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양성평등위원회가 7월 12일에 가진 심포지엄 ‘우리는 바윗돌을 얼마만큼 옮겼나’에서 나온 발제문입니다.

I. 교회 내 성폭력 문제와의 전쟁

우리 기독교여성상담소는 1998년 창립 이래 기독교 평신도 여성들의 문제들을 상담하면서 '교회 내 성폭력' 즉 목회자에 의한 여신도들의 성추행, 성폭력이라는 놀라운 사실에 직면하면서 교회 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노력과 투쟁을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창립이후 상담과 교육활동을 하면서 주된 사업으로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두 번에 걸친 '교회 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공청회'(1999,2001)를 통하여 교회 내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근절하려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또한 교회 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의 어려움을 절감하게 되면서,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교단헌법에 '성폭력 관련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2000년 11월에 "교회 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교회법 토론회"를 열기도 하였습니다. 2001년 4월에는 기독교여성단체들이 교회 내 성폭력 추방운동에 대한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고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으로 2002년 11월에는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가 51회 총회에서 "성폭력 극복과 예방을 위한 교회선언"을 채택하였습니다. 우리 상담소와 교회여성단체들의 이 같은 노력은 세계교회협의회가 벌이고 있는 폭력극복 10년 운동과 맥을 같이하는 활동입니다.

2003년에는 "교회 내 성폭력예방을 위한 지침서"를 발간하면서 지침서발간의 목적으로 교회 내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 교회를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장소'가 되게 할 뿐만 아니라, 성폭력 문제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이를 선교과제로 전환시켜 사회와 교회를 성 정의에 입각한 평등과 평화의 공동체로 만드는데 있음을 피력하였다.

교회 내 성폭력은, 특히 목회자 관련 성범죄는 피해자 개인에게 상처와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교회공동체를 분열시키고 파괴하는 범죄입니다. 우리는 100여건의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해 왔으나 사후처리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면서, 예방과 교육홍보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목회자들과 교인들이 교회 내 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절한 대처와 예방에 관심을 갖게 되기를 원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사회와 교회에서 성폭력이 사라지고 성 정의와 통전적인 성인식을 가짐으로서 평등과 평화의 공동체에서 '성폭력의 두려움 없이 평화롭게 살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교회 내 성폭력의 문제는 교회나 교단 측에서는 해결을 위한 일말의 변화나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0년 동안의 교회 내 성폭력에 대한 이해는 교회 안에서도 성폭력이 일어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성폭력은 사회의 어느 직업이나 어떤 학문적 배경과는 상관없이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가해 목사들을 처벌할 위치에 있는 교단 측의 심의위원들도 어디까지나 자신에게도 가능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라서 인지 고소여성들의 상처와 고통에 대한 이해와 연민보다는 유혹자 내지는 스토커라는 생각으로 추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II. 우리는 피해여성에게 2차 가해자가 되지는 않았는가?

우리 기독교여성상담소를 방문한 교회 내 성폭력 피해여성들은 불행하게도 교회 내에서 어떠한 사람들로부터도 지지를 받거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목회자를 지지하는 많은 교회직분을 가진 분들로 부터 거짓을 고한다고 배척을 당할 뿐만 아니라 음란마귀가 들었다거나 '주의 종'을 음해하고자하는 사탄이라고 정죄하면서 마지막에는 소수의 지지자들과 같이 교회에서 탈퇴당하고 있다. 많은 피해자 여성신도들은 신고도 고소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사실이 노출되는 경우에도 여성 피해자는 인권을 보호 받지 못하고 정신적 피해로 고통 받고 있다.

