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에도 불구하고 교회일치의 공동목표 확인

작성:2012-10-22 오후 6:26:47 수정:2012-10-22 오후 6:26:47
▲WEA신학위원회 위원장 토마스 쉬마커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세계 기독교의 양대산맥으로 평가받는 세계복음주의연맹(WEA)과 세계교회협의회(WCC)가 각각 공식 토론자를 선정해 한국기독교학술원 국제심포지엄 강단에 세웠다.

양 기관은 서로 배척하기보다 복음 선교의 공동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성격을 인정하면서 선교연합을 이뤄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각자 다른 음을 내되 하나의 심포니로 아름답게 어우러져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13년 WCC 부산총회와 2014년 WEA 서울총회가 유치되고 난 이후 WCC반대운동이 전개되는 등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 속에서 양 기구간 대화의 장이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일방적으로 한쪽이 불참하는 등 번번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욱 한국기독교학술원의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교회는 물론 세계교회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WCC의 올라프 픽쉐 트붸이트 국제총무와 WEA의 제프 터니클리프 국제총무가 축사와 격려사로 참석했을 뿐 아니라 WCC측에서 마틴 로브라 박사와 금주섭 박사를, WEA측에서는 토마스 쉬마커 박사와 김상복 박사를 보내 강연과 토론에 참여시켰기 때문이다.

심포지엄은 ‘세계 기독교의 새로운 지평-연합과 선교에 대한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적 이해를 수렴하여’라는 주제의 이종윤 목사의 기조강연으로 시작됐다.

이 목사는 “오늘 우리는 기독교회 내 두 개의 커다란 세계교회연합기관인 WCC와 WEA 사이의 선교와 교회연합에 관한 신학적 강조점과 선교의 방향을 서로 듣고, 이해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대화를 위한 몇 가지 전제들을 제시했다.

이 목사는 “교회일치와 선교연합을 위한 신학적 대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그의 승천’이라는 기독론적 전망이 언제든지 전제돼야 한다. 우리의 대화는 신학적으로 한 분 중보자, 예수 그리스도라는 역사적 인물과 그의 사역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라며 “교회일치와 선교연합을 위한 대화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와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는 선교과제에서 한 치도 벗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기준을 정했다.

이어 “교회일치 및 선교연합은 개교회 자신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의 각 지체인 지상에 있는 모든 교회 공동체의 필수적인 의무이기에 우리는 다른 교회 공동체 및 연합체를 우리 자신과 같이 한 분 그리스도의 다른 지체로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WCC와 WEA 두 연합기관은 이번 신학적 대화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와 그분의 사역에 대해, 그리고 그분의 사역을 오늘도 교회 공동체 안에서 증언하고 있는 성령님의 역사에 대해, 그리고 오늘도 고난 속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여러 모양으로 구원하고 있는 보혜사 성령의 역사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폭넓게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두 기관이 기독교의 정경인 성경으로 돌아가 먼저 그리스도와 연합하고 서로 상대방 연합체와 그 속에 속한 교회를 어떻게 섬길 것인가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 상대 연합기관을 돕는 가운데 성령 안에서 ‘사귐(코이노니아)’이 일어나고 그 사귐을 통해 자연히 아버지의 이름이 이 세상에서 거룩하게 되는 ‘연합’이 이뤄지리라 믿는다”면서 “두 국제기구의 총회는 주최국인 한국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복음화된 통일조국 성취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작성 발표하고 이를 세계에 호소하며 역사의 주권을 가지신 우리 하나님께 선교적 차원에서 함께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첫 번째 주제강연자로 나선 토마스 쉬마커 박사(WEA 신학위원장)는 “WEA 회원교회와 WCC 회원교회의 전체 범위는 실로 광범위하다. 그 중 일부는 동시에 WCC와 WEA의 회원교회이기도 하다”면서 “WEA와 그 회원교회들은 WCC 회원교회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WCC의 헌장에 동의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WCC의 회원교회들도 WEA의 신앙고백이 언급하는 모든 것에 동의할 수 있다”고 오늘날 WCC와 WEA의 관계를 유기적이고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쉬마커 박사는 “2008년 타일랜드의 파타야에서 열린 WEA 제12차 총회는 ‘종교적 자유와 박해받는 교회와의 연대에 관한 결의’ 안을 두고 반대표 없이 가결했다”고 언급하고, “거기에서 WEA는 모든 종교를 위한 종교적 자유를 지지하고 있으며, 사회에서의 공동의 선과 평화를 위해 다른 종교를 가졌거나 전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일하는 것이 우리의 과업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WEA는 다른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이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과 평화롭게 함께 살면서 공동의 선과 화목을 위해 함께 일하려는 그리스도인들의 뜻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과 그들이 믿고 있는 진리를 인정하는 것 사이를 구별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지켜주는 것은 그들이 믿는 바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어서 강단에 오른 마틴 로브라 박사(WCC와 21세기 에큐메니칼운동 총무)는 “선교, 일치, 공동의 증거에 대한 총제적 이해의 공유적 기반이 무너지게 된 것은 1970년대이며, 에반젤리컬과 에큐메니컬이 뜨거운 논제가 된 이후 우리가 다루어야 할 문제들에 그치지 않고 전쟁이 됐다. 사람들은 복음주의자이든지 아니면 세계교회협의회의 친구가 되던지 한 쪽을 택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로브라 박사는 “교회 연합회로서 WCC의 형성은 복음주의운동과의 연결고리를 약화시켰다. 이것이 소외로 이어졌고 WCC가 ‘초월적 교회(super-church)의 목표를 추구한다는 의심을 받게 됐다”며 “이 간격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지난 세기에 진행됐고 결과적으로 세계기독교포럼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운동들과 연맹들과 교회 대표들의 열린 공간이 되었고 서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와 새롭게 생겨나는 교회를 포함한 구성원을 확대하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새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건설적 노력이 있었음을 전했다.

