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은 세계인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지난 2008년 2월초 한 리서치 전문기관에서 직장인 1372명을 대상으로 한 신년계획 실천에 관한 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40.7%가 한달도 안 돼 새해 결심을 어겼다고 답했고, 그 시점을 평균하니 '11.1일'이었다. 새해 결심의 유효기간이 열흘을 겨우 넘긴 셈. 하루만에 포기선언을 한 경우도 9.3%나 됐고 '작심삼일'은 9.1%였다. 이유는 업무에 시달리고(37.2%) 귀찮아서(30.4%)였다. 직장생활의 핑계와 게으른 자기 자신의 탓이었다.

새해 결심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이 ‘금연’이다. 금연 목표, 얼마나 실천될까. 통계를 보니 좌절이 대다수이다. 성인의 절반에 가까운 흡연자 중 30%가 새해 첫날 금연을 결심했다가 8%만 성공하고 22%는 도중 포기한다니 그럴 만도 하다.

혼자만의 결심으로는 어렵다보니 신년이 되면 '결심 도우미'상품들도 쏟아진다. 해마다 연말 연초면 2000억 원대의 금연 보조제 시장이 형성돼 호황을 누린다. 집에서 쉽게 운동할 수 있는 저가의 운동기구들도 많다. '올 여름엔 나도 복근자랑'이라는 식의 타이틀을 걸고 네티즌들의 결심을 북돋우기도 한다. 담뱃재를 털 때마다 기침하는 재떨이, 돌아다니며 울리는 알람시계, 횟수를 알려주는 줄넘기도 있다. 새해 결심을 담은 메일을 주기적으로 발송해 주는 쇼핑몰도 생겼다. 미국이나 뉴질랜드에서는 모처럼의 결심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조언해주는 ‘생활코치’가 인기 직종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원래 작심삼일은 사흘을 두고 생각한 끝에 비로소 마음을 결정했다는 신중함을 의미했다. 그러나 고려말기 정치적인 혼란 속에서 법령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빗댄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과 어우러지면서, 결심이 흐지부지되는 부정적인 의미로 변했다.

작심삼일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처방이 있다. 왜 실천이 안 되는지 그 이유부터 짚어보자. 작심한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을 때 대부분 자신의 의지 나약을 탓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심리학 전문가 조나 레허가 '작심삼일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인지능력 한계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뇌가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어 일상적 정보 처리만으로도 버거운 터에 새해 결심처럼 복잡한 정보를 계속 관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컴퓨터 메모리 용량이 적으면 화면에 여러 개의 창을 띄워 놓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일본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이시우라 쇼이치(石浦章一) 교수처럼 뇌 구조의 문제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그렇다면 뇌 구조를 바꾸는 처방이 필요하겠지? 30일간의 지속적인 반복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쁜 습관을 바꾸거나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달, 즉 작심30일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연의 경우 담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뇌 구조를 만드는 데 30일이 걸린다. 금연에 성공하려면 최소한 한 달은 참고 버텨야 한다는 얘기다.

한 달만 지키면 습관 자체가 바뀐다는 이야기일까. 그렇다. 그러나 이것도 말하기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의지를 지켜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시우라 교수는 뇌 구조 변화를 쉽게 하기 위해 '자기 포상'을 권한다. 구체적 수치로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자신을 칭찬하는 등의 보상을 하라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칭찬은 자기신뢰와 자기 만족감을 형성해 나쁜 습관을 바꾸고 좋은 습관을 키워가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지가 박약한 사람은 여전히 꿈같은 이야기이다. <습관-나를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책의 저자 김경모 씨는 "사람들이 나쁜 습관인 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이유는 책임을 지기 싫어하기 때문이다"며 "변화에 대한 바람이 부족하고, 훈련이 부족하고, 신념이 부족하며 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그는 무사안일주의나 게으름이나 나태함, 무지 같은 요소들이 나쁜 습관을 없애는 것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습관은 무의식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당장 없애기는 어렵다는 것. 그는 "나쁜 습관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좋은 습관을 고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비만인 사람이 육식을 좋아한다면, 의식적으로 육식을 덜 먹고 채식을 먹음으로써 습관을 바꾸는 방식이다. 나쁜 습관은 일시에 없앨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습관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담배를 끊겠다고 한다면, 의지에 기대지 말고, 담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취미를 개발하라는 것이다. 이 역시 말하기는 참 쉽다.

일찍이 카뮈가 이런 말을 했다. “그렇게 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할 수 없다. 공자는 “어리석은 자는 핑계를 찾지만 현명한 자는 방법을 찾는다.”라고 설파했다. ‘아프리카의 성자’ 슈바이처 박사는 21살 때 30살까지는 학문과 예술을 위해 공부에 매진하고 그 후에는 남을 위해 바치겠다고 결심한 뒤 한평생 이를 실천했다. 인내의 결핍을 상징하는 ‘작심삼일’이 숙명적인 불치병은 아니라는 얘기다. 미시적인 계획이 어렵다면, 거시적인 계획을 세움이 어떨까? 성취감이 뒤따르지 않는 의지는 살리기도 지키기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