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목 시절,
어느 교회에서는
추수감사주일 전 주일에
보너스를 주신다.
궁하던 부목 시절이라
그게 얼마나 귀했던지 ...

그런데 사실
그게 그게 아니었다.
추수감사주일에
담임목사님은
전 주일에 받은 그 보너스를
추수감사헌금으로
전부 드린다.
그리곤 감사절 다음 주일,
주보에 이름과 액수까지 나온다.

오, 기막힌 현실!

그러니
추수감사주일 직전에 주는
보너스는
그대로 추수감사 헌금으로
드리라는 뜻이었다.
괜히 좋다 말았다.
이름과 액수까지 밝혀놓는
그 주보를 보며
무척이나 씁쓸했던 추억이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그 교회에서 배운 것은
추수감사헌금은
평상시 감사헌금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
일 년을 감사하는 것이니
힘껏 주님께 감사드려야 함을
배웠다.

그것은 담임목회를 하는
지금도 그대로 몸에 배었다.
일 년의 감사를 힘껏 드리고프다.
이미 나보다 먼저
매 해 일 년의 감사를 힘껏 드리는
분이 계셔서
나는 늘 그 분의 뒤에 처져있는데
언젠가 나의 일 년의 감사가
앞서갈 때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런데
이번 추수감사주일,
독특한 액수의 감사헌금이 드려졌다.
365,000원!
무슨 의미일까?
은근히 알아보았더니
매일같이 천 원씩 감사를 드린 거란다.
그리고 그걸 모았다가
추수감사주일에 일 년의 감사로
주님께 드린 거란다.

아하, 이 분의 감사가
나보다 크다는 것을 느낀다.
이 분은 오늘 추수감사를 위해
일 년 동안, 매일같이
정성을 모아온 것이다.
그러니 액수는 내가 클지 몰라도
그 정성은
어디 비할 수 있겠는가?

주님께 드림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정성이다.
일 년 365일 매일 매일
감사를 모아 드린
그 분의 감사예물에
올 해는 주님께서 함박 웃으시며
우리 교회를 기억해 주실 것을 믿는다.

아마도 우리에게
좋은 일들이 듬뿍 있을 것이다.
아멘.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