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도 시골교회 사역을 마치고 처음 홍익교회 부임한 당시는 금요일은 으례이 서울 근교(近郊)에 있는 산으로 기도하러 다녔다. 오직 영력증진과 교회성장을 위한 것이었다. 도봉산, 남한산성, 청계산, 삼각산 등으로 다녔는데 주로 많이 다닌 산이 삼각산이었다. 지금의 명문예식장 앞에서 당시 60번 버스를 타고 세검정에서 내려서 터덜터덜 걸어서 삼각산까지 올라가 기도하고는 했다.

그 때는 산에 가면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새 힘을 얻고는 했다. 후에는 교회 봉고나 승용차를 이용하여 편안하게 다닐 수가 있었고, 나중에는 텐트까지 마련해서 겨울에도 가서 기도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는 자연보호라는 미명하에 삼각산을 철조망으로 막아버리고 요금을 내고 들어가게 만들기도 하고 큰 소리로 기도하는 것이나 텐트를 치는 것을 막기 시작했다.

그것도 장로인 김영삼 대통령일 때 더 심해져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기도하던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삼각산에서 온 밤을 새워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음으로 이 나라가 전쟁으로부터 보호되고 한국교회가 성장되고 나라가 부강해진 것이 아닌가? 그런데 장로 대통령이 장려는 못할망정 방해하다니’라는 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그렇지 않은가? 여름밤이면 수백 명의 성도들이 모기에 뜯기면서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던 처소를 철조망으로 막았다는 것은 얼마나 큰 손실인가? 더욱이나 군사 독재자들도 막지 않던 일을 장로 대통령 때 막았다면 하나님이 노하실 일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그 대통령의 초기 때부터 하늘과 땅, 바다에서 무수한 대형사건이 터진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번번이 금요일마다 교회 운전기사로 하여금 차로 실어다 주고 실어 오게 하는 것이 미안해서 점점 산에 가서 기도하는 것을 등한히 하고 교회 안에서 강대상이나 교회 4층 남선교회실에서 대신 기도하게 되었다. 그러나 산에서 기도하는 맛이 나지 않아 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산에서 기도할 때는 주변에서 울부짖으며 기도하는 분들이 많아서 자연적으로 소리 높여 기도할 수 있는 뜨거운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99년 노회장을 맡은 뒤에는 사방팔방으로 다닐 일이 많아지게 되어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되었다. 그 때에 운전학원에 다니면서 하나님께 ‘주님, 면허를 따면 예전처럼 금요일마다 산으로 기도하러 다니겠습니다.“라는 약속의 기도를 드리었다. 하나님이 그 기도를 들으시고 젊은이들에 비해 순발력(瞬發力)이 대단히 떨어진 50대 후반 나이지만, 다섯 번에 걸친 모든 시험마다 한 번도 낙방하지 않고 단번에 합격을 시켜주셨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므로 금요일마다 산으로 다시 기도하러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두 번 삼각산에 갔으나 여전히 철조망으로 막은 것이 보기가 싫어서 하남시 부근에 있는 산곡기도원이나 양수리 수양관으로 가기 시작했다. 금요일 아침 10시 반경 출발해서 김밥과 사이다 한 병을 사서 싣고 강변도로를 달려서 기도원에 가면 40분 정도 걸린다.

그 곳에는 온 산이 기도할 곳이다.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 텐트를 치고 앉아 있으면 별장이 부럽지 않은 기분이 든다. 금요일의 기도는 주로 주일날 설교할 본문을 붙들고 기도하는 것이다. 한 구절 한 구절 읽어가며 깊이 기도하고 명상하고, 혹은 주석(註釋)을 참조하면서 기도하다가 떠오르는 좋은 말씀들을 중심으로 초안을 만든 것이 주로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주일날 설교할 때 영력을 달라는 것과 교인들이 은혜 받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러므로 금요일은 영육 간에 은혜 받고 쉬기도 하는 날이다. 나무로 우거진 숲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고 명상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하나님이 내게 은혜를 허락하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기도원에서 서너 시간 있다가 승용차를 몰고 돌아오는 마음은 마치 개선장군 같은 기분이 든다. 진작 운전면허를 따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지금도 은퇴하고 나서 가장 그리운 시간은 바로 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