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 시대의 ‘교주’로까지 불리는 스티브 잡스 애플사 최고경영자. 며칠 전, 시한부 생명설을 깨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애플의 태블릿 PC인 아이패드2를 발표하는 자리에 말이다. 그리고 신제품의 장점을 한참 설명하고는 시장 석권을 자신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에 대해서 비판했다. “이 제품이 유통업체에는 200만대를 공급해 꽤 공격적이었는데 실제 소비자가 산 수량은 아주 적었다고 하더라”라고 강조한 것이다.

사실 ‘판매가 수월하다’는 말을 ‘판매가 적다’고 잘못 알아들은 해외 언론의 보도를 스티브잡스가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스티브잡스가 잘못된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출하량에 비해 판매량이 적다는 지적을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당장 국내만 보더라도 출하량은 50만대지만 개통량은 27만대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카피캣츠(copycats) 즉 흉내내는 이들은 가라” 이런 말도 했다. 물론 삼성을 직접 거명해 '카피캣츠다'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서 발언한 내용의 맥락과 연결지으면 대표적인 카피캣츠로 삼성전자를 지목한 것이나 다름없다. 카피캣츠는 흉내쟁이. 모방꾼이란 뜻이다. 이 말은 모방 범죄로도 쓰인다. 잡스의 독설은 이번만이 아니다. 삼성의 태블릿PC인 갤럭시탭과, 스마트폰인 옴니아2도 걸고 넘어졌다. 사실 미국 애플이 ‘i 시리즈’를 쏟아내면 어김없이 삼성전자가 대항마를 내놓았다. 애플이 스마트폰 아이폰 3GS를 내놓으니까 삼성은 같은 스마트폰 옴니아를 출시했다. 애플이 아이폰4이라는 업그레이드된 스마트폰을 내놓으니까 삼성은 갤럭시S로 맞섰다. 아이패드라는 태블릿PC에는 갤럭시탭이 대항마로 등장했다.

사실 시장에서 경쟁사가 존재하고, 또 경쟁상품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삼성의 제품이 너무 이른 시간만에 나온데다 하자도 많아 논란이 커지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의 경쟁상품으로 삼성이 갤럭시탭을 처음 출시하고 얼마 뒤였다. 사용자들 상당수는 “너무 성급하게 만들었다는 티가 난다. 버그와 오류가 너무 심하다”며 “갤럭시탭은 아이패드의 아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올 상반기에 며칠 전에 나온 애플의 아이패드2를 겨냥한 삼성전자의 갤럭시10.1이 나온다. 그런데 이것도 아이패드2도 비슷한 점이 많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운영체계, 배터리, 앱스토어를 사용하는 방식, 터치스크린 입력방식까지 똑같다는 것이다.

삼성의 추격에 스티브잡스가 꽤 신경쓰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스티브잡스가 다른 회사에 대해 견제하는 차원에서 일부러 독설을 내뱉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자신들을 추격하는 경쟁회사의 행보에 애플이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스티브잡스에게 독설을 들은 삼성전자는 "다른 회사의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경쟁업체의 CEO의 발언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이 내놓을 태블릿PC인 갤럭시10.1, 경쟁상품임 아이패드2와 뭔가 다른 점은 없을까. 갤럭시10.1은 왜 10.1이냐. 갤럭시의 첫번째 제품은 화면 크기가 7인치였다. 그런데 이번엔 10.1인치로 확대했다. 그래서 갤럭시 10.1이다. 아이패드2는 9.7인치. 더 크다. 하지만 이것도 ‘카피캣’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왜냐. 지난해 10월에 스티브잡스는 "7인치 태블릿PC는 (화면 크기가 너무 작아) 시장에 나오자마자 이미 사망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독설을 내뱉기도 했다. 그 말이 나오고 화면을 키웠으니 스티브잡스 말을 인정한 꼴이 된 것이다.

세계 1등을 지향하는 국내 기업이 흉내쟁이 소리를 듣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사실 현대차를 겨냥해서는 벤츠사가 쓴소리를 내뱉는다. 부사장이 한국 기자들 앞에서 “그만 따라하라”고 직격탄을 쏜 적도 있다. 포니(PONY) 이야기를 해 본다. 포니란 조랑말을 뜻한다. 한국의 고유 모델 1호 자동차라고 하지? 1976년 2월 출시됐다. 당시 국산화율은 90%. 핵심은 제외됐다. 엔진, 변속기, 후차축 제조는 일본 미쓰비시와 기술 용역 계약을 맺었다. 차형 설계는 이탈리아의 이탈디자인과 협력했다.

조랑말과 같은 종류인 말은 포드의 상징이다. 포드 머스탱의 상징 역시 말이다. 머스탱은 미국 자동차의 아이콘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베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건 문제되지 않았다. 세계 자동차 업계의 관심 밖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그만큼 신경쓰이는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뿐 아니다. 쏘나타는 아우디와 비슷하다는. 기아차 스포티지는 폴크스바겐 투아렉과 흡사하다는. 오피러스는 재규어 S타입, 벤츠 E클래스, 포드 링컨 타운카를 부분적으로 닮았다는 말이 있었다.

이제는 거꾸로 한국차를 베끼는 외국 기업도 많다. 혼다의 2008년형 뉴 어코드는 쏘나타를 베꼈다며 논란이 됐다. 디자인 베끼기 공방은 늘 세계 자동차 업계의 논란거리다. 2006년 11월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현대의 신형 산타페가 선보였는데 중국 황하이자동차가 상당히 유사한 ‘치성’이라는 자동차를 전시했다. 당시 중국 자동차업체의 티엔마자동차도 ‘천마영웅’(天馬英雄)이란 차량을 선보였는데, 이는 기아차의 ‘쏘렌토’를 그대로 베낀 것이었다. 티엔마 자동차측은 아주 쿨했다. ‘이 차는 한국의 쏘렌토를 본 딴 중국판 쏘렌토다. 한국류의 호방함과 심플함이 배어있다’며 자랑까지 했다. 속도 좋은 사람들이다.

이제는 정상 자리에 오른 우리 기술이라면, 행여 베낄 뜻이 없더라도 추종이 불가능한 독창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따지고 보면 아이패드2에는 삼성전자 부품이 꽤 들어간다. 지난해 판매 규모가 5조원이 넘는다. 현대차는 당당히 세계 5위다. 세계에서 16번째로 고유 모델을 생산하던 그때와 다르다. 디자인은 아니라도 미국 포드와 GM은 현대차의 마케팅을 베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한국 수출의 ‘아이콘’ 아니겠나? 글로벌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이때, 세심한 브랜드 또 제품 관리가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