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채 발견된 김 모 씨의 시신, 자살인지 타살인지조차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가운데 보름이 지났다.

SBS가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 5월 13일 방송분을 통해 주인공 59세 택시기사 김 모 씨의 행적을 추적했다. 이야기의 서막은 시신 발견자인 전직 목사 주 모 씨가 연다. 주 모 씨는 집에서 불과 4km 떨어진 폐채석장에서 믿기 어려운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고 급하게 휴대전화에 사진을 남겼다. 그는 "피는 옆구리에서 흐르고 있고 상상도 못한 상황이었다. 누가 예수의 죽음을 그대로 재현해 놨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출동한 119 구조대원은 십자가 변사자에 대해 "양손에는 못의 끝이 앞으로 나오게 박혀있었고 양발에는 못의 윗부분이 나오게 박혀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변사자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59세의 택시기사 김 모 씨로 확인된 이 사람에 대해 동료 기사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용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혼자 산다는 것과 몇 년 전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도 했다.

청주에서 5년간 개인택시를 운전했다는 김 모 씨는 4월 4일 돌연 택시를 팔았다. 세 들어 살던 방을 정리하고, 예금 계좌를 해지하는 등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를 해지하기 전에 했던 마지막 통화는 가족, 그리고 김해에 위치한 제재소였다. 그는 이곳에서 못이 잘 박히는 나무를 달라고 주문했다.

시체가 발견된 현장에서는 김 모 씨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십자가 설계도’와 ‘실행계획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사건 당시 상황을 재연해보고 ‘조력자 없이도 자살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렸다.

이에 단독 자살이 정말 가능한 것인지 가상 실험을 실시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실행계획서를 바탕으로 재연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사지에 구멍을 뚫는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고 계획된 자살을 실행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실험을 통해 더욱 의문이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한 전문가는 "정신병적 흥분상태 극도의 과대망상 상태, 일종의 사이킥 에너지가 극대화됐을 땐 일시적으로 고통이 경감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수사과정에서 2년 전 김 모 씨가 최초 목격자인 주 모 씨를 만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직 목사인 주 모 씨가 운영하는 종교 관련 홈페이지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그를 찾아왔었다는 것. 당시 김씨는 ‘성경 속 한 구절’과 그 의미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고 했다. 이에 주 모 씨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일단 단순 자살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김 모 씨가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한 계기라든지 영향을 미친 사람이나 사건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며 자살 동기에 대해 여전히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