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교회들의 노골적 선거개입 어떻게 볼 것인가

작성:2012-06-08 오전 8:16:01 수정:2012-06-11 오전 7:12:15

# 장면1-김용민 ‘막말’, 한기총 ‘막장논평’

“돼지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 수많은 이들에게 유익을 주는데, 김용민은 돼지만도 못한 희대의 파렴치한 패륜아임을 밝혀둔다.… 패륜아의 아버지인 예장 통합측 김태복 목사도 이 모든 사태에 대해 한국교회 앞에 석고대죄하여 하나님 앞에 사죄하라”

시청 앞 보수집단 집회에서 나온 ‘막말 인용구’가 아니다. 정치권에서 나온 말도 아니다. 기독교 연합기구라고 자처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지난 4월 총선에 앞서 발표한 ‘패륜아 김용민의 막말사태에 대하여’라는 논평의 일부 인용구이다. 총선출마자에 대한 ‘막말’을 논평한 것이라지만 오히려 기독교 역사에 길이 남을 기독교의 ‘막장 논평’이고, 총선개입 막말 퍼레이드다.

한마디로 기독교기관에서 발표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막장 시각을 담고 있다. 논란이 됐던 김용민씨의 막말파문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는 ‘김용민의 막말’을 뛰어넘는 ‘인간비하의 막말’이고, ‘연좌제 막말’이란 점에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후과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김용민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죽을 죄를 지었고 패륜적 행위를 했는데 기독교단체가 이런 용어의 막말을 동원하면서까지 논평했는지 의아해 할 수 있다. 

‘김용민의 막말’과 ‘한기총의 막말’ 비교를 통해 진실을 역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김용민씨는 2004년 10월부터 2005년 1일까지 인터넷 방송 ‘김구라, 한이의 플러스 18’에서 활동한 바 있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김 후보는 2004년 12월 방송에서 ‘테러 대책’이라며 “유영철을 풀어가지고 부시, 럼스펠드, 라이스는 아예 강간을 해가지고 죽이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에 대해 테러를 하면 해외 반미테러집단이 한국을 테러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미성년자 불가의 인터넷 방송이라지만, 양성평등이나 도덕적 잣대에서 보면 그 발언은 사회적 통념상 용인될 수 없다. 더구나 공직선거에 나온 사람으로서는 과거의 자신행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문제였다. 당사자는 총선에서 그 대가를 치렀다. 또 이것이 논란이 된 후 곧바로 사과했다.

그러나 한기총은 마치 김용민씨가 강간을 저지른 듯한 ‘행위적 패륜’까지 저지른 사람보다 더 한 범죄자처럼 묘사하고 있다. 기독교단체가 강간이나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게도 “돼지만도 못한 희대의 패륜아”라는 몰상식한 표현을 쓰면서까지 비난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한기총은 ‘연좌제’를 동원했다. 목회자인 김씨 부친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패륜아의 아버지로서 한국교회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내질렀다. 일평생 목회로 봉사한 후 명예롭게 70세 이전 자원은퇴한 김태복 목사가 과연 아들의 과거 말실수 때문에 이런 막말을 듣는 것이 온당할까? 그것도 교회의 연합기구를 표방하는 단체의 공식 논평을 통해서 말이다.

김태복 목사는 가곡교회 7년, 홍익교회 33년 담임 후 지난 2008년 70세 이전 자원은퇴했다. 올곧은 성품으로 개혁적 목회를 펼친 인물로 정평 나 있다. 평소 자녀들이 부친을 존경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남 못지 않은 자녀교육을 시킨 아버지로서, 교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목회자로서 살아 왔다. 은퇴후에는 노회나 교회의 요청으로 설교목사로 봉사했고 최근 인터넷 신문 ‘크리스챤웹진 소리’를 운영하면서 한국교회와 사회의 바른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김 목사가 “돼지만도 못한 희대의 파렴치한 패륜아”를 아들로 둔 아버지로서 석고대죄하며 사죄하라는 막말을 들었다. 다름아닌 교회연합기구를 통해서이다. 이는 한기총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는 ‘막말 논평’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장면2-김홍도 목사의 300만원 벌금

서울시장 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해 10월 23일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설교나 기도를 통해 일제히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해 색깔론을 제기하며 지지하지 말라고 종용했다. 그중 압권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기도.

김 목사는 금란교회 예배 기도를 통해 “심장부와 같은 서울에 사탄마귀에 속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어떻게 하나. 건전한 사상, 올바른 국가관을 가진 사람이 시장이 되도록 기도하자. 이번 시장선거가 잘못되면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진다”고 말했다.

김목사는 2007년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도 예배에서 “장로님이 꼭 대통령이 되게 기도해 달라”고 주장해 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시 무상급식 여부를 묻는 투표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북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재환)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 발언을 한 김 목사에게 300만원 벌금형에 처한다고 지난 5월30일 밝혔다.

