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다'라는 출판사로부터 자녀 교육에 대한 원고청탁을 받은 것은 작년 11월 초순이었다. 연말까지 집필해달라는 조금 급한 청탁이었다. 사실 주변에서 나꼼수 용민과 슈스케 용범을 어떻게 키웠는지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기에 흔쾌하게 청탁을 받았들였고 두 달동안 집중적으로 집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출간과 동시에 두 아들의 강연일로 잡았던 3월 초순에 용민이 난데 없이 국회의원으로 출마함으로 5월로 연기되었다. 선거기간동안 아들은 엄청난 상처를 받았을 뿐 아니라 40년 목회하면서 쌓았던 나의 명예도 바닥으로 떨어지는 비참함을 경헌했다.

지난번 '막말 김용민과 엄마의 마음'이란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용민의 막말 파문은 조중동과 여권이 장악한 방송이 만들어낸 파동이라는 말이 옳은 표현이다. 그런 식의 인격살인적인 맹공으로는 어느 누구든지 하루 아침에 패륜아요, 반역자로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어쩌다가 한국 언론과 방송이 이처럼 저급하게 되었는지 당한 입장에서는 끔직하다는 생각 뿐이다. 여하튼 낙선한 아들이 완전히 몰매를 맞는 불리한 상황가운데서도 출판사가 책을 출간하여 준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특별히 출판사측에서 부록으로 편집후기까지 정성스럽게 써준 것은 잊을 수 없는 후의가 아닐 수 없다. 그 편집후기를 아래에 담아본다.

편집후기

2011년. 한국 사회에서 최대의 화제는 ‘나는 꼼수다’였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캐스트라는 신종 미디어(따지고 보면 음원 파일에 불과하지만)가 우리 귀에 익숙해졌고,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한인들 사이에서 나꼼수 방송이 선풍을 일으켰습니다. 같은 시기에 TV에서는 온갖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끌어당겼습니다. 나꼼수의 패러디 원본인 ‘나는 가수다’도 그 중 하나였지요. 그리고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는 케이블방송 <엠넷>의 ‘슈퍼스타K’였습니다.

때마침 2011년에도 ‘슈퍼스타K3’는 지상파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치고 원조로 최대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울랄라세션, 버스커버스커 등을 잘 아실 겁니다. 이 슈스케의 총지휘자는 김용범 PD입니다. 김용민 PD의 연년생 친동생이죠. 같은 시기에 연년생 형제가 라디오와 TV를 통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진기한 일입니다. 그래서 출판사는 김용민 PD에게 부모님은 어떤 분이신지, 어려서부터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를 물었습니다.

김용민 PD의 별명이 ‘목사아들돼지’로 유명하죠? 형제의 부친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김태복 원로목사님이었습니다. 김 목사님을 어렵사리 만나 출간을 의뢰했습니다. 일단 책의 내용에 앞서 70세를 넘긴 목사님의 선하고, 인자한 웃음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옆자리의 사모님은 지금도 신학대학원을 다니고, 젊은 사람들과 영어 성경공부 스터디에 바쁘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사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뭐 특별히 가르친 게 없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오히려 학원도 제대로 못 보냈다. 그저 하나님 뜻대로 키우려고 노력했고, 아이들의 달란트를 키워주려고 했다”는 답도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원래 진리라는 것은 아주 평범한 데 있는 법이죠. 실제로 어려서부터 김용민 PD는 라디오 선교방송을, 김용범 PD는 주한미군방송인 AFKN을 끼고 살았다고 합니다.

김태복 목사님이 평생을 바쳐 키운 교회를 조건 없이 후임자에 게 물려주고 교회를 떠난 사연을 들으면서는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몇 번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두 형제의 누나인 김지연은 동양인 최초의 부르더호프 멤버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이분도 삶의 궤적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12년 3월 책이 완성됐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휘황찬란하고, 현학적인 어휘로 중무장을 한 다른 자녀교육서들과는 좀 다르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 자녀교육에 골몰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김태복 목사님의 세 자녀가 그들이 받은 교육을 너무도 선명하게 대변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출간 직전 김용민 PD가 전격적으로 4·11총선에 출마했습니다. 출판사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출간을 선거 후로 미뤘습니다. 그리고 김용민 PD가 국회에 입성하면 이 책도 좀 더 주목을 받겠구나 하는 치기어린 기대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거 과정은 끔찍했습니다.

초반만 해도 나꼼수 열풍에 힘입어 당선은 문제가 아닐 듯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말 파문이 터지면서 김용민 PD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됐습니다. 그것도 좋지 않은 쪽으로 말이죠. 김 PD는 자신의 선거에서 진 것은 물론 야권연대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까지 한 몸에 받았습니다. 책 출간도 중대 기로에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책은 약간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예정대로 출간하기로 했습니다. 혹자는 “막말을 일삼은 사람을 뭘 잘 키웠다고 책을 통해 자랑하느냐?”고 흉볼 수도 있을 겁니다.

저희는 8년 전 성인방송에서 했던 말이고, 전후사정을 따져보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이미 사과도 했다고 변명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그 사건이 결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를 조금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저희의 확신만큼은 믿어주셨으면 합니다. 저자는 ‘청지기’처럼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웠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2남1녀 삼남매는 ‘그들이 만일 내 자식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사회인들입니다. 이 책과 인연이 된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합니다. 샬롬, 늘 평안하십시오.

도서출판 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