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대통령이며 교회 장로였던 이승만 전 대통령을 불교계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는 7월 18일 서울 종로구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교와 대통령 이승만'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서울대 강사인 이재헌 박사가 주제 발표를 하고, 뉴데일리 이승만연구소 공동대표인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김종인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토론을 벌였다.

주제 발표를 한 이재헌 박사는 해방 이후 불교계가 일련의 개혁 조치를 취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미 군정과 그를 계승한 이승만 정권의 노골적인 친(親)기독교 정책과 그에 따른 차별 대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정부의 대표적인 친기독교 정책으로 크리스마스를 국경일로 지정한 점, 형목(刑牧)제도를 만들어 교도소 교화사업을 기독교에 전담시킨 일, KBS를 통해 선교 방송을 하도록 한 것 등을 꼽았다. 그 결과물로 해방 직후 남한 전체 인구의 2~3%에 불과하던 기독교 인구는 1960년대에는 7.5%로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재헌 박사는 또, "이승만 정권의 개신교 편향 정책으로 인해 다른 종교들은 커다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특히 불교는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불교 유시 이후 격심한 갈등의 수렁의 빠져 사회적 위신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승만 대통령이 1954년 '(혼인을 한) 대처승은 사찰에서 물러가라'는 내용의 유시를 발표함으로써 비구승과 대처승 간 분규를 야기했고 '타율에 의한' 불교 정화의 동기를 제공했다. 일제잔재 청산을 위한 명목에도 그 순수성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제헌 박사는 그러나 이승만 정권에 그런 빌미를 준 것은 "불교 자체의 분열과 갈등,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권력에 의지하려고 하는 치명적 약점 때문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불교 정화를 통해 드러난 불교 내부의 문제를 되돌아보고 거기서 한국 불교의 좌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