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년 간 공개되지 않고 있는 코카콜라의 제조법이 한 인터넷에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1초마다 만여명이 찾는다는 코카콜라. 전 세계적으로 일인당 연평균 2438㎖의 콜라를 마신다는 통계도 있다. 콜라 1ℓ에 3ℓ의 물이 필요하다고 하지? 세계적인 물장사가 아닐 수 없다. 규모면에서 보더라도 브랜드 가치도 세계 1위이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653억 달러, 당시 돈으로 약 65조 원이었다.

‘99%의 설탕물과 사소한 나머지 것들’이라는 코카콜라측의 설명과는 달리 1%의 비밀이 코카콜라를 지탱해온 생명력이다. 이 1%의 비밀은 값어치로까지 환산됐다. 2006년 당시 무려 675억 달러였다. 1886년 미국 애틀랜타의 약사 존 스티스 펨버튼(John Stith Pemberton)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이 레시피. 1993년 80년에 걸친 과학자들의 시도 끝에 코카콜라의 비밀이라고 일컬어지는 ‘머천다이즈 7X’ 줄여서 ‘7X'의 성분 비율이 밝혀졌지만 코카콜라측은 성분배합의 순서가 핵심비밀이라며 신비주의 마케팅 기법을 고수하고 있다.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이 처음에는 7명인가 그랬는데 지금은 크게 줄었다. 코카콜라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모두 7명이었으나 5명은 사망하고 현재 생존자는 2명뿐이다. 성분배합 공식은 비밀금고에 보관돼 있으며 이사회의 결의가 있어야 열람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열람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인도 대법원이 알아내려고 했다가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06년,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며 주(州)정부들이 판매를 잇달아 금지한 일이 있었다. 일부 주의 경우 판매는 물론 생산까지 전면 금지했다. 이런 와중에 인도 대법원이 극비인 제조 성분을 공개할 것을 명령했다. 10억 인구의 인도 시장을 포기할 거냐, 675억 달러 어치의 비밀을 포기할 거냐. 코카콜라, 머리를 굴리다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이번에 공개됐다는 이른바 ‘코카콜라 레시피’ 어떻게 공개됐고, 어떤 물질이 함유됐을까. 미국 애틀란타의 지역신문의 1979년 2월18일자 사진을 미국의 한 라디오방송이 소개했다. ‘이 사진, 잘 보면 사진 속 메모에 코카콜라 제조 성분과 함유량을 보여주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코카 유동엑스(fluid extract) 3모금과 구연산 3온스, 카페인 1온스, 단위는 분명치 않은데 설탕 30, 물 약 9.5L, 라임 주스 2파인트 1/4, 바닐라 1온스, 캐러멜 1.5온스이다. 마지막으로 비밀 성분으로 알려진 ‘7X’도 1%도 포함돼 있다.

신빙성이 있을까. 지난 1993년 작가 마크 펜더그래스트가 코카콜라의 본래 제조법을 포함한 콜라산업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에 소개된 성분과 함유량이 사진에 나오는 내용과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하지만 코카콜라 측은 펜더그래스트가 밝힌 제조법은 자신들이 이용하는 것과 같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비밀 마케팅이 기업으로서는 신비주의 전략의 유용한 도구이다. 세계적인 도넛 브랜드 크리스피 크림 도넛같은 경우 70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처음 도넛을 생산한 때가 1937년인데 그때 이후로 한 번도 맛을 바꾸지 않았으며, 그 비밀 레시피가 코카콜라처럼 본사의 금고 안에 원본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통하는 맥도날드의 빅맥 역시 쇠고기 91g, 빵 세 쪽, 양상추·양파·치즈·피클 약간, 거기다 비밀스런 특별 소스 적당량으로 전 세계적으로 하루 수백만 개씩 판다.

결국 어떤 물질을 쓰느냐 하는 점만이 아니라 배합량을 어느 정도 하느냐도 관건이다. 매스컴을 통해 유명해진 마복림 할머니, 신당동 떡볶이촌에서 유명하지? 한 고추장 광고에 나와서 “내 고추장의 비밀은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라고 해서 화제가 됐다. 지금 90세의 고령이라 마침내 며느리에게 비법을 알려줬다고 하는데, 둘째 며느리인 김선자 씨는 소스에 고춧가루·물엿·후춧가루·마늘·깨·복합조미료 등을 넣고, 물엿과 설탕의 양을 줄이는 대신 양파로 단 맛을 낸다고 한다. 하지만 그 황금 비율은 '일급비밀'이라고 한다.

담배역시 레시피가 있다. 담배 제조 과정은 잘게 잘려진 잎담배가 궐련지로 말려 필터가 없는 `막궐련`이 제조되고 필터부착기에서 필터가 연결되면 끝이다. 그러나 잎담배 성분을 배합하는 기술, 음식으로 치면 양념장 비율 배합 기술은 담배제조사인 KT&G의 최대 영업기밀이라고 한다. KT&G에서 생산하는 담배 제품은 70여 가지인데 각기 ‘맛’이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5000여명 직원 중에 이걸 알고 있는 인원은 10명 안팎.


비밀, 몰라도 되는 것일까. 제조사의 양심을 믿어도 되는 것일까. 하도 비밀리에 하다 보니 몸에 좋지 않은, 중독성이 있는 물질이 함유됐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한다. 따라서 배합량의 비밀은 유지하되, 사용 물질에 관한 정보는 빠짐없이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 이걸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지.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비단 물질적 기여만이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유에도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