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김용민 님)

■요한복음 3:16~17

16 하나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주셨다.
17 하나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시켜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 골로새서 2:8, 20~23

8 여러분은 헛된 철학의 속임수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그것은 세속의 원리를 기초로 인간이 만들어서 전해 준 것이지 그리스도를 기초로 한 것은 아닙니다.
20 여러분이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세속의 유치한 원리들을 버렸다면 어찌하여 아직도 이 세상에 속하여 사는 것처럼
21 "이것은 집지 말고, 저것은 맛보지 말고, 그것은 건드리지 마라." 하는 따위의 규정에 묶여 있습니까?
22 이런 것은 모두 한번 쓰고 나면 없어져 버릴 것으로서 인간이 명령하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23 이런 규정은 제멋대로의 예배와 과장된 겸손과 부질없는 금욕주의 따위로 현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육체의 욕망을 제어하는 데는 조금도 힘이 없습니다.


올 1월 미국의 한 포털 사이트에 이 ‘요한복음 3장 16절’이 급상승 검색어가 됐습니다. 때는 미국에서 지금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스포츠 스타 가운데 한 명인 미국프로풋볼 덴버의 쿼터백이자 스물다섯 살의 앳된 청년 '팀 티보'가 피츠버그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80야드 끝내기 터치다운을 던지며 자기 팀의 29-23 연장승을 이끌었던 날이었습니다. 이때부터 하루 동안만 ‘요한복음 3장 16절’이 구글에서 1억20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1위였던 것이지요.

티보는 플로리다 대학 시절 아이블랙 그러니까 선수가 햇빛 반사를 막기 위해 눈 밑에 검댕을 칠하는 것에 'John 3:16'을 새겨 넣기로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미국프로풋볼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메시지 전하는 것을 금기시해 못하고 있지요. 경기 때에도 그런 아이블랙은 원천 금지됐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 총 316야드를 던졌습니다. 10번의 패스를 해 패스당 31.6야드를 기록한 것입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덴버와, 상대팀 피츠버그 사이에 4쿼터 시청률이 31.6 레이팅을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TV를 보유한 미국 전체 가구의 31.6%가 4쿼터를 지켜봤다는 얘기입니다. 전자는 인간의 실행의지로 가능하지만, 후자는 신의 섭리로나 가능하겠지요. (하나님이 31.6%의 시청률로 티보에게 화답하셨다고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게 신화화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여담입니다만, 티보는 어머니가 임신 초기 치명적인 아메바에 감염돼 목숨이 위태했었다고 합니다. 낙태 권유를 받았지만, 끝까지 아이를 품었고 결국 무사히 태어났습니다. 영웅이 되던 날 티보는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기자들 앞에서 "오늘 내가 한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피츠버그전 승리가 아니다. 지금 경기장을 나가면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중요한 일은 73번의 작고 큰 수술을 받은 어린 소녀를 만나 위로하고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몸 아픈, 이름 모를 소녀를 위한 기도가, 경기보다 더 소중하다는 그의 마음씨, 참 아름다운 신앙인의 풍모입니다.

티보는 왜 요한복음 3장 16절을 세상에 알리려 했을까요. 성경을 딱 한 구절로 요약하라면 요한복음 3장 16절이다, 이런 말은 교회 오래 다닌 분들에게는 생소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 구절을 ‘껍질 속의 성경’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성경의 메시지를 세상 사람에게 압축적으로 보여주려 했던 것입니다.

이 말씀을 기록한 사람은 사도 요한입니다. 성경에는 세례 요한을 비롯해 5명의 요한이 나옵니다. 사도 요한, 세례 요한 말고도 베드로의 아버지 요한, 마가의 다른 이름 요한, 산헤드린 공회의원 요한이 있습니다. 사도 요한은 바울에 이어 신약성경에서 가장 많은 책을 쓴 인물입니다. 요한복음, 요한 1,2,3서, 요한계시록이 그의 작품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의 좌편에서 소녀처럼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흰 손을 겹치고 있는 사람, 바로 사도 요한입니다. 물론 ‘다빈치 코드’라는 소설에는 그 사람이 막달라 마리아이며, 나중에 예수와 살림을 차려 애 낳고 살았다고 묘사합니다. 말 그대로 소설입니다. 하이틴 시기에 예수를 만났던 요한은 사도들 가운데서 나이가 가장 어리며 나약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지만, 훗날 식스 팩을 소유한 남성으로 거듭났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왜냐 하면, 형제인 야고보와 함께 가버나움에서 베드로, 안드레와 고기를 잡았던 어부였거든요. 어부는 육체노동이 심합니다. 그물을 끄집어내는 일은 물론, 지금은 하지 않는 거센 파도 헤치며 노 젓는 일까지 도 맡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터프한 요한이 쓴 성경기록을 보면, 하나같이 여성적인 감수성이 물씬 풍깁니다. ‘사랑’을 무려 50번 이상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이는 비슷한 시기에 저술된 마태, 마가, 누가복음 같은 공관복음에는 없는 말씀입니다. 또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는 기독교 계명의 정수를 보여준 구절도 요한복음에 나와 있습니다.