김 목사는 당시 발언이 문제가 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또한 그는 박 후보의 사상과 경력에 문제가 있으니 당선시키면 안된다는 내용의 기고문이 담긴 신문을 언급하며 “신문이 나왔으니 서너 장씩 가져가서 가족끼리 돌려보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김 목사 측은 “목사가 교회에서 예배 중에 통상적으로 할 수 있는 표현에 불과하고 특정 후보의 실명을 거론한 바도 없어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 내용과 신문 기사 내용을 종합하여 볼 때, 누구나 피고인이 말한 ‘사탄, 마귀에 속하는 사람’이 박원순을 지칭하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김 목사 쪽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재판부는 “대형 교회의 목사로서 선거에 임박하여 예배 시간에 교인들에게 특정 후보자를 반대하는 내용의 말을 하였는바 그 죄질이 가볍지 아니하고, 동종 범죄전력도 있다”면서도 후보자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고 기도를 통해 발언한 점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한편, 북부지법은 박 후보를 비난하는 지역신문을 제작·배포한 서경석(64·목사)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와 김병관(58) 전 서울시 재향군인회 회장에게도 각각 벌금 200만원형을 내렸다. 서 목사 등은 박 후보의 사상과 경력에 문제가 있으니 당선시키면 안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쓰고 이를 담은 신문 호외편을 만들어 금란교회 등에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와 보수정치권의 야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선거 때만 되면 보수정권의 승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또 집권기간에는 정권의 울타리를 자처했고, 각종 특혜도 독차지했다.

지난해 8월24일 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기독교 일각에서 보인 행태는 가관이었다. ‘총력을 기울인다’는 표현도 무색할 정도로 그 물량적 공세는 엄청났다. 기독교인들에게 투표참여 문자홍수, 독려전화가 쏟아졌다. 심지어 투표당일 교인들 개개인에 대한 인원동원은 ‘목불인견’이란 용어가 떠오를 지경이었다.

# 종교와 권력이 通하다

선거 때만 되면 노골적인 목소리를 내는 일부 기독교, 특히 일부 대형교회 세력의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들은 스스로를 ‘보수’라고 자청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보수라고 분류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타락한 종교와 세속적인 부패권력이 불가분의 관계인 것은 세계역사가 증명한다. 세계역사까지 확장할 필요도 없이 한국현대사가 이를 잘 말해준다. 역대 대통령과 지근거리를 유지했던 인사들의 행보는 기독교의 가치를 실현하기보다 개인의 영달과 이익에 충실하면서, 그들 그룹의 이해실현에만 몰두했다.

이승만, 김영삼, 이명박 등 ‘장로대통령’ 시절 기독교가 보인 퇴행적 행태로 인해 한국교회는 동반추락했다. 특히 김영삼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기독교의 신뢰도는 급전직하했다. 소위 ‘장로대통령 만들기’에 전력을 기울이는 교회의 모습을 지켜본 일반 국민들은 노골적으로 염증과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진보적 인사들도 대거 정치권에 합류했으나, 교회나 기독교적 가치를 실현하기보다 개인적 영달에 함몰됐다. 10년 동안 그들의 이익 말고 한국교회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지적이 거세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한국교회는 사회적 신뢰를 잃으면서 지도력 저하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적 영역에 한정한다면 교회는 지고지순한 가치를 실현하는 종교로서가 아닌 부패한 종교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이익집단’으로 각인될 정도다. 한국교회를 공동의 선을 실현하는 종교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늘고 있다는 점은 생각할 점이 많다.

이는 지난 총선에서 기독교정당의 기치를 내건 정당이 1.4%의 득표율을 보인 결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4월11일 실시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결과 기독교정당은 정당투표 득표수 1.42%에 그쳤다. 기독당이 25만7164표를 얻어 1.2%, 한국기독당이 5만4320표를 얻어 0.25%를 얻는데 그쳤다.

이같은 결과는 기독교란 이름을 내건 이들 정치인에 대한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교계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이들이 번번이 ‘기독교’ 명칭의 정당을 내걸고, 실패를 거듭함으로써 한국교회의 왜소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더 심각한 것은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는 점을 이 지표가 말해준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보수정당에 대한 표 쏠림 현상이 강할지라도 이 정당들의 초라한 득표성적은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패는 부패를 낳고, 부패한 세력은 부패한 세력과 통한다. 일부 세속화된 정치교회는 부패한 정치세력 및 권력과 이해를 같이하며 동반추락을 마다하지 않는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서로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며 공생한다.

12월 대통령선거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계속 추락할 것인지, 아니면 신뢰회복의 터닝포인트로 삼을지는 한국교회의 몫일 수밖에 없다. 이전과 같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할 경우 교회의 신뢰도는 동반하락 할 수밖에 없다.

누구를 지지하든, 정치적 입장이 어떻든 보다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와 관련 한국교회가 자중하면서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교회와 선교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몰두하다가 신뢰하락으로 선교 장애를 빚는 우를 더 이상 범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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