성범죄에 있어서 처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행한 직접적인 가해를 1차 가해라고하고, 2차 가해는 성폭력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시선이나 태도로 인해 받는 또 다른 피해를 말한다. 예를 들면 피해자의 행동이나 옷차림을 문제 삼아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 성폭력사건을 신고 고소했을 때 조사과정에서 성경험 등을 질문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는 것, 그리고 피해여성의 행위에 대한 경멸적인 어조(어떻게 가잔다고 목사를 따라 모텔을 갈 수 있는가?) 등을 2차 가해라고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우리자신도 2차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하겠다. "성폭력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은 피해여성들을 또 한 번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하는 요소들이다. 우리는 이 같은 행태에서 완전히 자유 한가? 모든 범죄가운데 오직 성폭력 피해자만이 피해를 당하고도 피해자가 비난을 받고, 피해자에게 탓을 돌리거나 범죄의 책임을 전가하는 가장 곤혹스러운 범죄이다.

메리 포츈은 교회 내 성폭력은 근친강간의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위계관계에서 거부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메리 포츈의 이같은 설명이 우리 교회 여성피해자들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고 하겠다.

교회내 성폭력은 근친강간의 과정과 유사점을 공유한다.

1) 목회자의 성폭력은 항상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피해자가 저항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교회를 떠나지 않고서는 목회자의 파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것은 자녀를 성폭행한 아버지에 대해서 자녀가 저항하고 방지하도록 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2) 목회자의 성폭력은 근친강간과 마찬가지로 가해 목회자와 피해자인 성도사이는 가장 가깝고 자주 접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사이에는 신뢰감이 형성되어 있고 방어막이 별 필요 없는 친숙한 대상에게 그 경계선을 침범하는 것이다.

3) 피해자는 그 교회를 떠나기 전까지는 가해자인 목회자를 목회자로 부르고 대우해야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도 부모자녀간의 근친강간과 비슷하다.

4) 피해자가 경험하는 수치감과 죄책감도 근친강간의 경우와 유사하다. 들어날 때 돌아오는 비난과 위험부담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죄악을 범했다는 죄책감, 분노감, 혼란감이 있다. 화간의 경우는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양가감정을 경험한다.(주의 종인데 내가 어떻게....)

5)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비밀을 지킬 것을 요구하거나 위협할 때, 피해자 자신이 수치감과 죄책감으로 자신의 탓으로 돌릴 때 비밀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도 근친강간과 유사하다. 그리하여 성폭력의 상처가 비언어화 되거나, 회피되거나, 억압되어질 때 피해자는 여러 가지 증상이 표출 될 수 있다.

6) 근친강간과 마찬가지로 교회내 성폭력이 실제로 발견되는 경우는 빙산의 일각이다. 두 경우에서다 발각될 때까지 오래 지속되는 영향이 있다.

7)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 희생자는 피해자가 이겨도 남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근친강간의 피해자와 유사하다. 아버지의 성폭력이 들어 날 때 성폭행이 중단하는 것 이외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로부터도 감정적 지지를 얻기보다는 미움이나 보복을 당할 수 있는 것처럼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도 교회공동체로부터 지지를 받기보다는 교회에서 추방당하는 경우, 개인적인 피해 등 남는 것이 없다.

8) 가해자의 배우자가 묵인하거나 방임한다는 점에서 교회 내 성폭력과 닮은 점이 있다. 사모들의 묵인과 방임, 문제를 서둘러 진화하고 은폐시키며, 명예훼손죄로 맞고소한다.

* 목회자의 성폭력은 역기능적인 교회가족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근친강간’이다.
* 목회자와 신도 간의 절대적인 위계관계에서 거부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당하게 된다.
* 교회 내 성폭력은 대부분 화간의 형태를 띤 강간인 경우가 많다.
* 교회 내 성폭력은 교회의 분파싸움에 휩싸여 피해자의 인권은 실종되고 교회 내 정치적인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 교회 내 성폭력을 근친강간과 유사하다고 본다면 그 해결책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친고죄적용을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가정폭력, 성폭력 특별법 개정안)