요한은 밤을 새워 고기를 잡은 다음 예수님을 제일 먼저 알아본 인물이 요한이고, 예수의 최후를 지켜봤던 유일한 제자가 요한이며, 예수의 부활을 가장 먼저 믿었고, 본 증인이 또한 요한이었습니다. 요한은 훗날 하나님 계시의 환상까지 체험했지요. 그는 제자 그 누구보다도 예수의 하나님 되심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예수님이 가장 사랑한 제자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런 요한의 복음서 3장 16절은 당시 이원론을 극복하는 실마리가 됐습니다. 이원론, 이건 세상을 선과 악, 영과 육체, 하나님과 사탄의 대결구도로 구분하는 것을 말하지요. 세상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눕니다. 이게 실은 기독교에서 처음 나온 게 아닙니다. 헬라철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원론의 뿌리가 이른바 영지주의라는 것입니다.

영지, 영지버섯과 무관합니다. 이는 영적 지식, 신령한 지식을 말합니다. "영은 선한 것이고 육은 악한 것이다”라는 생각이지요. 어떤 목사님이 불륜 즉 외도를 하면서 상대 여성에게 “너는 나의 영적 아내다”라고 이야기했다는 주장이 있었지요. 듣기엔 참 좋습니다. 세상을 선과 악으로 나누는 단편적 주장. 이 주장은 건강한 신학이 아닙니다.

왜냐. 만약 영지주의가 맞는다면, 그러니까 영과 육으로 나누는 것이 온당하다면, 육신으로 오셔서 십자가에서 실제로 죽으신 예수의 역사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육신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이러다보니 이 영지주의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이른바 가현(假顯)설을 주장합니다. 가현설이 뭐냐. 수많은 이적과 나눔, 고난과 부활, 승천의 현장에 나타났던 예수는, ‘환상 속에 그대’라는 이야깁니다. 사람들이 허깨비를 본 거라는 이야기지요. 예수님의 진짜 육신의 몸을 입고 오셔서 죽으시고 살아나셔서 우리의 구주가 되신다는 것, 이것을 믿는 게 기독교 신앙 아니겠습니까.

물론 영지주의자들이 예수를 안 믿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선한 영이 더럽고 악한 육신의 몸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의문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예수를 온전하고 거룩한 분으로 믿고 싶었던 충심에서 나온 생각인데, 그런 의미에서 영지주의를 굳이 나쁜 것으로 치부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런 영지주의 즉 이원론은 기독교를 병들게 만들었습니다.

“교회에 나가는 나는 선하고, 교회 밖에 있는 너는 악하다” 이런 터무니없는 도식을 만들어냈지요. 서남아시아에서 발생했던 쓰나미 참사, 미국에서 벌어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가 각각 주일에 교회 안 가서, 동성애를 해서 내린 하나님의 징계라고 이야기한 넋 나간 목사를 우리는 기억합니다. 이 목사는 횡령, 불륜, 세습 같은 목회자가 범했다고 보기에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빚어냈습니다. 그래놓고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사탄 마귀의 공격이라고 매도합니다. 예수만 믿으면 하나님이 무조건 자기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독선과 오만, 이원론이 원인입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셨습니다. 자기 아들을 내어놓을 정도로. 극진히.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이 말씀은 이원론 논란이 더는 불필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줍니다. 물론 하나님이 세상을 무조건 사랑하라고 하셨느냐 하는 점에서 이런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요한복음을 썼던 사도 요한이 또 쓴 요한1서에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치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속에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서로 모순된 것일까요. 하나님과 세상을 각각 선과 악으로 규정하는 것일까요. 사랑하는 대상으로서 순위를 매길 때 하나님은 우선이어야지, 세상보다 앞설 수 없다는 뜻은 아닐까요.

