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지역주민들이 쫓겨나고 있다. 본장에서는 평소 지역사회와 함께 했던 교회의 사례를 알아보고 이들이 함께 했던 지역주민들의 아픔과 상처 교회의 현실이 대해 실제적인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한국교회로 하여금 재개발 문제를 국민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1. 이웃사랑교회와 지역사회

우리 주변에는 원치 않는 불행으로 인해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이웃사랑교회는 이러한 지치고 병들고 가난한 지역주민들을 스스로 책임지고자 IMF 때인 1998년부터 이발가위와 단돈 2000원으로 시작하여 무료급식, 이·미용, 가정상담, 지역아동센터, 자활자립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좋은 이·미용 서비스를 위해 이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급식을 주 1회~2·3회로 늘려가며 2004년부터는 365일 매일 무료급식을 하게 되었다.

무료급식을 위해 이른 새벽에 농수산물 시장에 나가 야채를 줍기도 하고, 상인들의 도움으로 팔다 남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건을 모아서 노인, 실직자, 장애인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고 있다. 그 결과 소외된 노인들이 말벗과 생기를 찾았고, 실직자들은 의욕을 회복하여 택시 운전이나 리어카를 끌며 헌 옷 가지와 종이를 줍기도 하여 재활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비를 피하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사역하고 있는 은하수 공원 앞에다 가정에서 버림받고, 어린이집도 가지 못하고 배회하는 아이들을 위해 점포를 마련하여 이웃사랑 봉사관이라고 명명하여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아이들 한두명 가르치기 시작하였으나 워낙 어려운 IMF 때인지라 금방 10-20명으로 아이들이 늘었다. 작은 공간이지만 보호받으며 뛰놀고 학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40여명의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는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거동이 불편한 치매·중풍환자를 위해 방문 요양과 방문 목욕의 시설을 갖추고 인적·물적 어려운 가운데 노인 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추후에는 다자녀 가구를 위한 육아시설, 청소년 고민해결센터, 전인적인 대안 교육을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체계적인 조직과 대지와 재정확보·후원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뉴타운·재개발이라는 쓰나미식 개발악법 하에 이웃사랑 봉사관이 없어지게 되었다. 대지·건물 소유자에게는 현재 살고 있는 집값(사전감정평가액), 본인들이 들어갈 집값(분양가)를 알려주지 않은 채 각종 공갈과 협박, 회유로 무조건 인감 도장을 찍으라고 묻지마식 강요를 하고 있다.

또한 세입자들에게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울며겨자 먹기로 쥐꼬리만한 이사비용을 주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할 것을 종용당하고 있다. 그래서 전국적인 전세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80~90%의 원주민들이 재정착을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전국을 떠돌고 있다. 종교시설도 95%이상이 사라지고 있다. 소사 11B지역에 속해있는 저희 교회와 봉사관도 파산직전에 있다.

그러나 세상 끝날까지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이웃사랑교회와 이웃사랑 봉사관은 병든 자, 가난한 자, 소외된 자들을 위하여 돌봄과 나눔 봉사의 사역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나 시대의 요청에 따라 뉴타운·재개발 문제해결을 위한 국민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2. 뉴타운·재개발 지역에서 원주민의 아픔과 상처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 부흥시장에서 30여년 살아온 강현정(65)씨가 이곳 34평에서 3층 벽돌집을 지은 것은 1988년이다. 1~2층 4가구한테서 받는 월세 100만원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남편과 여유로운 나날을 지내왔다. 그런 강씨가 요즘은 “날마다 뉴타운 반대 데모 하느라 팔도 아프고 가슴도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보상가로 새 아파트를 얻기는커녕, 갈 곳도 없고 월세 수입도 끊긴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며 가슴을 치고 있다.

원미동 사람들이 사는 원미 7B구역도 조합 설립이 끝났다. 반대 주민들은 동의서 75장이 거짓 작성됐다며 제기한 조합설립 취소 소송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뉴타운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꾸린 ‘원미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상영(70)씨는 “평생 살려고 직접 집을 지었는데, 그 꿈이 깨지려 한다. 나라에서 그런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그 꿈이 온전히 유지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부천 부흥시장은 소설가 양귀자씨가 서민 삶의 애환을 그려낸 <원미동 사람들>의 실제 무대다. 이곳에 ‘뉴타운 광풍’이 덮치면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주민들의 눈가에 핏발이 서 있다.

서울에서 셋방 등 30여곳을 전전하다 1980년 건물을 사서 정착한 조세옥(57)씨는 “내 집 보상가를 따져보고 이사할 곳을 알아봤는데 막상 갈 곳이 없더라”며 허탈해했다.

3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자금동사무소 앞에서 만난 박장표(76)씨 손에는 경기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을 홍보하는 전단지 뭉치가 들려 있었다. 노인들에게 전단을 돌리는 공공근로를 하는 박씨는 “뉴타운으로 집 빼앗길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욕을 해댄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에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 건너갔다가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입고 귀국한 박씨는 20대이던 1960년대 초 동두천 미군부대 캠프 케이시에서 일했다. 이른바 ‘하우스 보이’다. 미근들의 구두를 닦고 막사 청소와 침대 정리 같은 궂은 일을 했다. 일은 고됐고 월급은 쌀 한 가마 값도 안 됐지만 자녀들을 가르치며 지독하게 돈을 모았다. 그리고 1989년, 1억 3000만원에 금오동 3층 단독주택을 마련했다. 이 집은 그의 평생의 전재산이다.

