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농민들의 한숨과 가축들의 울부짖음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병든 가축들을 생매장한 곳에서 침출수가 나와 하천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이제 마음놓고 물조차 마실 수 없는 쓰레기강산이 되었습니다. 정부가 늦게나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만, 정말 큰 일 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온이 오르면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이 돌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광양지역에서는 이런 일이 없어서 조용합니다만, 그렇다고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오늘의 세상에서 우리만 안전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축들을 생명으로 대하지 않고, 고깃덩어리로 본 우리의 죄의 결과입니다. 이제 당장 공장식 축산법을 그만 둬야 합니다. 가축들을 좁은 공간 안에 가둬놓고 고기와 알을 빼먹는 기계로 생각하는 것에서 돌이켜야 합니다. 가축들을 생명으로 인정하고 대접해 줘야 합니다. 모든 생명에게는 최소한의 권리가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 있듯이 가축으로서 살아야 할 최소한의 공간이 있습니다. 이것을 임계공간이라고 합니다. 이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생명은 건강하게 살 수 없습니다. 가축들에게도 이것을 보장해 줘야 합니다. 그래야 가축들이 건강하고, 인간도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참에 육식을 지향하는 식생활을 돌아봐야 합니다. 무분별하게 육식을 선호하는 식생활이 구제역과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주범입니다. 이런 식생활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어기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고기를 먹되 가려먹고 조심해 먹으라고 명령하셨습니다.(레위기11장) 우리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배 아파서가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위함이요,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오늘날 이 명령은 더욱 업그레이드해서 지켜야 합니다. 왜냐하면, 레위기 언약을 맺을 때보다 오늘의 현실이 훨씬 먹거리가 오염되었기 때문입니다. 제레미 리프킨이 쓴 “육식의 종말” 이라는 책을 보면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사료로 키운 육류의 과잉섭취로 인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심장병, 암, 당뇨병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육신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고기의 과잉섭취가 온갖 성인병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망치는 주범입니다. 육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식용 채소를 생산해야 할 땅에 가축사료용 식물을 재배하고, 또 식용으로 쓸 각종 채소를 가축용 사료로 사용하는 바람에 수백만 명의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기아선상에서 시달리고 있습니다. 식물의 생산성 측면에서도 육류 소비는 더불어 사는 세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새 봄이 되었습니다. 동산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하늘에는 종달새가 우지짖는 봄이 왔습니다. 아무쪼록 새 봄에는 온갖 생물들이 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면서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광양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