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뉴스 > 목회 무엇을 얻고, 누리고, 남기려고 너무나 바빴던 사역을 되돌아 보며 2008년 06월 02일 (월) 06:32:37 이만규 목사 morningcome.org 분주하다고 부지런한 것이 아니고 일을 많이 한다고 유능한 것이 아닌데도 또 한 주간 열심히 뛰어 다녔습니다. 우리 교회 주일 예배와 회의는 물론 다른 교회 임직식 설교까지 하느라고 감기가 덧나 목이 쉰 채로 지난 주일을 보내고 월요일 역시 분주한 일정으로 한 주간을 시작 했습니다. 새벽기도회를 마친 뒤 목이 쉬어 말도 잘 못하면서 영성치유학교 운영위원회를 시작으로 노회 임원회, 총회 역사위원회 등 회의에 참석을 하며 이곳저곳, 이사람 저 사람들을 만나는 분주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오라는 곳도 많고 가야할 곳도 많고, 만나자는 사람도 많고 만나야할 사람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모든 일에 내가 다 참견을 해야 하고 세상일을 내가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 생각할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사는 것이 잘 하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빠른 경주자들이라고 선착하는 것이 아니며 용사들이라고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며 지혜자들이라고 음식물을 얻는 것도 아니며 명철자들이라고 재물을 얻는 것도 아니며 지식인들이라고 은총을 입는 것이 아닌데(전도서 9:11) 이렇게 분주하게 산다는 것은 결코 지혜로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마음 쓰이는 일이 많습니다. 수만 명이 목숨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중국의 지진 소식이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불가항력의 자연 재해로 가족을 잃고, 병들고 다치고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거리에는 끊이지 않는 시위로 전쟁터를 이루고, 국민이 맡긴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질서를 잡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가 걱정스럽고 사회 혼란을 자당(自黨)의 기회로 아는 어리석은 정치인들이 밉고, 자기들 기분 때문에 국가 이익을 팽개치는 꾼들의 비양심에 약이 오리기도 합니다. 별것도 아닌 문제로 얼굴을 붉히고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거는 돈키호테의 동종(同種)들이 답답합니다. 목소리가 크면 이기고 큰소리치면 정의가 되는 줄 아는 단세포적 뇌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를 어지럽게 합니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누리고 무엇을 남기려고 이 야단을 치는지 걱정입니다. 수많은 위인도 사라지고 수많은 영웅도 사라지는데 말입니다. 우연히 전임(前任)교회의 교회요람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 교회를 떠나온 지 정말 엊그제 같은데 요람 앞부분을 차지한 낯익은 얼굴들은 거의 모두가 하얗게 쉰 머리가 되어 은퇴, 원로의 자리에 사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장로가 된 분들도 권사가 되고 안수 집사가 된 분들도 있었지만 그러나 거의가 다 이미 원로가 되고 은퇴를 하여 잊혀져가는 사람들이 되어 있었고 이미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사진조차 볼 수 없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교회 일을 혼자서 도맡아 하는 것처럼 그렇게 활력이 넘쳐 일하던 그분들이 이젠 원로라는 이름으로 교회 요람 앞부분을 차지하고 계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유능하고 중요한 사람들도 시간이 가면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늘 찌르는 존경을 받든 사람도,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사람도 결국 한결 같이 사라지고 흙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사람들은 천년만년이나 붙잡고 있을 줄 알고 얼굴을 붉히고 광대뼈에 힘을 줍니다. 「이루어 내기」를 위해 밤잠을 안자고, 목숨을 걸고 일을 하지만 결국, 세상의 어느 누구도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숨을 고르고 자기를 돌아보고 내가 지금 무엇을 얻고, 무엇을 누리고, 무엇을 남기려고 이렇게 숨 가쁘게 달려가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인생을 향방 없는 달음질, 허공을 치는 싸움(고전 9:26)으로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 신양교회 담임목사 ⓒ 소리(http://www.cry.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