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우 박사는 한국의 시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조시 W 부시 대통령의 장애인 정책담당 차관보로도 일했다. 큰아들은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2011년 슈퍼닥터에 선정됐고, 작은 아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임법률고문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2011년 11월 29일 췌장암에 걸렸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요즘 미국 버지니아주 스프링필드시에 살고 있는 강영우 박사(68)는 1개월이라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뒤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여러분 덕분에 제 삶이 은혜로웠다”며 작별의 이메일을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독교 신앙 때문이다. 어린시절 그에게 시련은 해일처럼 덮쳤다. 중학교 3학년 때 골키퍼를 하다가 친구가 찬 공에 눈을 맞아 실명했다.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8시간만에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이미 3년전에 돌아가셨다.

졸지에 집안의 가장이 된 누나는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하다가 과로로 숨진다. “제가 살아온 인생은 보통 사람보다 어려웠다. 저는 나쁜 일이 생기면 미래에 더 좋은 일이 생긴다는 긍정의 유전자가 뼛속깊이 박혀있다. 그것은 바로 기독교 신앙으로 인한 것이며 고통과 시련에 직면한 젊은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암보다 깊은 병은 포기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게 가장 나쁘다”고 전한다.

췌장암은 현대인에게 죽음과 동격이다. 어떤 이는 대체의학 등으로 맞서지만 아직은 거대한 벽이다. 강 박사는 죽음 너머의 더 좋은 일 즉 ‘하나님 나라’라는 말로 췌장암과 화해했다. 삶과 죽음은 하나님이 아시고 결정하는 것이다. 죽음은 나쁜 게 아니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확신한다. 강 박사는 “긍정적인 가치관만으로는 안되고 섬김과 나눔의 가치관이 필요하다”며 “미국 최고의 명문 사립고인 필립스 아카데미의 건학이념이 ‘Not for Self(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공부를 하는 목적과 사는 목적은 내가 가진 것을 세상에 주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본인이 최근 탈고한 ‘장애를 축복으로 만든 사람들’이 금년 봄에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강 박사는 양평에서 태어나 맹학교를 졸업, 연세대 교육학과를 차석으로 졸업, 오늘의 그가 있게 한 아내 석은옥 씨와 미국으로 유학,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전공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양교회 장로, 한국장로신문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