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회에 출석한지 얼마 안 된 성도가 죽을병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는 병원에 심방 오신 목사님에게 너무나 뜻밖의 고백을 했습니다. ‘자신이 목사의 아들’이라고 하면서 자기의 과거를 고백한 것입니다.

“저희 아버님이 작은 교회를 섬기면서 가족들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은 매일 아침마다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우리들에게 ‘우리가 예수님을 붙잡으면 다 붙잡는 것이고, 예수님을 놓치면 다 놓치는 것이다.’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이 너무 듣기 싫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붙잡는데도 왜 우리 가정은 이렇게 고생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거든요.” 결국 그는 집에서 가출을 하여 고학으로 공부를 해서 외무고시에 합격을 하고 오랫동안 외교관 생활을 했습니다. 그는 자기 아이들은 자기 아버지처럼 기르고 싶지 않아서 신앙생활은 가르치지 않고 다른 모든 것을 최고로 해주면서 길렀습니다. 그 결과 그의 자녀들은 모두 대학 교수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아버지, 저는 예수님을 붙잡지 않고서도 잘 되었어요. 예수 안 붙잡고도 하나도 안 놓쳤어요. 예수 없이도 스스로 해냈어요. 그러니 아버지가 틀렸어요.’늘 그렇게 자만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그러다가 그만 죽을병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최근에 들어서야 예수를 믿고‘구원의 은총’을 깨달을 수 있었고, 하나님 나라의 소망 때문에 자기는 죽어도 괜찮을 것 같은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이제 자기 자식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 자식들에게 자기 아버지 목사님이 했던 말을 똑같이 했습니다. “예수님을 붙잡으면 다 잡는 것이고 예수님을 놓치면 다 놓치는 것이다. 예수를 붙잡아야 한다.” 그러자 그의 자식들은 대답하기를 “아버지 요즘 많이 약해지셨군요. 평소에 안 하던 말씀을 다 하시고요...”

그때서야 그는 과거의 자기가 틀렸고 자기 아버지가 옳았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후회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탄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예수님을 통해 모든 것을 주었지만 그는 그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가 자기 자식들에게 육신적으로 모든 것을 다 해주었지만 예수를 믿지 않는 자식들에게 실제로는 모든 것을 다 놓치고 아무것도 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붙잡으면 다 잡는 것이고, 예수님을 놓치면 다 놓치는 것이다’라는 아버지의 말을 이제야 깨달았고 그는“아버지 당신이 옳았습니다. 제가 틀렸습니다.” 라고 고백을 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철이 너무 늦게 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명확한 인생여정인데 사람들은 왜 그토록 내일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세상이 달콤하고 세상사는 즐거움이 아무리 커도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면서, 영원한 것보다 유한하고 한시적인 것에 올인(All in)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다 철이 들기는 하겠지만 거의 많은 경우 다시 시작할 수 없을 만큼 늦을 때, 이미 기회가 다 지나간 때에야 철이 든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세상에 별의별 영광을 다 얻고 영화를 누려도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왜 모르는지 안타깝습니다.

물론 우리 인간은 하루살이가 아니고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에게 주어진 삶 또한 오늘내일 곧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우리의 삶 또한 단순히 생존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기에 이 땅에서의 삶, ‘오늘’, ‘여기’의 삶을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사는 시대와 내가 사는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역할이 있기에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또 성공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중요한 책임도, 때로 커다란 권한도 가집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하나님이 나에게 위탁한 이 땅에서의 삶을 온전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땅에서의 삶 또한 결코 간과될 수 없는 진지함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의 이 모든 일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것은 그것의 영적 가치입니다. 우리는 이리저리 무용하게 뒹굴다가 사라질 그런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이 땅에서의 모든 것에서 영적 의미를 찾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을 통하여 영적 가치를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별의별 성공과 출세의 길을 달리고 어떤 중요하고 큰일을 해도 놓지 말고 붙잡아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예수님을 붙잡는 것이 다 붙잡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놓치는 것은 모든 것을 다 놓치는 것’입니다.

가을입니다. 가을 나무의 자랑은 여름의 무성함이 아니라 가을의 탐스러운 열매입니다. 밭에 심은 곡식에서 농부가 기대하는 것은 여름의 무성한 잎이 아니라 가을의 토실토실한 알곡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하나님의 기대는 길게 늘어놓을 우리의 직함이 아니라 직임을 통하여 이뤄놓을 삶의 가치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