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역설적 종교다.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이것이 바로 별세의 진리다. 한 때 담관암 수술을 받으며 별세 3수(三修)를 체험했던 한신교회 이중표 목사가 생전에 병상의 묵상을 통해 증류수처럼 걸러낸 ‘별세의 단상’은 별세 준비를 하고 있는 많은 분들 특히 삶의 목적지를 잃은 채 실의와 좌절에 빠져있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던져주고 있다.

별세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이른다. 그리고 별세의 신앙이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자신의 것으로 고백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부활하였음을 고백하는 신앙이 바로 별세 신앙이다. 여기에는 큰 고통이 없다. 죽음의 고통은 그리스도가 졌고, 우리는 다만 그 은혜를 믿고 받기만 하면 된다. 별세 신앙은 가장 평범하게는 매일매일의 잠 속에서 경험한다. 잠들 때마다 우리는 죽음을 경험하며 이튿날 잠에서 깨어나 새날을 맞이하면서 부활을 예감한다. 전신마취와 함께 받는 수술도 이와 같다. 마취와 함께 모든 의식을 잃는 것은 죽음에 대한 체험이다. 죽음에서 깨어난 다음에는 그 병을 고치고 새로운 존재로 깨어나 부활생명을 예감한다.

이 목사의 세 번째 수술은 하나님께서 십자가를 통해 부활에 이르는 성경적 신앙의 원리 곧 별세의 진리를 체감케 하는 은혜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목사는 세 번의 수술과 병상의 체험을 통해 별세 신앙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의 수련을 감사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솔직히 이때는 살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한 때는 살려달라고 하나님께 떼쓰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한다. 이 목사는 수술하고 나면 다시 소생할 것으로 확신했고 믿음을 가지고 수술을 받았다. 기도한대로 회복도 빨랐고 이 목사의 사역은 다시 계속 되었다.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애원하였고, 살려주시면 거룩하게 살겠노라 수없이 서원했다.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을 버리고 주님의 뜻을 따라서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겠노라 눈물로 탄원했다. 이 목사는 그 시련을 겪으면서도 주님께로 더 가까이 나아갔으며 거룩한 주님의 사람이 되는 과정으로 정진하다 별세했다. 우리들은 너나 할 것없이 천년만년 살 것 같지만 언젠가는 하나님 앞으로 간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언제 닥칠지 모를 죽음 앞에서 겸손하게 죽을 준비를 해야 한다

/조양교회 장로, 한국장로신문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