박씨는 “처음에 뉴타운으로 개발된다니까 난리가 났더랬다”고 했다. 땅값이 오르고 개발되면 돈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몇 달 지나고 공시가격이 나오자 박씨는 “따져보니까 1억~2억원은 더 주어야 뉴타운 새 아파트를 얻을 수 있고, 보상비로는 그나마 전세 하나 못 얻고 쫓겨나더라”고 말했다. 현행 뉴타운 사업 구조는 자신의 집값과 입주 희망 아파트의 분양가는 사업 최종 단계에서야 알게 돼 있다. 내 집값은 통상 공시지가의 120%다.

박씨가 사는 금의뉴타운을 비롯해 198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을 마친 곳 대부분이 뉴타운 사업지구에 포함됐다. 반듯하게 소방도로가 나고 공원들도 여럿 갖출 만큼 구획정리가 이미 되어 있다. 박씨처럼 40~50대에 이곳에 집을 마련한 뒤 이제 노인층이 돼 월세 수입으로 연명하는 주민들에게 집은 놓을 수 없는 ‘생존수단’이다.

자신의 집 3층에 사는 박씨는 1~2층 4가구에 세를 놓아 한달에 60만원을 받는다. 아내는 폐지 줍기로, 자신은 전단지 배포로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해 20만원씩 번다. 박씨는 “그래도 먹고 싶은 것 다 사 먹고 행복한데, 여길 나가면 죽을 길밖에 없지 않냐”고 하소연했다.

인근 뉴타운지구인 가능1동 은하수공원에서 만난 주민 강준식(76)씨는 “설사 뉴타운에 들어간다고 하자. 그러면 아파트 관리비나 생활비는 무슨 수로 내냐. 정부가 먹여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정부시가 조사한 금의·가능지구 주민 가운데 월 300만원 수입이하인 소득분위 5분위 이하 비율은 65.5%다. 의정부지역의 평당 아파트 매매가격을 823만원으로 보면 33평형은 최소 2억 8000만원 이상이다. 박씨처럼 더 많은 벌이가 어려운 주민 10명 가운데 7명은 사실상 재정착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추진위 및 조합 설립이 가능한 뉴타운 촉진계획이 결정된 경기도 11개 지구의 총가구수는 22만 959가구인 반면, 뉴타운 계획 공급 가구는 18만 9125가구다. 이미 3만 1834가구 8만여명의 ‘뉴타운 난민’이 확정된 셈이다.

3. 뉴타운·재개발 지역에서 교회의 아픔과 상처

개발의 미명아래 힘겹게 개척된 교회들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에 놓여 있다. 정부의 재개발 및 재건축, 그리고 뉴타운 정책에 따라 2009년 기준으로 전국 1,330개 구역에 세워진 1만여 개의 교회가 존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들 교회 대부분은 현실에 맞는 보상금을 받지 못한 채 쫓겨나고 있으며, 교인 80% 이상이 흩어져 중형 교회들이 작은 교회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의 재개발은 성도들을 흩어버리고 이 땅의 교회들을 무너뜨리려는 사탄의 궤계를 합법적으로 실현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성도의 분산과 감소

재개발의 과정에서 교회는 필연적으로 성도의 분산과 심각한 감소를 겪게 된다. 실제 재개발 후 원주민 구성을 살펴보면 원주민의 약 20%만이 재정착하고 80% 이상이 밀려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재개발과 함께 지역 내 성도가 급격한 감소를 보이게 되고 대부분의 성도가 지역 외로 흩어지게 된다.

2) 교회의 이전 및 건축문제

대부분의 교회들이 재개발 과정에서 교회의 이전을 요구받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도가 지역 외로 흩어지는 상황과 함께 교회는 존폐의 위기를 겪게 된다. 이러한 양상은 자가교회와 임대교회가 각각 다르다.

(1) 자가교회

자체 부지와 건물을 가진 자가교회의 경우 재개발 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부지 확보 및 건축비용, 임시예배시설 마련 등에 대한 법적인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아 조합과의 협상으로 얻어내야 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이기적인 조합의 태도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몇몇 사례에서는 조합의 일방적인 약속 파기나 교회를 무시한 사업진행으로 교회가 강제철거 된 경우도 여러 건 발생하였으나 관계기관에서는 법적인 조치가 불가능하다는 이류로 조합의 이러한 무도한 처사를 그대로 용인하고 있다. 더구나 재개발의 계획과정에서 종교 부지를 생략하거나 부족하게 공급하여 교회 간에도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부지가 공급되더라도 성도들이 흩어지는 상황에서 건축비를 감당하지 못해 중형 교회들도 작은 교회로 전락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상금액 감정 시에도 일반 주택소유주와 마찬가지로 감정평가액이 턱없이 적은 것도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앞으로 교회를 가진 종교시설의 경우 재개발 과정에서 법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종교시설은 그대로 존치하는 것이 최선이기에 이를 재개발의 원칙으로서 법제화시켜야 한다. 개발 과정에서 이전이 필요하다면 재개발 이전에 상응하는 규모의 부지를 제공하고, 공사기간 중 임시예배시설을 제공하며, 건축비나 이전비도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강제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2) 임대교회

