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인이 아이를 데리고 이웃집에 갔습니다. 이웃집 부인은 아이에게 사과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그 사과를 얼른 받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엄마가 좀 민망해서 아이에게“OO야! 어른이 사과를 줄때에 뭐라고 하라고 했지?”라고 아이의 대답을 유도했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라는 뜻으로 “뭐라고 하라고 했지?”라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들이 이웃집 부인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할 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이웃집 부인에게 하는 말은 “아줌마, 사과 껍질을 벗겨 주세요.”라고 했다고 합니다. 평소에 감사를 배우지 못한 아이가 갑자기 감사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감사를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감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문제입니다. 좋은 나무라야 좋은 열매를 맺듯이 감사하는 사람이어야 감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말세를 “감사가 없는 시대”라고 말씀합니다. 말세의 여러 특징 중에 하나가 감사하지 않는 것(디모데후서 3:1-2)이라는 말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신학자인 '우찌무라 간죠'(内村鑑三,1861.3.26.-1930.3.28.)는 사람이 받은 3가지 저주를 말했습니다. 곧 ①믿으려고 해도 하나님이 믿어지지 않는 것이 저주이고, ②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지지 않는 것이 저주이고, ③받은 은혜를 감사하지 않는 것이 저주라는 것입니다. 사실 감사는 가르쳐서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감사하는 행위보다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감사하는 사람이어야 감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사를 모르면 하나님을 믿을 수 없고,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고, 하나님의 역사 주관을 인정할 수 없고, 하나님의 사랑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하나님을 믿고 섬기고 헌신할 수 없습니다.

신앙의 영웅은 감사의 영웅이었습니다. 아니 감사하는 사람이 신앙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다니엘은 사자굴 속에 들어갈 운명 앞에서도 감사하는(다니엘 6:10) 사람이었고, 그의 감사는 사자의 입을 닫아버렸습니다. 요나는 한 때 불순종으로 하나님을 거역했었지만 구원 받은 물고기 뱃속의 감사로 새 인생을 살 수 있었습니다(요나 2:9). 사도 바울이 감옥에서 감사하며 찬송할 때 하나님이 옥문을 열어 주셨고(사도행전 16장), 다윗이 감사 할 때 죽음의 위험에서 건져 주셨습니다. 감사의 조건을 찾기보다 자신이 먼저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감사를 조건에 대한 반응으로 착각하지만 감사는 조건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믿음의 표현이며 삶의 태도입니다.

우리 교회는 오늘을 2012년도 추수감사주일로 지킵니다. 그건 한 해 동안 받은 은혜를 감사하자는 것인 동시에 한 해 동안의 삶을 감사로 정리하자는 것입니다. 우린 지난 한 해 동안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우여와 곡절을 지났고 성공과 실패의 길을 오르내렸지만 지나간 한해를 감사로 덮고 감사로 정리함으로 내 인생의 2012년을 감사한 해로 기록하자는 것입니다. 지난 시간을 감사로 돌아보고 감사로 정리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다가오는 새 날들을 기대로 바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한 해를 감사하는 것은 다가오는 새해를 기대하자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말과 행위 뿐 아니라 자신의 인간성 자체가 ‘감사하는 사람’으로 세워져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함입니다. 감사가 조건에 대한 반응이라면 그 조건의 변질에 따라 감사도 변질 될 수 있고 어쩌면 평생 한 번도 감사한 삶을 누리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우린 이 세상에서 언제나 잘하고 언제나 잘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가을의 행복은 감사에 있습니다. 사람의 행복은 넉넉한 소유 때문이기보다는 감사로 채워진 넉넉한 마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큰 축복은 감사이고 가장 큰 풍요는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사막처럼 메마르고 화석처럼 굳어 버린 마음은 감사의 메마름 때문입니다. 많은 소유가 도리어 무거운 짐이 되고 애써 올라간 자리가 위험한 절벽이 되는 것은 감사를 잃어버린 삭막한 마음 때문입니다. 감사가 없는 것은 감사할 조건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감사절에 가장 큰 감사는 감사할 수 있는 마음입니다. 감사절에 큰 사람은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하박국 선지자가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하박국 3:17-18)라고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감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감사가 소유의 넉넉함 때문이 아니라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금년에도 우리는 감사로 한 해를 돌아보고 감사로 한 해를 정리하고 기대로 새해를 바라 볼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인, ‘감사하는 사람’으로 당당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