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으로 볼 때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불합리하고, 불평등하고, 도대체 희망이 없는 사회처럼 보입니다. 별것도 아닌 단 한번 치르는 수능시험 성적이라는 잣대로 사람을 차별하여 자기가 가고 싶은 학교, 하고 싶은 공부를 할 기회도 주지 않습니다. 그 비좁은 입시의 문을 뚫고 비싼 등록금을 내고 공부를 하고나도 취업의 길은 바늘구멍이고 창업 역시 엄두도 못 낼 형편입니다. 물론 그 잘 나간다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은 여간해서 넘보기 어려운 딴 나라 이야기이고, 겨우 일자리를 구해도 적성이나 특기를 살리기는커녕 먹고 살기에도 빠듯하니 이런 생계형 직장의 열악한 일자리에서 젊음을 보내기는 인생이 너무 따분하고 괜스레 조바심이 납니다. 그래도 뭔가 기회가 있을까 스펙을 쌓지만 누가 알아주기나 할지 답답하고 분노가 치밉니다.

어른들이 하기 좋은 말로 “도전하라 용기를 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권하는 어른들 스스로도 자신 없는 충고인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 격려조차 부담이 됩니다. 이 모두가 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정부나 돈줄을 잡고 있는 기업이나 우리 사회의 힘 있고 돈 있는 자들의 농간 같아서 더욱 울화가 치밉니다. 세상이 다 힘 있는 자들의 독과점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힘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진지한 노력들이 무모한 도전이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이런 독점구조를 그냥 다 때려 부수고 다시 시작하지 않는 한 힘없는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한동안 동반성장이라는 구호는 거창했지만 대기업들의 수익률은 고공행진을 거듭해도 그 밑에 관련 협력업체와 하청업체는 계속된 내리막길에 빈사상태에 이르고 취업의 길은 더욱 좁아지니 기업입국이 아니라 기업망국인 것 같습니다. 이것이 아마 오늘을 사는 많은 젊은이들이 체감하는 사회분위기이고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 같습니다. 이력서를 수십 장을 써들고 이문 저문 입사의 문을 기웃거리다 지친 사람들은 더욱더 현실감 느껴지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의 현실입니다. 우리 청년들 앞에 놓인 막막한 현실입니다.

그렇다 치고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특히 우리 기독청년들이 이런 현실을 어떻게 타개해야 합니까? 높은 벽 앞에 그냥 주저앉아야 할지, 아님 될 대로 되라고 포기를 하든지, 무슨 요행이라도 기다려서 여기 저기 기웃거려야 할지? 그래도 살아남기 위하여 비굴한 굴종의 길에 서야할지? 아님 이 불합리한 현실에 의분을 느껴서 분노하고 더 이상 힘 있고 돈 있는 자들의 들러리나 서고 기득권 세력들 위주로 만들어진 법 체제에 순응할 수 없으니 현실체제에 저항하고 무슨 수단을 동원하든지 사회변혁을 위한 혁명을 꾀해야 할지? 당연히 젊은 마음에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로마서 13:1)라는 성경의 교훈이 기득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민중의 아편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요. “도대체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준법을 하며 이런 지도자들의 통치에 어떻게 순응할 수 있느냐? 그건 노예근성일 뿐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저항을 해야 하고 필요하면 폭력을 쓸 수밖에 없고 파괴적 저항도 정당화 될 수 있다”는 칼 마르크스 식의 주장이 훨씬 더 진리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끔직한 폭력 시위나 파괴적 저항은 불가피한 정당방위이고 정부나 기업, 있는 자들을 향해 투쟁을 선언하고 적대감을 가지고 저항하는 일은 의로운 거사(擧事)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확실히 우리 사회는 문제가 있습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 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 생각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문제, 나 자신의 열등성과 무력감, 내가 당하는 현실적인 박탈감의 원인이 모두 남의 탓인지, 나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는지? 정말 모두 힘 있는 다른 사람들만의 책임인지? 겸손히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취직을 하고, 지금도 창업을 하고, 지금도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이 있음도 인정해야 합니다. “공을 잘 받을 재주가 없으면 공을 던지는 쪽을 택하라”는 어느 회사의 캠페인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주의해야할 것은 나의 삶의 태도, 잘못된 현실 이해가 혹시 젊은이들의 분노를 부추겨서 파괴적 저항을 주도하는 세력들에 이용될 위험은 없는지를 점 더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라는 사상과, “수단 역시 정당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청년주일입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청년성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겸손히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알고 자신을 향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연히 이 땅에 온 것이 아니고 오늘 우리시대에 대한민국에 살도록 보낸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오늘을 주시고 나를 통하여 이루실 하나님의 비전을 발견하고 그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