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誌 원고)

기자가 원고청탁서를 보내면서 ‘원로 목사가 된 후 목회 상 후회되는 점, 다시 목회 현장에 돌아간다면’라는 내용으로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은퇴하고 3년 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주제였다. 그러나 40년의 목회를 회고하면서 과연 필자가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가서 목회를 다시 시작한다면 어떤 목회 사역을 하고 싶을까 하는 점에 흥미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40년 목회를 돌아보면 ‘최선을 다했다.’라는 자긍심을 느끼는 부분도 많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좀 더 잘할 걸’라는 후회감을 느끼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필자는 1967년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광나루에 위치한 신학대학에 입학한 후 시골교회에서 교육전도사 일을 포함하여 7년을, 35세 나이에 홍익교회에 부임하여 33년 사역 등 40년 목회를 끝으로 66세 나이에 조기은퇴 했다. 종종 “아직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나이와 건강을 가지고 있음에도 왜 조기 은퇴를 하느냐?”라고 묻는 이들이 많다. 그 때마다 “한 교회에서 33년 동안 설교하니 더 이상 전할 말씀이 없고 일할 의욕도 없기 때문이다.”고 답한다. 농담에 가까운 말이지만, 사실 진심인 면도 적지 않다.

한 교회에서 30년 이상을 설교하는 것이나 대과 없이 목회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우리 시대의 목회자들은 안식년 따위는 감히 꿈꾸지도 못했기 때문에 30년 이상을 목회에 진력하다 보니 60살이 넘어서면서 탈진하다 싶이 되었기 때문이요, 교회발전을 위해서 유능한 후배에게 물려주고 목회 일선에서 벗어나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조기은퇴의 변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지금의 나이에 다시 목회를 하라면 절대 사양할 것이다. 다만 젊은 시절로 돌아가 다시 목회한다는 가정 하에는 과거에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면서 ‘이렇게 사역하고 싶다’는 점을 피력함으로 후배 목회자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싶다.

지금은 얼마나 목회하기 좋은 때인가? 필자의 초년 목회시절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버스도 하루 세 번 다니는 산골에서 였다. 전화도 마을 이장 댁 한 집 뿐이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교회가 주차장으로 인해 몸살을 앓을 정도로 차량으로 넘쳐나고 개인마다 휴대폰을 가지고 있고 컴퓨터로 온갖 재료를 찾아내는 시대가 됨으로 자료를 찾기 위해 온 서재를 뒤지는 수고를 덜게 되었다. 또한 영상기재들이 우수함으로 교인들에게 교육하기 얼마나 효과적인가? 만약 젊은 시절 이런 목회 환경이었다면 몇 배의 능력을 나타내지 않았을까? 

만약에 다시금 젊은 시절로 돌아가 목회를 다시 시작한다면 그동안 아쉬움으로 남았던 점을 보완하고 싶다. 우선, 훌륭한 담임목사 밑에서 4-5년이라도 부교역자 생활을 하고 싶다. 어쩌다 보니 교육전도사(2년) 시절 외에는 부교역자 경험이 전무하다. 목사안수를 받자마자 31세에 시골교회 담임목사가 되었고, 35세 나이에 홍익교회로 부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관계로 거의 필자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목회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기도하다가 떠오른 목회안을 그냥 밀어붙이어 운영함으로 교회 지도부나 교인들이 당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 목회 방법이 어느 때는 교회 발전에 큰 도움을 가져오는 경우도 많았지만, 어느 때는 시행착오을 일으킴으로 리더십에 심한 상처로 남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담임목사 밑에서 철저히 훈련 받았다면 필자의 목회는 훨씬 발전하고 성숙되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또한 가장 우선을 두고 싶은 것은 설교에 집중하고 싶다는 점이다. 지난 40년 목회동안도 설교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지만, 되돌아보면 설교에 대한 가장 아쉬운 점은 최종 마무리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금요일에는 기도원이나 외진 곳에 가서 기도하면서 본문을 깊이 묵상하면서 초안을 잡고 토요일이면 온종일 서재에 박혀 원고를 작성하는 일에 진력함으로 점수로 치면 B+에 해당되는 설교원고지만, 번번이 A+에 이르지 못한 것은 작성한 원고를 몇 번이나 읽으면서 충분히 숙지 못한 채 설교단에 오르고는 했다는 점이다. 필자의 약점은 청탁받은 원고를 작성한 후에 다시 점검하기를 싫어하는 게으름이다. 설교원고도 마찬가지이다.

하루 종일 작성하노라 진력한 후에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팽개쳐 두었다가 한번 쯤 읽고 강단에 오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몇 번이나 읽으면서 충분히 원고를 숙지하고 설교했다면 원고에 매이지 않은 채 감동적인 설교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하게 된다. 아울러 아무리 명설교문을 작성하고 철저히 원고를 숙지했다고 할지라도 성령께서 역사하지 않으신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다시 목회 자리로 돌아간다면 ‘담임목사를 위한 기도실’을 만들어서 더욱 깊은 기도의 단계에 진입하고 싶다.

또한 저서를 10여권 출간했지만, 두 세권 외에는 소장가치가 별로 없다는 것이 스스로의 평가이다. 이는 나름대로 전공이 뚜렷치 않다는 결과 때문이 아니겠는가? 특별히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에 대해서 많은 글을 쓸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젊은 날에 무리해서라도 ‘기독교윤리’나 ‘한국교회사’를 본격적으로 전공했을 것을 하는 후회가 아픔으로 남아 있다. 또 하나 아쉬움은 장기목회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결여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상하게도 필자의 40대 목회 기간인 1980년대에는 ‘기독교 종말론’에 대한 책들이 엄청나게 출간되고 있었다. 필자는 교회 성장을 위해 기도나 성령에 대한 책들을 열심히 읽는 동시에 틈틈이 읽은 책들이 성경에 입각한 종말에 대한 저서들이었다.

그 책들에 깊이 매료된 이유가 성경을 막연히 풀이한 내용들이 아니라 시대의 상황, 특히 이스라엘 역사와 현 상황들을 성경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종말 사상에 깊이 빠져들면서 막연히 1990년대에 지구상에 종말이 올지 모른다는 강박의식이 필자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런 의식이 장기목회에 대한 계획들을 소홀하게 만들므로, 교회당을 효율적으로 건축하는 일에도 등한히 했을 뿐 아니라, 청소년들이나 교인들을 사회와 세계를 향한 인재로 양육하기 위해 좀 더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훈련시키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너무나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교회학교 출신들이 교계나 사회를 위해서 제법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홍익교회 부임한 후 10여 년 동안은 중고등부 수련회나 청년부 수련회에 참석하여 함께 숙식하며 교육이나 친교, 상담을 담당했지만, 후에는 증가하는 장년교우에 매임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만약에 은퇴할 때까지 인재양육을 위해서 교육과 재정투자에 힘썼다면 상당한 인재들이 교계와 사회 속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므로 이제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간다면 내일 종말이 온다고 할지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정신으로 젊은 교인들이나 청소년들에게 깊은 관심과 배려와 아울러 많은 예산을 투자할 것이다. 더 나가서는 선교 뿐 아니라 사회를 위한 봉사에도 더욱 매진함으로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을 나타내는 성숙한 교회, 성숙한 교인들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