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목회자신문)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인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써 있는 글이다. 이 글은 그가 죽기 전에 스스로 적어놓고 부탁해 새겨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묘비글은 마치 최근의 한국교회를 두고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국교회는 지난 한해 격량의 파도를 타고 넘어왔다. 그러나 새해가 되었어도 그 내용과 형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개혁과 자정에 대한 질타와 비판의 목소리가 이제는 개혁과 반개혁의 전선으로 나뉘어 전쟁같은 갈등을 벌이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원하는 목표와 뜻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대화와 타협은 발 붙일 곳이 없으며 화해와 중재, 타협은 그 설 수 있는 자리를 잃고 말았다.

각 교단이 신년하례를 기점으로 한기총을 둘러싼 포문을 다시 열었으며 이해관계에 따라 모임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다. 한기총은 이번 주에 열릴 것으로 예고되어 있는 정기총회 개최 여부가 그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도 숨고르기에 들어가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어떻게 할 것인가? 한기총 현 집행부가 한국교회의 걱정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단독후보로 나선 홍재철목사를 차기 대표회장에 선임하고 ‘마이웨이’를 외치고 나선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책위원회가 그 다음에 펼쳐 낼 ‘로드 맵’을 갖고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중대한 사안들 - 한기총, 세계교회협의회 부산총회 준비에 대한 가장 간단하면서도 심도깊은 진단은 ‘로드 맵’이기 때문이다. ‘로드 맵’이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사안을 앞에 놓고도 갈짓자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예장통합 총회가 이런 상황에 가장 대표 선수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려할 만한 것은 한기총 사태가 원탁으로 그 무대가 바뀌어지지 않고 이대로 지속될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 대안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나 일부 교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기총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3의 기구’를 만들면 된다는 식의 발언이 나오고 있을 뿐이다. 다른 교단은 그만두고라도 예장통합 총회는 정확한 ‘로드 맵’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한기총 사태는 막연하게 ‘제3의 기구’를 운운하면서 낭만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시기를 놓치기는 했지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행정보류를 했던 것처럼 한기총의 행정보류 결정으로 그 영향력이 행사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함께 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연합기구와의 활동에 주력하면 된다. 이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은 한국장로교총연합회와 교단장협의회를 통해서 한국교회를 아우르면서 일을 풀어나가면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은 또 다른 기구를 운운할 때가 아니다. 이렇게 해서는 한국교회에 혼란만 가중시킬 따름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한기총 문제를 놓고 숨고르기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제3의 기구를 만들어야 할 신학적 근거나, 시대적 당위성도 없이 일단 대응하는 기구를 만들어놓고 보자는 식은 건강한 해법이 될 수 없다. 현 총회 임원들과 집행부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로드맵을 먼저 만들고 이를 근거로 총회와 한국교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시류와 사안에 따라 끌려가는 모양을 지속해서는 안된다. 예장통합 총회는 현재 당면과제와 관련해서 어느 것 하나도 시원하게 풀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지적이 심화되면 현 집행부의 지도력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 아랍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진 재스민 혁명이 벌써 돌을 맞이하고 있다. 튀니지의 독재자였던 엘아비딘 벤알리 대통령 일가가 꼭 1년 전에 분노한 민심에 쫓겨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쳤다. 이렇게 재스민 혁명은 이집트, 알제리,리비아, 모로코, 시리아, 예멘,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바레인 등으로 이어졌다. 아랍의 봄이 찾아 온 것이다. 독재자는 무너지는 것이 역사의 순리이다. 한국교회여, 희망을 위해 다시 일어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