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바로 살아가려면 세상에 대하여 정확히 바로 알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 성도들은 우리를 향한, 그리고 우리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바로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로 아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세상은 우리 삶의 현장이요 우리는 이 세상이라는 시간과 공간 안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학자 칼 바르트는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동향에 대하여 민감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이나 문제에 대하여도 정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이 세상이 바로 되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여 세상을 바로 세우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혹 성도들이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요, 우리의 관심은 하나님의 나라이지 세속 사회가 아니므로 세상은 몰라도 된다.’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까짓 썩어질 세상 될 대로 되어라’라고 무관심하거나 포기한다면 그것은 성도의 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에 대한 무책임입니다. 우리의 삶과 사명, 그리고 사역의 현장인 세상에 대하여 무관심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성도의 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책임 있게 살려면 세상을 정확히 알고 바로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세상을 바로 알고,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세상이 바로 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세상에 빠져 버린다거나 세상 문제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세상적 가치에 빠져서 마치 이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모든 삶의 목적을 이 세상에 두고 세상 문제에 인생을 걸고 희로(喜怒)애락(哀樂)을 거기서만 찾아서는 안 됩니다. 자기의 가치, 혹은 이념, 혹은 어떤 집단, 혹은 어떤 문제에 영혼을 팔아버리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바로 알기는 해야지만 거기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나무 하나하나를 봐야 하지만 그러나 우리는 숲 전체를 보는 새의 눈(鳥瞰)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 하나하나보다는 그 사건이 만들어지는 시대를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을 분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맹목적으로 세상을 따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로마서 12:2).

많은 경우, 세상 문제나 어떤 사안 혹은 어떤 이념이나 편견에 집착하기 때문에 신문을 보거나 보도를 들으면서 마음이 불편하고 지나친 격정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곧잘 왜곡된 고집에 고착하기 쉬워집니다. 그리고 더 이상 발전하거나 변화가 어려워집니다. 거기다가 자기 의, 자기 정당성이 더해지면 자기신념에 대한 오만까지 생겨서 더 이상 발전은커녕 자기중심으로 세상을 보고 자기와 다른 생각들에 대하여 정죄하고 소위 의분(義憤)까지 생겨서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보편적 사고조차 불가한 정서적 장애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혼자는 고고하지만 세상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정신적 외톨이가 되는 것입니다.

세상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지만 세상문제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늘 이 세상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한계 안에 있음을 인정하고 살아야 합니다. 죄인 된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선을 추구해 가는 현장이기 때문에 늘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도 포기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의 현장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성도들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뜻을 찾고, 그 뜻에 순종하며, 자신의 시대적 사명과 사역을 찾고, 그 일을 위하여 자신의 능력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치 세상이 끝나는 것 같이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이 세상이 전부인양 세상 물결에 표류해서도 안 됩니다. 늘 정신을 차리고 순간순간 하나님의 뜻을 찾고 바로 결단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성경은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이들과 같이 자지 말고 오직 깨어 정신을 차릴지라(데살로니가전서 5:6)”라고 권고하고 있고, “우리는 낮에 속하였으니 정신을 차리고 믿음과 사랑의 호심경을 붙이고 구원의 소망의 투구를 쓰자(데살로니가전서 5:8)”라고 권고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해야 합니다(베드로전서 4:7).

세상을 좀 초연하게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 생각’보다는 ‘하나님의 뜻’을 먼저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들의 삶과 역사(歷史)를 통하여 역사(役事)해 가시는 하나님의 뜻을 헤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세상 모든 일들 가운데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도록 쓰임 받기를 바랍니다. 굳어진 아집, 교조화(敎條化)된 자기 원리에 집착하여 세상을 그런 눈으로 보고, 남을 그런 눈으로 판단하고, 자기 인생을 그런 눈으로 만들어가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수많은 반신적(反神的) 흉물(凶物)들이 영웅(英雄)이 되려고 하는 세상에서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평행 시각을 가지고 하나님의 뜻을 붙잡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인생을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늘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귀, 하나님의 뜻을 보는 눈, 그리고 그 뜻을 깨달아 아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정확히 알기는 해야 하지만 그러나 세상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는 매여 있어야 하지만 세상으로부터는 자유 해야 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