요한복음에 이어서 골로새서 말씀을 우리는 나눴습니다. 골로새서의 저자는 바울입니다. 바울은 골로새 교회에 침투해 있는 건강치 못한 사상을 논박하는 내용으로 골로새서를 썼습니다. 골로새교회에서 신자 일부는 예수 그리스도 대신 그 시대의 철학과 사상을 보다 더 무게를 두고 신뢰했습니다. 금욕주의로 오염됐던 것이지요. 바울은 헛된 철학을 금하라고 선을 긋습니다. 본문에는 금욕주의가 육체의 욕망을 제어할 수 없다고 못 박은 부분이 있습니다. 육체의 정욕을 인간의 이성으로 다스릴 수 없으며, 아울러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양심의 짐을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온당하다고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습니다.

일찌감치 성경에 의해 이원론은 이처럼 금지해야 할 주장으로 정리됐지만, 그 이후의 기독교는 여전했습니까. 기독교 교리를 정립한 아우구스티누스만 보더라도 하나님과 세상, 하나님의 도성과 땅의 도성, 보이는 교회와 보이지 않는 교회, 아가페와 에로스 같은 선과 악의 대결 구도로 정립했습니다. 일전에 이 아우구스티누스가 ‘정의로운 전쟁도 있다’라는 억지를 부리며, 무력 사용과 살인을 정당화했지요. 그 이후 이어진 2000년 역사 주요 전쟁에서 기독교가 나서지 않은 때가 거의 없었습니다.

십자군 전쟁이 대표적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도성, 땅의 도성으로 나누고는, ‘예수 그리스도가 역사한 땅에 이교도들이 점령하고 있으니, 마땅히 하나님의 사도된 우리들이 건너가서 이 땅을 정복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논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지로 건너가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살상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바라시던 바였을까요.

그러나 십자군 전쟁에 대한 통렬한 반성, 즉 세상을 하나님 편, 악마 편으로 구분지어, 자기는 하나님 편, 남은 악마 편으로 분류했던 과오를 참회하는 일은 그 뒤로도 없었습니다. 자기 교회 목사의 비리를 폭로했다고, 그 기자를 사탄으로, 악마로 몰아세우는 뻔뻔함은 이원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원론을 정죄하지만, 이원론에 이미 포로가 된 한국교회입니다.

그런데 부산 수정로침례교회를 담임하는 김기현 목사는 얼마 전 "한국 개신교의 문제는 이원론이 아니라, 혼합주의다"라고 주장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혼합주의, 이건 선과 악이 뒤섞인 개념입니다. 그 전까지는 교회가 만사를 선과 악으로 나누는 이원론을 근거로 세상을 정죄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1992년, 뉴키즈온더블록이라는 남성보컬이 한국에 공연을 왔는데 공연 주최 측이 몰려든 관객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서 한 명이 압사당하는 사고를 빚었습니다. 이때 국민일보를 비롯한 한국 개신교계는 사탄이 문화를 장악해 나가는 단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뉴에이지 운동의 불길을 지폈습니다. 우스운 일은 뉴키즈온더블록을 뉴에이지 음악가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뉴에이지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그런 무식한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조차 않았겠지만요.

