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강의 중에 오리 이야기를 했다. 오리는 헤엄을 칠 줄 알고, 뒤뚱거리며 걷기도 한다. 거기다 날기까지도 한다.

그러나 오리가 돌고래처럼 헤엄치진 못하고, 치타처럼 달리지도 못한다. 또 독수리처럼 날지도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오리는 모든 것을 다 하는 것 같지만, 모든 분야에서 누구와도 경쟁을 할 수 없을 만큼 형편없는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청년들에게 남들과 똑같아지기보다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라고 강조했다.
이 강의를 들으며 교회를 생각했다. 우리 교회나 교단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세상을 견줄 만큼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설립 100년의 오랜 역사, 1만 2000여 교회와 300만 명에 육박하는 교인, 그리고 103개국에 파송된 2200명의 선교사. 여기에 거대한 예배당과 수만 명의 교인을 자랑하는 교회들. 입만 열면 외치는 이것들이 장자교단이라고 자랑할 만한 경쟁력일까?

이런 숫자나 규모, 또는 소유가 경쟁력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리 교단은 앞에서 언급한 오리 같은 수준일 것이다. 교회 밖의 사람들이나 집단들 중에 교회보다 훨씬 긴 역사, 더 큰 건물과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한 경우는 얼마든지 많다. 그러기에 그런 천박한 숫자를 경쟁력으로 내세운다면 결코 세상을 이길 수 없다.

교회 간에도 예산, 교인수, 예배당 평수, 오케스트라, 찬양대 등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이며, 진정한 교회의 모습도 아니다. 그런 것에서는 최고임에도 비난의 대상이 된 교회들이 적지 않다.

교회가 가져야할 최고의 경쟁력은 세상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거룩함이며,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 도덕성이다. 아무리 큰 교회를 목회해도 도덕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면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다. 아무리 큰 예배당을 지어도 그 속에 거룩한 공동체로서의 자부심을 잃게 만드는 불순물이 섞여 있다면 안개같은 것이다. 최소한 목사는 정직하고, 그리스도인은 믿을 만하며, 교회 안에는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하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교회의 진정한 경쟁력이다.

슬프게도 지금의 교회는 세상과 똑같은 것을 가지고 경쟁하려 한다. 그러나 세상은 교회에서 그런 것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없는, 그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그런 것을 찾고 있다. 그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수준 높은 뭔가를 찾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것이 보이지 않으니 걱정스럽게 교회를 바라본다. 교회라도 순수해야 자기들이 사는 세상이 망하지 않을 것 같은데, 교회마저 자기들과 다르지 않으니 조롱의 목소리가 잦아지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교회에 얼마나 많은 헌금이 들어오는가 보다, 그 돈이 아름답게 쓰이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고 어떤 자동차를 타고 와서 예배를 드리느냐 보다, 노숙자를 먹이기 위해 앞치마를 두르고 뛰는 모습과 털털거리는 차를 타고 가서 미자립 교회를 섬기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세상이 교회에 대하여 무식하다해도 하나님이 주신 양심과 도덕적 잣대로 교회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갖춰야 할 경쟁력은 오랜 역사, 교회 숫자, 높이 솟은 건물, 세련된 설교자가 아니다. 그것으로는 세상을 이길 수 없다. 세상이 교회를 보는 눈이 주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에게도 칭찬을 받지 못하는 우리가 하나님께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 하나님은 물론이지만 사람도 속아주는 것이지 결코 속지 않는다.

/산정현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