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에서 휴가가 절대 필요한 것을 40대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깨달았다. 그 전까지는 오직 일에만 빠져 살 뿐 휴가를 모르고 살았다. 아니, 오히려 휴가는 사치의 일종으로만 생각할 정도였다. 사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대부분의 서민들에게는 휴가는 감히 꿈꿀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런 때에 가난한 교회의 목회자가 감히 휴가를 보내달란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월요일도 쉬지 않고 일주일 내내 소처럼 일하는 것만이 신실한 목회자인양 알고 사역했다.

부교역자가 없는 때는 주일날 오전 설교는 물론이고 오후까지 설교를 해야 했다. 어느 때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오후 설교가 재대로 준비되지 못하여 다른 이의 설교를 인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금처럼 프린터가 있어서 마음대로 복사하거나 스캐닝 할 수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컴퓨터로 검색한 엄청난 양의 설교들 중의 하나를 택해서 적당히 편집할 수 있었다면 좋으련만 당시는 프린터도, 컴퓨터도 없었기에 지금보다 몇 배로 고생해서 설교원고를 작성해야 했다.

그 뿐인가? 당시는 새벽기도 시간도 4시 30분이었기에 3시 30분부터 일어나 차임벨을 울리고 세수하는 등 준비해야 했고, 교회 차량 없는 때라 버스를 타고 서울 전역을 돌면서 봄 가을로 대심방을 해야 했다. 나중에는 점점 교인수가 늘어감에 따라 봄 3개월, 가을 3개월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강행군하며 교인들의 가정을 찾아가 예배를 드리고는 했다. 그러므로 대심방을 마치는 날이 해방의 날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외 금요일 오전에는 구역장 모임을 인도하고, 금요일 밤에 거의 늦은 시간까지 철야기도회를 인도해야 했다. 그런 시간 틈틈이 여기저기서 청탁해 오는 원고를 작성하고 특강이나 다른 교회 부흥집회를 인도해야 했으니 정말 눈코 뜰 새 없는 기간들이었다. 여름에도 휴가는커녕 중고등부와 청년부수련회에 참석하고 교인들과 함께 기도원에 찾아가 은혜 받는 일에 힘썼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열심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는 휴식이란 하루 정도 물가에 나가 고기를 구워먹으며 즐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게 지칠 정도로 사역했음에도 30대, 40대에는 자고나면 피곤이 풀리고는 했지만, 50대에 들어서서는 체력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몸살기운이나 입병이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 다행히 40대 중반부터 전임부교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함으로 일거리가 대폭 줄어들게 되었고 교역자들이 월요일에 쉬는 교회들이 늘어남에 따라 우리 교회도 월요일에 휴무하게 됨으로 상당한 휴식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나라 경제가 성장하면서 관공서나 학교, 은행이나 기업마다 휴가를 주는 추세가 점증됨에 따라 우리 교회도 여름이면 교역자들이나 직원들에게 한 주간씩 휴가와 휴가비를 주는 제도가 정착하게 된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그렇지 않고 30대나 40대처럼 쉬지 않고 사역에만 전력했다면 건강에 붉은 신호등이 켜지지 않았을까 싶다. 여하튼 월요일과 여름 휴가 기간은 정말 꿀맛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기간을 통해서 식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 산곡(山谷)이나 물가에서 음식을 나누며 대화를 나누었던 시간들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이들이 중고등부 시절, 교회 운전기사 식구들과 동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여행하며 바닷가에서 야영했던 일, 부부가 승용차를 타고 정선과 평창의 굽은 길들을 달리며 산천경개를 즐기던 일 등등. 그러나 담임목사의 입장에서 교회학교의 행사들을 대부분 마친 기간에 맞추어 휴가를 보내다가도 교회 중직이 돌아가셨다는 소식 때문에 중간에 돌아오며 아쉬워하던 때도 기억에 남는다.

은퇴한 지금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휴가기간이나 다름없지만, 진정한 휴식의 맛은 열심히 일한 후에 맞을 때 최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지금도 휴가에 대해서 아쉬운 것은 상당히 많은 교회들이 시행하고 있는 두 주간의 휴가를 우리 교회가 시도해 보지 못한 점이다. 많은 교회들이 교역자들이나 직원들에게 두 주간의 휴가를 주고 한 주간은 식구들과 함께 즐기게 하고 한 주간은 자신의 영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도원이나 수양관에서 말씀과 기도생활로 보내도록 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교회는 여름에는 휴식 위주로 한 주간을 주고 연초에는 영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 주간을 휴가로 주지만, 욕심에는 여름에 두 주간을 주고 주일은 다른 교회에 참석하여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 도전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 나가서는 7년마다 주어지는 안식년을 좀 더 활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크게 남아 있다. 이는 2004년도에 두 주간 동안 ‘성장하는 미국교회 목회현장’을 견학하고 크게 각성한 기억 때문이다.

좀 더 이른 나이에 그런 견학과 각성이 이루어졌더라면 내 목회방법에 대해 재조명해 봄으로 목회현장이 훨씬 새로워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담임목사에게 서너 달의 안식년을 허락함으로 미국교회 목회현장 견학이나 세미나 참석이나 성지순례를 통해서 충분한 휴식과 아울러 영성훈련에 새로운 기회가 되도록 한다면 안식년 후에는 새롭고 신선한 목회로 변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