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단계설’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 1908-1970)는 “당신에게 도구라고는 망치밖에 없다면, 모든 것을 못처럼 다루려 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생각이 좁고 아는 것이 적은 사람일수록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인줄 착각하고 그 고집에 갇혀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것이 다 맞다고만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은 들어올 틈이 없고 결국 자신의 생각에 갇혀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봐야할 것을 보지 못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어 결국 커다란 실수를 하게 됩니다. 신문을 읽어도 자기 보고 싶은 기사만 보고, 방송을 들어도 자기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자신의 좁은 시각으로 세상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우를 범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자기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늘 자기 세상에서 자기 소견을 따라 자기 식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자기의 한계를 뛰어 넘지 못하고 늘 그 한계 안에서 머뭅니다. 그래서 결국 정신적 자폐증 환자가 되어버립니다. 사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는 많은 것들이 틀린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린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목에 힘을 주고 주장하는 소견들에서 많은 오류를 보고 그들의 맹목적인 소신에 겁이 납니다. 누구나 선호하는 나름대로의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병적으로 굳어지거나 맹목적인 확신을 가질 때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그 폐해는 그의 사회적 위치나 영향력에 비례하여 심대할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겸허하고 가난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기본적으로 나보다 남을 낫게 여겨야 합니다(빌립보서 2:3). 늘 하나님을 신뢰하고 자신의 명철을 의지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지 말고 모든 일에 겸손히 하나님의 지혜를 따라야 합니다(잠언 2:5-7).

사순절이 깊어 갑니다. 그리고 부활의 새 날이 다가옵니다. 자기 확신에 차서 예루살렘을 통치하던 로마 총독 빌라도의 어리석음을, 대제사장의 종교적 확신이나 바리새인들의 자기도취에 빠진 경건, 사두개인들의 현실적 약삭빠름의 실패를 생각하며 자신을 바로 세우는 계절입니다. 군국주의 로마가 영원할 줄 알았던(Pax Romana) 빌라도의 확신이 얼마나 허무한 환상이었고, 대제사장의 종교적 권위가 얼마나 무력했으며, 바리새인들의 위선이 얼마나 가증스러웠던가를 생각하는 계절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이 없고 다 바람을 잡는 것임을 생각하는 계절입니다.

새봄이 시작되었습니다. 온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하는 겨울 추위가 따뜻한 봄바람 앞에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지는가를 보여주는 계절입니다. 그리고 생명의 능력이 얼마나 위대함을 깨닫게 합니다. 죽은 듯 말라있던 가지에 물이 오르고 회색빛 들녘에 생명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길바닥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던 땅을 그 가녀린 새싹이 뚫고 올라옵니다. 그래서 성경은 사망이 생명을 영원히 가둘 수 없고 사망의 쏘는 것이 생명 앞에 무력하게 무너진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생명의 예수님은 완고하게 닫혀져 있던 돌무덤을 열어젖히고 생명의 승리를 만천하에 보여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생명은 사망을 이깁니다. 생명은 사망권세를 이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짓이 난무하고 불의의 생명이 넘실거리는 현실에서도 낙심하지 않습니다. 거짓과 속임수가 나라를 온통 집어삼킬 것 같은 현실에서도 역사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믿기에 불안하지 않습니다. 일시동안은 사망이 생명을 삼키는 것 같지만 생명, 그 작은 생명의 싹들을 영원히 무덤에 가두어 둘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우리는 무덤의 돌문을 굴려버리고 생명의 승리를 보여줄 날을 기대합니다. 예수님을 사망에 가둘 수 있었던 시간은 겨우 3일이었습니다. 온통 세상이 뒤죽박죽이 되고 불의와 날조와 거짓이 세상을 뿌리째 흔들어 버리는 것 같은 현실도 3일을 넘기지 못하고 무너져버린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의 사건을 기억합니다.

부활을 기다리는 새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사순절 기간이기에 그렇습니다. 우리는 십자가의 길을 따르지만 그 길은 무덤을 향한 길이 아니라 부활을 향한 길, 생명의 승리를 향한 길입니다. 우리 주면에 각가지 신음소리가 들리고 탄식의 한숨이 들리지만 그러나 우리는 새봄을 기다려야 합니다. 어느 겨울이나 어떤 추위도 다가오는 봄을 막을 수 없고 어떤 어두움도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모두 일어서 당당히 우리의 길, 생명의 길을 가야합니다. 아직 그늘진 응달에 잔설이 남아 있고 가끔씩 강가에 삭풍이 불어와도 다가오는 봄, 생명의 새역사를 막지 못할 것을 믿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내일을 바라봅시다. 생명의 새역사가 다가옵니다. 새봄이 다가옵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