** 다음은 상담소에 접수된 구체적인 사례이다.

1) 장애인 여성을 결혼을 빙자하여 성관계를 갖고 폭행한 경우
2) 여중생을 야단치는 것처럼 하면서 옷을 벗기고 팬티를 가위로 자르는 둥 성추행한 경우
3) 젊은 여신도들의 가슴을 얼마나 컸는지 보자며 만지고 끌어안는 등의 성추행과 성희롱을 한 경우
4) 안수기도를 빙자하여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등의 성추행한 경우
5) 죄를 씻기 위해서는 관계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룹으로 강간한 경우
6) 자신이 영적 아버지라 하고 “딸아, 딸아” 부르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주는 것이라며 강간한 경우
7) 음란마귀를 쫓아 주겠다고 하면서 성기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경우
8) 여신도들을 자신이 사랑하는 라헬(구약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두 번째 아내)이라고 하면서 강간한 경우
9) 교회 재정을 장악하기 위하여 회계업무를 맡고 있는 여사무원을 상습적으로 강간한 경우
10) 심방 중에 강제로 강간한 경우
11) 성령체험(입신)을 빙자하여 몸을 가누지 못하게 한 후 강간한 경우
12) 자신과 성관계한 장면을 비디오 녹화한 후 공개하겠다고 공갈 협박하며 지속적으로 강간한 경우
13) 여신도에게 사랑한다며 강간 미수한 경우
14) 성교육을 한다며 성추행 한 경우
15) 담임목사에게 충성을 맹세케 한다며 목사가 입고 있는 와이셔츠에 소위 입술도장을 찍게 하며 성희롱한 경우
16)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던 여신도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폭력을 휘두르며 협박하고 스토킹한 경우
17) 홀로 사는 여신도를 상담해 준다며 불러내어 모텔에서 강간하여 임신케 한 경우 (부흥목사와 부흥찬양가 사이의 관계)
18) 교회청년부 강도사가 여학생 신도들을 개인면담 한다면서 하나씩 상황을 묻고 성추행 내지는 성폭행한 경우(2007, 9월 일산의 S교회)
19) 사이버 성폭행(초등학교 동창생 명단에서 목회자인 남성에게 먼저 접근하여 유럽과 미국에 있으면서 인터넷 채팅과 화생통화를 통하여 난해한 성추행을 하면서 유린당하고는 목회자를 고소할 것을 결심하고 전화(2007, 10월)
20) 인도 파견 선교사가 먼 친척 조카벌 되는 가정을 외국생활에 미숙한 점을 이용해 아이들 학교문제 안착을 위해 필요한 것의 도움을 주다가 믿고 가깝게 여기던 목사님이 사악한 성도착자로 변신하여 만날 때 마다 성적으로 유린하고 강간한 경우. 귀국하여 대구 법원에 고소하였으나 증거부족으로 또한 화간으로 기소 취하되어 고법에 재정신청을 하면서 상담을 하고 대구고법판사에게 의견서를 제출하여줌 (2010, 11월)

III. 교회 내 성폭력 문제의 과제와 대안

1. 교회 내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의 공통현상

1) 처리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더 많은 피해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며 오랜 기간에 걸쳐 성폭력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2) 피해자의 주장에 대한 가해자의 반응은 다음과 같은 패턴을 보인다. 처음에는 완전히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나중에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피할 도리가 없는 경우) 그 다음에는 합리화를 한다. 어떤 가해자들은 시종일관 부인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은 피해자를 탓하거나 원로 목사의 정치적 음해로 치부한다.
3) 피해자에 대한 교회나 기관의 반응: 피해자가 속해 있는 교회나 기관은 피해자를 피한다. 그 이유는 피해자에 대한 부당한 분노 때문이기도 하고, "피해자 회피 현상" 때문이기도 하다. 신도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서 피해자를 피하게 되며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4) '무고'의 경우는 없다. 피해자는 사람들이 믿지 않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어떤 피해자는 "피해자가 주장을 할 때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달라. 재미를 위해 이런 이야기를 꾸며낼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2. 교회 내 성폭력 사건 해결의 문제점