다시 김기현 목사의 주장으로 돌아옵니다. “지금은 이원론이 문제가 아니다. 교회와 세상이 전혀 구별됨이 없는 혼합주의가 문제다”라고 지적합니다. 이원론은 차라리, 세상의 것을 따르지 말고, 교회가 교회답게 행동하자 이런 논리라도 만들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교회가 세상과 결탁해서 이 꼴이 났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주장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이원론과 혼합주의의 결합으로 한국교회가 추락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주에 전병욱 목사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침 그 목사가 시무했던 삼일교회 교인 두 분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들 말씀은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도 그렇지만, 일부 부교역자들의 당시 태도도 문제였다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자가 담임목사의 추행에 상처받아 그 부교역자들에게 호소했는데 ‘다른 교회 나가라’ ‘조용히 있어라’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결국 ‘시끄럽게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이런 뜻이었겠지요. 상식적인 사회 같으면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시비가 붙고 끝내 가해자가 사과하고 결국 모종의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지요. 그런데 세상보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더 엄격해야 할 교회는 왜 이랬을까요. 혼합주의 때문이었습니다. ‘강자의 비리는 두둔 또는 은폐될 수 있다’는 통념이 ‘그래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상식을 압도했던 것입니다. 이 바람에 제대로 된 책임 추궁이 없었습니다. 이원론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세상처럼 비방해서는 안 되니 교회 공동체답게 그냥 용서하자’는 논리가 섰던 것입니다. 이러다보니 가해자는 그 교회로부터 5km 안 되는 곳에 또 다른 교회를 보란 듯 개척했고, 피해자는 꽃뱀으로 몰리더니 교회를 파괴한 장본인으로 매도돼 그 신앙 공동체를 떠나게 됐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교회는 이원론으로, 혼합주의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양상이 됐습니다. 벙커1교회 공동체는 이원론도, 혼합주의도 배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경 요한복음 3장 16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자기 아들을 희생 제물로 쓰실 정도로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신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세상을 사랑합시다. 사랑한다는 증거는 관심을 갖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세상에 대해 무조건 담 쌓고 ‘하나님이 알아서 해주시겠지’ ‘세속의 것은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해’하며 거리를 두는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세상을 눈 여겨 보고, 그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일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세상의 것 모두가 아름답고 순전한 것이어서 무조건 사랑해도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창조 질서, 하나님의 통치 섭리에 어긋나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의 욕심 즉 빗나간 자유의지에서 비롯됐음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이 땅을 만드셨다면, 인간은 하나님이 주시고 허락하신 자유의지로 그 땅에 건물을 짓든 농사를 짓든 무언가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그 자유의지가 그릇된 탐욕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타락의 길로 갈 것입니다. 따라서 그것을 문제 삼는 또 다른 자유의지가 발동해야 할 것입니다. 땅은 문제없습니다. 거기다 마약을 심어 돈 벌려는 인간이 문제지요. 우리 벙커1교회 공동체는 그 건강한 자유의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세력이 돼야 할 것입니다. 그 땅에다 마약을 못 심게 해야 합니다. 꽃이든 나무든 심게 해야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우리가 공예배 시간에 하나님의 마음을 담은 건강한 대중가요를 부르는 이유도 그러합니다. 제가 예전에 있던 개신교쪽 방송사에서는 노래 만드는 사람이 반드시 예수를 믿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이혼해서도 안 된다며 그 기준에 부합하는 노래만 틀게 했습니다.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이 그리스도인인지 아닌지 따지는 것은, 그리고 이혼했는지 안 했는지를 가리는 것 또한 이원론입니다.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이 신앙이 있건 없건 그를 창조하신 이는 하나님이시고, 그 노래를 통해 역사하실 분 또한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한복음 3장 16절도 그렇지만 17절에 참 감동입니다. “하니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시켜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하나님은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자녀를 안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아버지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배격해야 합니다.

공포를 심어주는 것은 종교를 권력화 하는 이들이 잘 하는 것입니다.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간다’부터 시작해 ‘주의 종을 눈물 흘리게 하면 벌 받는다’ ‘너 천국 가려면 물질 바쳐야 해’ 이런 공갈을 왜 합니까. 혹시 내가 지옥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끔 만들기 위한 목적 아닙니까. 이렇게 공포심을 갖게 하면 뭇 대중이 권력자에게 충성할 것이라는 계산이 엿보이는데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이사야 55장 말씀입니다. “너희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 돈 없는 자도 오라 너희는 와서 사 먹되 돈 없이 값없이 와서 포도주와 젖을 사라.” 돈이 필요 없는, 값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 복음, 그 무상 복음을 주님은 허락하셨습니다.

사실 공포기제는 보수정치세력이 많이 써먹었지요. “진보가 집권하면 복지 포퓰리즘 때문에 파산한다”는 서양 보수가 주로 써먹는 거고요. 우리나라 보수는 “진보가 집권하면 우리 자유대한이 김정은 집단에게 먹힌다”며 선동합니다. 국민 의식 수준이 낮을수록 이런 구호가 먹히는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이런 색깔론이 힘을 잃은 상태이지요. 어쩌면 보수정치세력과 보수교회세력 사이에는 시대와 정권을 초월해 끊임없는 동질감과 같은 목표의식이 형성되는 모양입니다. 하나님도 공포와 협박, 징계의 방법도 쓰셨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멸망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선하게 이끌려는 뜻입니다. 우리는 그 본질을 제대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벙커1의 공동체 구성원 여러분, 세상을 사랑하신 하나님의 마음으로, 우리도 세상을 미워하기 보다는 사랑하며, 그 세상을 건강한 마음으로 가꾸기 위해 애씁시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손과 발 그리고 심장이 돼 이 세상을 섬깁시다. 그럴 때에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일하실 것입니다.

■ 기도

우리를 사랑하사 아들 예수의 피로 우리를 죄에서 해방하시고 우리를 나라와 제사장으로 삼으신 하나님, 하나님의 그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우리도 이웃을 섬기겠습니다. 때론 인간과 부딪히는 일이라 한계가 많을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절망하지 않겠습니다.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허락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