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5월 7일자 보도에서 십자가에 달려 숨진 김 모 씨가 '단독 자살'을 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이 "김 모 씨가 혼자 자살 시나리오를 짜고 준비를 했더라도 실행 과정은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타살’을 짐작케 하는 세 가지 정황을 제시했다.

첫번째 정황으로 김 모 씨의 시신이 발견된 십자가의 구조상 스스로 발등에 못을 박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발뒤꿈치가 십자가 기둥에 딱 붙어 있는 구조 속에서 김 모 씨가 발등에 못을 박기 위해 상체를 숙이거나 무릎을 구부리면 앞으로 넘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 모 씨는 키 167~ 168㎝에 몸무게 70~80㎏ 정도인 데다 배가 나온 체형이라는 것이다.

두번째 정황으로는 사망 현장에서 고통을 완화시키는 마취제 등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대신 대량 복용시 전신마비가 가능한 심장병과 관련된 약이 나왔다는 점을 들었다. 아직 김 모 씨가 이 약을 먹었는지 여부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마비 상태에서 일련의 자살 과정이 가능했겠냐는 의문을 갖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씨의 몸을 마비시켜야 죽음을 도와줄 사람이 작업하기 편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 정황으로 주저흔 즉 자해할 때 주저해서 생기는 흔적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반적으로 칼 등으로 자해(自害)할 경우 주저하게 돼 1~2차례 실패하는 흔적이 남는데 그런 게 없었다는 것이다. 김 모 씨의 양손 검지와 중지 아랫부분 손바닥에는 드릴 끝을 대고 세게 누르면 드릴의 날이 돌아가는 수동(手動)드릴을 사용해 낸 구멍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주저흔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경경찰서는 "십자가에 기대서서 망치로 발에 못을 박고 드릴로 손을 뚫은 뒤 목을 매 자살하는 게 가능하다"며 김씨가 혼자 자살했다는 쪽으로 수사 방향을 잡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해 "소극적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