1) 교단 내에서 성폭력 문제를 전담하여 처리할 수 있는 구조가 없다.
2) 교단이 없는 교회의 경우는 처리할 방도가 없다. 소교단의 경우 사고가 나면 탈퇴하고 다른 교단으로 옮기거나 몇 몇 교회가 새로운 교단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3)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목사를 고발할 수 있느냐하는 정서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여성들이 피해사실을 드러내어 해결하고자 할 때 '목회자를 모함하면 하나님의 저주를 받는다.'든지 '교회문제를 세상 법에 맡겼다.'는 등의 협박과 심각한 폭력을 겪게 된다. '주위 종은 하나님이 다루신다.' 던지 '하나님께 맡겨라' 혹은 '용서해라' 등등의 말로 피해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4) 교회법 내에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 현재 한국의 어느 교단 법에서도 성폭력과 관련한 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성폭력 가해 목사를 징계, 처벌하거나 피해자를 돌보고 치유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IV. 가해자의 처벌은 교회법으로? 사회법이 먼저?

100여건의 상담 사례 중에 강간이 61건이고, 성추행이 38건 등 이었지만, 사회 법정이나 교단에 고소한 경우는 9건에 불과했다.(2007통계) 대부분은 가해자에게 개인적으로 잘못했다는 말조차 듣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선은 증거자료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회와 교단의 무성의한 태도에 피해자들은 좌절한다. 교단에 도움을 호소하면 사회법정에 고소하라고 한다. 실형을 받으면 치리하겠다는 것이다. 대형 교회목사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 목사는 "김홍도 목사가 자신보다 더했다며,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버텼다". 한 유명 부흥사는 피해자와 중간에 합의를 보고, 우리에게는 상담소 하나 없애는 건 일도 아니라고 협박했다.

교회 내 성폭력 피해여성들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고, 우리상담소의 온라인 상담이나 전화 상담을 통하여 계속해서 상담하고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한 개인의 피해는 다른 많은 여성들의 피해로 연결되고 있음을 볼 때 가해 목회자들을 더 이상 옹호하고 덮어 주려고 은혜를 베풀 것이 아니라 처벌을 먼저 함으로서 그들이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건강한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목회자의 성폭행 사건이 터지면 우선 한 번의 실수로 보고 덮어 주는 게 은혜롭다는 잘못된 문화부터 걷어 내야 또 다른 여성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상담소의 첫 번째 "교회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공청회"는 성결교회 오목사의 여신도 성폭행 사건이었다. 7년간의 성폭행과 물질적 착취를 당한 피해여성의 증언을 듣고 분노하면서 우리는 성결교 교단으로 하여금 오목사를 파직시키도록 종용하고 교단총회가 열리는 날 궐기대회를 함으로서 여성단체의 위력을 보여주었고 드디어 교단이 오목사를 파직하기에 이르렀다.

목회자와 전도사 사이에 있었던 성폭력에 대해 고발 신고한 여성피해자는(호주 한인교회 윤목사 사건), 교단으로부터 사회법에서 처벌을 받으면 파직시키겠다는 응답을 받고 사회법에 호소하기에 이르렀고, 긴 소송 끝에 원고가 승소하였고, 그 후 윤목사는 파직되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상담소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검사님과 판사님께 진정서를 보내며 교회 내 성폭력, 교회목사와 여신도간의 성폭력의 특징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전부였고, 법정에 나가서 원고인 피해여성들에게 함께하고 있다며 힘을 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교단을 압박하는 여성단체로서의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언론을 통하여 교회나 교단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2010년에 터진 삼일교회와 경신감리교회의 목회자 성폭행사건도 그들을 정죄 할 수 있는 교단의 힘도 교단자체 장들도 도덕적으로 남을 벌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어렵고 많은 시간을 요한다. 경신교회 J목사의 경우는 전번 사역한 대전교회 피해여성들의 고발고소가 들어왔음에도 교회와 교단은 교회비상대책위원회에 의해 매수되었다고 강력하게 대항하고 있다.

