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욱 목사의 성추행을 비판한 블로거에게 교회가 ‘입막음용 소송’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 <한겨레>는 지난 16일 출고한 기사에서 삼일교회가 지난해 불거진 전병욱 전 담임목사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폭로를 해온 교인을 상대로 2억6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여 공익제보자의 ‘입막음 소송’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비슷한 문제제기를 해온 교인들이 교회에서 따돌림을 당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증언까지 나와 대형교회가 자기 반성없이 애꿎은 교인들만 희생자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소개했다.

실제 이 교회 신자 지 모 씨는 전병욱 목사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교인들을 차례로 만난 뒤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내용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는 성폭행 수준이었다며, 이러한 내용을 숨기거나 방치한 교회 간부들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해왔다. 지 모 씨는 이 일로 삼일교회 쪽으로부터 지난 2월 2억6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다고 밝혔다.

지 모 씨에게 소송을 건 삼일교회는 ‘입막음 소송’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을 맡고 있는 정범성 변호사는 <한겨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씨에게 인터넷 상에 올린 글을 삭제해달라고 수차례 부탁했으나 지씨가 받아들이지 않아 소송을 걸게 되었고 2억6000만원 소송은 상징적인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 삼일교회 신자들 증언에 따르면 교회가 전병욱 목사 성추행 사건 이후 자기반성보다는 목사 보호와 사건 문제덮기에만 급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피해자를 이단교회가 보낸 ‘꽃뱀’으로 지칭하거나 전병욱 목사를 ‘다윗’에 비유하면서 옹호해왔다는 것이다.

삼일교회의 또 다른 신자 이정원(가명) 씨는 지 모 씨처럼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관련한 이야기를 교회 내에 옮기자 지난 해 12월 “교회에 그만 나와달라”는 얘기를 듣고 교회를 떠나기도 했다고 한다. 이정원 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삼일교회가 문제제기 하는 교인들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원 씨는 “성추행 사건을 언급한 뒤 따돌림을 당해 교회를 스스로 떠난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겨레>는 지난해 실제 성추행 피해자와 전병욱 목사 사이 오고간 대화 내용과 피해자 증언을 확인해본 결과,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전병욱 목사는 안마를 받는 수준의 성추행이 아닌 성폭행 수준의 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한 30대 여성 신자에게는 성행위를 억지로 강요했을 뿐 아니라 비슷한 피해를 당한 신자들도 다수 있다고 피해자는 증언했다는 것이다. 또 전병욱 목사는 언론사의 취재를 막으려고 피해자를 장기간 설득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피해자들은 현재 삼일교회를 떠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를 당한 지 모 씨는 “목사가 신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알려지면 교회는 피해자를 꽃뱀으로 만들고 목사만 보호하는 게 교계의 관습”이라며 “삼일교회마저 이를 답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탄식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삼일교회 쪽은 “전병욱 목사가 다시 삼일교회에 돌아올 일은 없고, 피해자가 ‘꽃뱀’으로 비유된 것은 일부 신자들의 행동일 뿐 교회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해명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