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다녀 온 노회원 수련회에서 알게 된 장석배 목사님이 시(詩)를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강원도 홍천의 한 농촌에서 목회하는 목사님의 외로움과 아픔, 그리고 우리 모두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 깊은 곳에서부터 아련히 아려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서로를 돌아보는 우리의 마음은 지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슴 가뭄
-장석배(홍천 대곡교회 담임목사)

때가되면 찾아오는 몸살이 있다.
밤을 새울 만큼 고달픈 순간이 있다.
그냥 스칠 수 없는 일이 있기에
오기를 부리며 씨름을 하지만
피곤한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다.

농부는 애태우며 비를 기다리는데
뜨거운 볕은 무던히 속을 태운다.
목마를 때마다 옆에 물병이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우리 인생은 항상
목마른 것이 아니더냐.

몇 명 되지도 않는데
졸고 있는 성도 앞에서
설교를 하다가 갑자기 목이 메인다.

가뭄에 물을 퍼다가
채소밭에 물을 주던 고개가
끝도 없이 수그러진다.

나의 목마름 저들의 목마름
모두 서럽다.

마음을 할퀴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인간은 이기적인데
누구를 탓하랴.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닌데
모두가 자기 생각에 바쁘니
엉뚱한 소리로 다가온다.

위로 받고 싶지만
모두가 서러운데
누구를 위로하랴.

뜻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면서
맛있는 식사를 사겠단다.

그 전화 한통에
지친 내 몸을 기대어 본다.

나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