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희 선교사는 의사요, 교회 장로이기도 하다. 강 선교사는 세브란스 1호 의료선교사로 속초에서 개업의로 일하다 한경직 목사의 부름을 받고 네팔에서 3년 반, 방글라데시에서 4년, 다시 네팔에서 4년, 에디오피아에서 7년, 그리고 다시 올해 초 네팔로 떠나 지금까지 말로 다할 수 없는 소명을 통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강 장로는 매번 새벽까지 공부하며 현지어를 익혔다. 물과 전기가 부족한 삶에는 이력이 났다. 그렇다고 기적처럼 전도의 불길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성경을 넌지시 전해줄 기회조차도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사비를 털어 신학공부를 시킨 현지인이 돈만 밝혀 크게 시험을 당한 때도 있었다.

이번 강원희 선교사 부부를 주인공으로 만든 기독 다큐멘터리 ‘소명3-히말리야의 슈바이처’의 신현원 감독은 영화의 감동이 어디서 오는지를 정확히 알게 해 주었다. 일흔여덟. 가볍지 않은 몸을 이끌고 히말라야 산골 오지로 나흘간 걸어 들어가고 혼자서 백수십명에 달하는 환자를 보고 겨우 한번 허리를 펼 때 또 환자가 들이닥치는 상황들 속에서 의사의 얼굴은 믿기지 않을만큼 평온하다. 이번 영화 속 장면들을 봐도 산길을 오르며 내뱉는 거친 숨소리, 진료 사이 잠깐의 쉬는 시간에 쪽잠을 자는 모습, 잠들기 전에 아내에게 “주사 한 대 놔 줘”라며 어깨를 내미는 지친 목소리에서 강 장로가 진 사명의 무게가 전해져 온다. 외국 오지에서 진료하면 큰 의료기술은 필요없겠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강 선교사의 간단한 진찰과 문진으로 병세를 짚어낼 때면 놀랄 수 밖에 없다.

강 선교사는 의료선교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을 묻자 실력을 제일로 꼽았다. 자기 나라에서 당당히 앞서는 실력이어야지 어느 나라와도 통한다며 별 실력도 없으면서 남의 나라에 가봐야 단번에 알아보고 무시당한다고 했다. 때문에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첨단 의료기술을 익히려 애쓴다. 이번 체류기간에는 포항선린병원에서 한달간 숙식하며 인턴들과 근무했다.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알기 위해 늘 성경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새벽마다 성경을 묵상하고 일기를 쓴다. 선교지 사람들에게 크리스천의 본을 보이도록 온유한 성품을 달라고 간구한다.

소명은 정말 무겁고 엄격한 것일까. 강 선교사는 눈에 주름을 모으며 누군가 나더러 이리가라 저리가라 했으면 불만이 생겼겠지…. 그렇지만 기도 가운데 갈 때는 불평이 안 나와. 어려운 게 오히려 감사하지. 어려울수록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기 때문이지… 교회마다 특별한 모임이 있을 때 볼만한 영상이다.

/조양교회 장로, 한국장로신문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