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가정이 무너진다는 유쾌하지 못한 뉴스를 접합니다. 문제는 자존심입니다. 이 자존심 때문에 사람들은 너무나 소모적인 싸움에 지쳐갑니다. 세상에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은 늘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수많은 관계 안에 삽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 오는 많은 문제들로 늘 어려움을 겪거나 불안한 삶을 살게 됩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천사가 아니고 또 모두가 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해치고 넘어트리고 주변 사람을 파괴하는 사탄의 지배를 받는, 사탄의 도구로 쓰임 받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늘 우리 삶의 현장은 불안하고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차이로 오는 문제도 있고, 자신이 약함으로 오는 문제도 있고, 때로는 자신 역시 사탄의 도구로 불의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착각도 하고, 오해도 하고, 싸우기도 하여 괜한 고통도 당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불안한 마음으로 긴장된 삶을 살아갑니다. 누군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만 달라도 나에게 던지는 말투가 조금만 퉁명스러워도 혹 자신이 지금 무시당하거나 공격당하는 것이 아닌지, 미움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래서 곧장 긴장을 하고 방어태세를 갖고 반격할 자세를 취합니다. 그래서 때로 농담이 싸움이 되고 충고(忠告)가 공격으로 받아들여져서 곤욕을 치르게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설교를 듣고도 자신을 친다고 상처를 입고 분노를 가지는 기가 막힐 일도 일어나곤 합니다. 물론 이는 자신감이 없고 당당하지 못한 사람들의 심리적 열등감에서 오는 경우가 많고, 또 늘 피해망상을 가진 심리적 특성 때문에 오는 병리적 현상이기도 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한 자격지심(自激之心)에서 오는 죄책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이런 것들이 사람과의 관계를 무너트리고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그건 가족들 사이에서 특히 부부간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모두들 각박한 삶의 현장에서 자신의 삶에 지쳐서 남의 마음을 이해하거나 돌아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쉽게 다투고 또 별 것도 아닌 문제로 사생결단을 하고 이혼이나 결별이라는 극단적인 결과까지 몰고 갑니다.

좀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애써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남을 이기는 방법이 언제나 싸움이라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음 상한다고, 나를 무시하거나 소홀히 대한다고, 혹은 나를 향해 공격의 화살을 겨눈다고 곧바로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에 돌입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닙니다. 잘못하면 돈키호테처럼 되기 쉽고 또 아무리 정당한 싸움이라도 세상에 일방적인 승리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격투기 경기를 보면 너무나 실감 있게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싸움은 한쪽에만 일방적인 피해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쌍방에 많은 피해를 가져다줍니다. 승자라고 일방적으로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상처를 입고 조금 덜 상처를 입는가의 차이일 뿐 쌍방이 다 상처를 입습니다.

물론 우리가 영적인 전쟁, 사탄과의 전쟁, 죽고 사는 문제이거나 인생이 걸려 있는 문제라면 피투성이가 되어도 싸워야 하지만 사소한 감정적 문제, 그 알량한 자존심 세우려고 하는 그런 전쟁은 안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처음에는 정의로운 생각으로 시작할지 모르지만 결국은 자신도 모르게 사탄의 파괴적 계략에 놀아나거나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괜한 영웅심으로 싸움닭을 자처하는 것처럼 바보스러운 일은 없습니다. 결국 어느 한편도 승자가 아니라 모두가 패자(敗者)가 되어 버립니다. 일방적인 승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자신 있고 당당한 사람은 쉽게 분노하지 않으며 자존심 정도의 문제로 상대를 전쟁의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측은히 여기고, 이해하고, 양해할 줄 알고, 감싸주고, 세워줄 줄 압니다. 더욱이 가족,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부부는 정의가 아니라 사랑이 최고의 법이요 윤리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를 무너뜨리기보다는 서로를 세워주는 성숙한 삶으로 함께 패(敗)하기보다 함께 승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