 회복을 강화해 나가야만 할 것입니다.

넷째, 한국 개신교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서 한국교회협의회(KNCC)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기총)가 협의기구를 만들어 하나의 개신교회를 지향하고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해 나가야만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측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상호 존중하면서 공동사업을 많이 하면서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세계교회와의 협력과 국내 선교와 남북교회 협력과 환경운동, 사이비이단 대책, 사회봉사, 대정부 관계 등을 탄력성 있게 때로는 공동으로, 때로는 역할 분담으로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선교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하나의 교회 모습을 세상에 보이게 될 것입니다 .

끝으로 한국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과 비본질적인 요소들을 개혁(Reform)하고 그리스도인의 삶을 새롭게 하는 갱신(Renewal)과 영적인 대 각성을 위한 부흥(Revival)의 역사를 일으키면서, “다양성 속에서의 일치(unity in diversity)라는 개신 교회의 장점을 살려 나가야만 할 것입니다.

/ 덕수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