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나의 큰 누이 권사님을 만났는데, 얼굴이 어둡다.
사정을 물으니
오래전에 주님께 예배당을 하나 건축해 드리겠다고 서원했는데,
아무래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이에 내가 제3세계 선교지에 교회당을 세우면 되지 않느냐 했더니
얼굴이 환해지신다.
얼마면 되느냐 하기에 무심코 일천만원 정도면 될 거라 했다.

두 달 전쯤에 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 그 서원 건이 자꾸 마음에 떠오른다며,
여전히 그 액수면 가능하겠느냐고 한다.
어려운 사정을 잘 아는 터라 그럴 것이라고 했더니
며칠 뒤, 전화가 왔다.
이것저것 해약하고 끌어 모아 천만 원을 계좌로 보냈으니
해외에 교회당을 건축해 달라는 것이다.

위로하느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막상 하려니 그게 어림도 없다.
동남아 권에서는 이미 물가가 다 올라 이천 만 원 이상이 들고,
만만해 보이던 네팔에 연락을 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이를 어쩔꼬 ... 고민의 공이 내게 넘어 온 것이다.

그런 중, 갑작스레 파키스탄의 민하스 목사님이 방문하였다.
아무래도 그 얼굴에 뭔가 쓰여 있다.
그래서 다짜고짜로 부탁할 일이 뭐냐 했더니 종이 한 장을 내민다.
거기에 부탁할 것들이 기록되어 있는데,
내 눈에 확 띄는 것,
파키스탄의 무슬림 지역에 무슬림장로교회를 건축하는데
5,000불이 든단다.
혹시 이 분이 ‘0’을 하나 빠뜨렸나 싶어 다시 확인했더니 분명하단다.
정말 이 가격이면 되겠냐 했더니
공사를 시작하면 조금은 더 올라갈 것이지만
이것으로도 시작은 할 수 있고,
올라가도 그리 많이 올라가진 않는단다.
그래서 넉넉잡아 6,000불에서 6,500불정도. 720만원에서 780만원!

아하, 하나님께서는 바로 이 교회,
파키스탄 구즈란왈라 시의 무슬림장로교회를 건축하려고
내 누이 권사님을 움직이셨고,
나로 하여금 준비케 하셨으며,
마침내 이 민하스 목사님을 파키스탄에서 보내셨구나!
그동안 민하스 목사님과 파키스탄의 그 연약한 교인들은
예배당 건축을 위해 얼마나 많은 기도를 했을꼬 ...
이 이야기를 민하스 목사님께도 알려줬더니,
그 분이 받는 감동이란 형용할 수 없다.
아, 좋으신 하나님!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는 허술함이 없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