우리들이 교회 내 성폭행 피해여성들은 돕고 교회 내 성폭력을 줄이는 길은 특별법을 제정하고 윤리위원회를 설치하여 성폭행 목회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만이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 번 더 각 교단마다 특별법을 제안하도록 강력하게 촉구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V. 교회 내 성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한 지침

목회자 개인이 할 일

1) 목회자 자신도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 홀로 심방을 하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상담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2) 목회자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배우자와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성적인 욕구가 부부관계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
3) 목회자 자신의 성에 대한 가치관, 또는 여성관에 대해서 성찰해 보아야 한다.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생각하거나 욕구의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는지, 또는 성에 대해 지나치게 금기시하거나 남성들의 성적 남용에 대해 관용적이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4) 성적인 문제와 관련한 어려움이 생겼을 때 믿고 의논하고 처리할 수 있는 자원(예를 들어 선배 목회자나 전문 상담가)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5) 목회자의 성적 비행은 목회자의 권력남용에서 비롯된 범죄라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6) 탈진과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는 것이 좋다. 영적, 육적 탈진을 해소하거나 충전할 수 있는 건전하고도 다양한 방법이나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7) 성적 비행을 저질렀을 경우 자신 앞에 펼쳐질 일들을 미리상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정이 파괴되고, 성도들은 깊은 실망에 빠지게 되며 교회는 분열될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미리 저장해 둠으로써 유혹의 순간을 이겨낸다.

여성신도들이 할 일

1) 평소 자기주장을 분명히 하는 태도를 갖도록 한다. 불쾌한 성적인 접촉이나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분명한 거부의사를 표시한다.
2) 상담이나 심방 시 목회자와 단 둘이 있게 될 경우를 삼가 한다.
3) 목회자를 우상화하거나 절대시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한다.
4) 성폭력은 성관계가 아니라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5) 평소 성폭력에 대한 충분한 예비지식과 대처방법을 익혀둔다.
6)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담소의 연락처 등을 알아둔다.

교회/교단이 할 일

1) 교회는 성폭력 피해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교회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2) 교회법에 성폭력의 범죄규정과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상담 치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3) 각 교단은 성차별과 성폭력예방지침서를 만들고, 교회와 신학교에서 이를 가르쳐야 한다.
4) 각 교단은 성윤리를 위한 목회자 자체 정화기구를 설치 운영하여야 한다.
5) 각 교단은 성폭력 피해자 치유와 보호를 위한 시설을 설치, 운영하거나 후원해야 한다.
6) 교회는 교회 내에서 행해지는 모든 성폭력의 진상을 규명하고 성폭력을 근절하는데 힘을 써야 한다.
7) 각 교단은 목회자를 위한 전문상담소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
8) 교회는 성에 대한 바른 신학적 입장을 정립하고 교회가 이를 실행하도록 힘써야 한다.

나가는 말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 교회 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우리들의 오랜 기간의 과업은 교회내의 성폭력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 피해여성들을 도우며 그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법적 투쟁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물론 가해 목회자들의 처벌을 위하여 교단에 협조를 부탁하기도 하고,‘교회 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교회법 토론회’를 열고 교회 내 성폭력의 실태와 이에 대한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 하였다.

지난 10여 년간 구체적으로 이렇다 할 발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달라진 점은 피해여성들이 그들이 당한 피해 사실을 더 이상 은폐하지 않고 조금씩 피해사실들을 드러내고자하는 의지가 강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성추행 당한 목원대 신학교 여학생들이 진술서를 교정에 붙여놓고 서명운동을 받은 일이 2011년 초에 있었고 우리 상담소 전화면접 상담이나 온라인 상담에도 교회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상담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기독교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억울하고 "속이 썩어 들어가는" 분함(어떤 피해여성의 표현)을 누군가는 치유해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어떤 이유로든 교회 내에서 성폭력으로 인해 고통 받는 여성들이 생겨나서는 안 된다. 성폭력을 행한 성직자가 발붙일 수 없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성폭력과 성차별 없는 한국교회 풍토를 만들어 나아가야 합니다. 그 모든 것이 가능할 때 우리는 성폭력의 두려움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 기독교여성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