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세상의 모든 것들은 절대적 가치를 가지지 않는 상대적 가치로 존재합니다. 바로 쓰면 선한 것이 되고 나쁘게 쓰면 악한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물건이든, 제도이든, 힘이든, 도구이든 모든 것의 가치는 그것을 쓰는 목적과 그것을 쓰는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누가 무엇을 위하여 쓰는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그러기에 소유든 힘이든 그것을 쓰는 사람이 옳아야 하고 옳은 사람이 힘을 가져야 합니다. 작금의 서울시 의회의 행태를 보면서 지방자치제라는 제도, 대의정치제도인 의회제도가 이렇게 패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더욱 그런 마음이 듭니다. 의회제도가 공동체의 공동선을 추구해 나가기 위하여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그것이 구성원들의 걸림돌이 되고 위협이 되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웃을 돕기에도 부족한 시 예산을 부잣집 아이들까지 밥을 먹여 주어야 한다고 트집을 잡아 시 행정에 제동을 걸고, 시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자당의 정치적 명분을 살리기 위하여 양화진 다리를 ‘S’자로 방치시켜 두고 있더니, 시민의 참정권을 막는 조례를 만들겠다고 해프닝을 벌이다가 안되니 이제는 상위법을 무시하고 무슨 유급보좌관제를 만들겠다고 난리를 피웁니다. 들려준 지팡이를 무서운 막대기로 사용하고 머슴 노릇하라고 뽑아 주었더니 주인 노릇을 하겠다고 덤벼드는 꼴입니다. 가장 좋은 민주적 제도로 인정받는 지방자치제가 자신들의 이권 챙기기 위한 수단이 되어 버린 듯 합니다.

사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그 제도를 운영하는 인간이 문제입니다. 이념(생각)이 잘못되면 인간이 잘못되고 인간이 잘못되면 순식간에 지팡이가 막대기가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힘은 좋은 것입니다. 힘이 없는(無力) 사람보다 힘이 있는(有力) 사람이 훨씬 좋습니다. 자신과 공동체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힘입니다. 무력(無力)한 사람보다 유력(有力)한 사람이 훨씬 유용(有用)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힘이 바로 쓰여진다는 조건을 전제할 때 그렇습니다. 힘이 통제력을 잃어버리고 힘을 가진 자가 이기적 욕심에 사로 잡혀 버리거나 균형 감각을 잃어버리고 그 가치관이 혼란이 생길 때 그 힘은 곧 바로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강한 힘은 사용되지 않는 힘입니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힘이지 칼을 빼버리면 이미 그것은 힘이 아닙니다. 제동장치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마구잡이로 밀고 나가는 통제되지 않는 힘은 몽둥이가 되고 흉기가 됩니다. 절대적 힘이 상대적 힘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입니다. 힘은 사용할 때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통제될 때 강해집니다. 힘이 있으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힘이 가장 강한 힘입니다. 힘이 가진 자의 이기적 욕심에 따라 쓰여질 때 그것이 곧 횡포가 됩니다. 무엇이든지 지혜로 해결하지 않고 힘으로 해결하려고 할 때 사람이 괴물이 되어 버립니다. 졸장부들이 힘을 가지면 위험한 이유가 바로 거기 있습니다. 자꾸 힘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힘의 통제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힘을 이기적 방법으로 사용해 버립니다. 힘을 가진 졸장부들의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이든지 힘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권위로 생각합니다. 양보와 배려, 절제와 자제를 패배나 비굴함으로 오해합니다. 그리고 미친 사람 몽둥이 휘두르듯이 힘을 휘둘러 그 폐해로 인해 자신과 공동체에게 밀려올 부작용은 감히 계산을 못합니다.

힘은 가질 능력보다 그 힘을 통제할 능력이 더 큰 능력입니다. 많은 경우 죄를 지을 능력은 있으나 회개할 능력이 없고 저지를 수 있는 능력은 있어도 수습할 능력이 없습니다. 어떤 공동체든 문제는 지도자들에게 있습니다. 정확한 판단, 신앙적 결단, 신앙고백적 행동이 지도자들이 가져야 할 소양입니다. 무슨 일, 어떤 경우에도 주어진 힘과 맡겨진 권한을 선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더욱 청지기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에게 힘을 맡긴 주권자의 의도에 따라 그 힘을 사용해야 합니다. 자신의 이(利)를 위해 힘을 사용할 때 그 힘은 몽둥이가 되고 주권자의 뜻을 따라 의(義)를 위해 사용될 때 그 힘은 지팡이가 됩니다. 지도자들이 지팡이를 몽둥이로 휘두르는 우를 범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