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모임에 나가면 자신을 소개하는데 많은 직함과 유명한 이의 이름을 대는 이들이 있다. 알아달라는 것이겠지.

왜 꼭, 그것도 널리 유명해져야 할까? 그냥 있는 그 자리에서 충실하고,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나 유명해지면 안 되는가?

유명해지는 것이 무슨 사명인가? 널리 이름이 알려져 사람들이 가는 곳마다 알아보는 것이 내가 이 땅에 태어난 목적인가? 무명하면 안 되나?

유명해지기 위한 노력이 충실해지기 위한 노력만큼만 되어도 그 땅은 복될 것이다. 도리어 자기에게 줄로 재어준 구역, 거기에서 유명해지자.

어릴 적부터 나는 종종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곤 했다. 어려운 일을 당했는데, 엉뚱한 곳에서 무명의 고수(高手)를 만나 큰 도움을 얻는 생각.

우연히 길을 가다가 누구를 만났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 사람이 대단한 사람! 그 때 갖게 되는 큰 기쁨.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얻는 희열!

너무 알려진 사람들, 그들을 만나 봐야 별로 기대할 게 없다. 그러나 별 기대 없이 만났는데 그 대화와 만남이 얼마나 행복한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

떡갈나무 숲 속에 졸졸 흐르는 아무도 모르는 샘물이길래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지요. 나 혼자 마시곤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는 이 기쁨이여!

김동환 시, 임원식 곡의 ‘아무도 모르라고’란 가곡이다. 언젠가 고백했듯이 이런 목회, 이런 목회자가 되고프다. 그저 아는 사람들이나 기뻐할 수 있는 목회.

그러다, 피곤한 이들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우리 교회에 들려 함께 예배를 드리다가 우와 이런 교회가 있었네! 이런 목사님도 계셨네! 하는 그런 목회를 하고플 뿐이다.

나는 우리 집 사람에게 유명하고, 나는 우리 집 아이들에게 유명하고 나는 우리 교우들에게 유명하다. 아, 내 친구들에게도 유명하다. 이거면 된 것 아닌가!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