임대교회의 경우는 사정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교회 등 비영리단체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보호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교회가 비영리 단체라는 이유로 영업손실에 따른 보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아 이사비 명목의 이전비만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임대교회들은 부대시설인 종탑이나, 내부 인테리어 등의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 시설에 대해서도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전을 하려해도 주변 지역 상가건물들의 임대료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등의 이유로 2중, 3중고를 겪고 있다. 따라서 교회 등 임대종교시설의 경우도 상가세입자와 마찬가지로 인테리어 비용과 휴업보상금, 임시상가 및 임대상가의 보장 등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3) 교회의 피해사례

가. 세입 교회 사례
- 단체명 : 지구촌교회
- 대표자 : 배창환 목사
- 보상이전 상가 임대면적 : 김포시 장기도 414-2번지 약 60평
- 성도 : 장년 80명, 학생 150명(초,중,고) 합 230명
- 보증금 3,000만원, 월세 40만원, 인테리어 비용 7,000만원 소요
- 보상금(이사비) 2,300만원
※ 보증금 및 인테리어 비용 = 총 1억원 증발
- 신규임대 : 김포시 감정동 387번지(그린벨트 지역) 무허가 창고건물 및 비닐하우스 시설 22평, 컨테이너 6평
- 현재 성도 : 12명
※ 보상금 2,300만원으로 현재 시설 마련시 1천만원이 부족하여 시골 노모로부터 빚을 얻어 충당
◆ 결론 : 개발로 인해 1억원 손실, 성도 220여명 이탈로 목회자 생활도 어려운 실정임

나. 자가 교회 사례
- 단체명 : 아름다운교회, 아름실버대학
- 대표자 : 한준택
- 보상전 당초 소유 종교부지 대지 608평(양촌면 구래리 511-1)
- 임야 1,080평, 운양동 54번지
- 성도 : 520명
- 보상금 : 토지, 대지 - 11억 9천만원, 임야 - 7억 9천만원, 건물 등 - 3억 5천만원, 이사비용 - 2천 70백만원 등 총 약 24억
- 공장임대 이주 : 면적 350평(건물면적) 대지 800평(리모델링 2억 5천만원, 이사비용 4천만원) + 신축입주시까지 예상임대료(36개월 × 2백 5십만원 = 9천만원)
※ 이주로 인한 직접 손실금 3억 8천만원
- 안정기까지 4년간 예상 소요경비(노인대학 경비포함) : 연간 5억 × 4년 = 20억
◆ 결론 : 합산 손실금 23억 8천만원으로 4년 후면 보상금이 모두 소진된다.

교회적으로 특별한 성도들의 헌신이나 기적이 없는 한 본 교회가 종교 부지를 구매해서 건축하고 원래의 교회 규모로 종교 활동과 노인대학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는 구조이다. 다른 자가 교회들도 대부분 이렇게 세입 교회로 전락해서 보상금을 소진하며 당초의 10~15% 밖에 안남은 성도들과 허덕이고 있는가 하면 아예(200명) 성도가 모두 이탈해서 목사님가정만 예배하는 예성 순복음교회도 있다.

4. 한국 교회를 향한 글

이상과 같이 실제 증언, 언론보도, 전국 재개발지역 목회자 모임 등을 통해서 재개발지역의 아픔과 상처를 알아보았다. 이 나라 이민족이 일제의 침략을 받았을 때 삼일운동을 일으킨 유관순, 6,25전쟁 때 이 나라를 순교로 지킨 기독교, 군사 독재시절 민주화 투쟁에 앞선 교회, IMF때 금모우기를 시작했던 신앙인들, 이모두가 하나님 공동체의 아름다운 사명의 유산이다. 그런데 작금에 전두환 시절 만들어진 악법이 지금도 대기업(건설사)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악법으로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과 종교의 자유권을 말살하고 종교단체의 재산권까지 강탈하는 초유의 탄압정책이 자행되고 있다. 이런 악법이 정부공권력의 비호아래 진행되고 있어 힘없는 서민들이 통곡하며 내 집을 돌려달라고 울부짖고 있다. 또한 개발 지역에서 거의 모든 교회들이 쫓겨남으로 성도들은 흩어지고 교회가 말살되는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주님의 교회라고 말하는 대형 교회와 지도자들은 강 건너 불을 보듯이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말과 혀로만 외치며 마땅히 돌봐야 할 일을 도외시한다면 공의의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실 것이다.

뉴타운.재개발은 중단되고 폐지되어야 하며, 한국교회는 지역사회의 아픔에 동참하고 이웃사랑 하는 이일에 기꺼이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 기독교대한감리회 이웃사랑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