또 “WCC와 WEA와 로잔운동의 회원 교회들 사이의 관계는 다중적이다. 우리는 중복되는 회원이 제법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상은 더욱 빨리 변하고 있으며 몇 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던 것처럼 보였던 새로운 합의점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면서 “분명히 우리는 WCC 총회가 분리의 요인이 되기를 원치 않고 오히려 서로 가까워지며, 서로 잘 알게 되며, 과거의 긴장과 편견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주섭 박사(WCC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 총무)는 “세속주의와 물질주의 그리고 개인주의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증거가 그 신뢰성을 보여주고 그 적절성을 입증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의 WCC에 의해 기구화된 에큐메니칼 운동과 WEA로 기구화된 에반젤리칼 운동의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더 이상 이런 도전들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면서 “아마도 우리가 우리의 시간과 자원과 에너지를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데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면 기독교의 미래는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양대 총회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이 한국교회가 두 총회를 일치와 조화 가운데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 세계교회를 잘 섬기고 이끌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며 “세계 기독교의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양대 기구의 총회를 통해 우리는 선교학적 ‘수렴’에서 선교적 ‘협력’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복 박사(WEA 회장)는 “어느 분이 나에게 로마 가톨릭에도 구원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에게 가톨릭교회나 WCC나 WEA나 장로교, 감리교로 오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면서 “예수를 믿어 영생을 받은 모든 이들은 하나님의 가족이요 그리스도에게서 절대로 분리될 수 없다. WCC, WEA, RCC, GCF, 에큐메니칼운동, 로잔운동 그 무엇이던 성령으로 거듭났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영원히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주님을 위해 사역할 때 예수를 믿는 모두는 다른 파트로 부르는 것과 같다. 우리는 모두 다른 배경과 다른 성품과 다른 은사를 갖고 있고 각각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사역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님을 향한 우리의 수고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면서 “우리 모두가 자기들의 방법과 절차에 맞게 획일화하라고 요구하면 제한된 결과를 가져오지만, 다른 사람들이 각각 다른 스타일과 재주와 정체성대로 예수님께서 은혜로 주신 사랑과 구원의 노래를 부를 때 그 아름다운 음악보다 더 좋은 음악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한 두 기구의 관계자들은 서로 여러 가지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교회일치를 향한 동일한 의지를 확인했고, 선교라는 공동의 목표에 합의했다.

WCC는 1948년 창립된 에큐메니칼운동의 대표적 기구로서 110개국에 349개 총회의 협의체이며, 약 5억6천만 명 이상의 신자를 회원으로 갖고 있고, 2013년 부산에서 제10차 총회를 개최한다.

WEA는 1846년 창립된 복음주의 교회의 대표적 국제기구로서 129개국에 뿌리를 두고 약 6억 명 이상의 복음주의 그리스도인을 회원으로 갖고 있으며 2014년 서울에서 총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