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사모님이 대단히 내성적이고 말이 없고 붙임성이 없으셔서 교인들에게 별로 호감을 얻지 못하는 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목사님이 사모님에게 심방을 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든지 칭찬을 해주라고 했습니다. 사모님도 그게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집에 갔는데 참 가난한 집이었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칭찬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칭찬해 줄까를 고민하다가 보니 문득 그 집 책상에 덮인 예쁘게 수놓은 책상보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사모님은 좋은 칭찬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하고 “수를 참 잘 놓았다고, 어쩜 그렇게 수를 잘 놓느냐?”고 칭찬을 해주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와전됐습니다. 사모님이 욕심이 많아 그렇게 어려운 집에 가서도 식탁보를 탐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모님이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되어 아주 힘들어 한다는 것입니다.

우스운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오해를 받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말 혹은 어떤 일이 본질적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상대방이 자기 생각으로 판단하고, 확신까지 해버리고, 그것이 사실인양 믿어 버릴 때면 정말 어안이 벙벙하게 됩니다. 거기다가 다른 사람들까지 그렇게 믿도록 나름대로의 객관적 증거까지 만들어 소문을 퍼뜨릴 때면 영락없이 당하고 말게 됩니다. 아무리 설명을 하고 해명을 해도 아예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구차한 변명 정도로 치부해 버릴 때면 참으로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은 사실보다 소문에 귀를 더 기울이고 또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고 하기 때문에 이쯤 되면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아예 입을 다물고 사실이 밝혀지기를 막연히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으니 참으로 곤혹스러워 집니다. 흔히들 “오해 받을 짓을 하니 오해를 받는다.”라고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자기 방식대로 생각하고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비뚤어진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을 오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물에 대한 판단으로 가치를 결정하지만 그러나 자기 마음대로 주관적인 판단을 하다가는 심각한 오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오해 받지 않도록 모든 것을 객관화시켜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하지만 그것역시 간단한 것은 아니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말 남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정죄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말이나 판단을 의식하고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늘 넘어지기도 하고 실족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눈도 조금은 너그러울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이나 어쩔 수 없는 사정 등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기준으로 남을 보려는 단견을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나와 같지 않다고 틀린 사람으로 보지 말고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와 다르다고 다 틀린 것이 아니고 자신이 언제나 옳다고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오해가 때로 의도성을 가질 때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보다 뛰어나고 잘 하는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남을 깎아 내리는 것이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더 잘하고 더 뛰어난 사람을 왕따시키고 평가절하하고 심정적으로 해코지하고 싶어지는 것은 또래 집단의식이 강한 아이들의 생각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흔히 텃세를 부리거나 새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중요 이유도 나보다 더 나은 사람에 대한 질투심이나 시기심이 상당히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진단입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고 자신의 한계를 알 때가 되면 조금씩 남을 인정하기가 편해지고 겸손해 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 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는 말씀이 귀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사실 젊고 자신만만할 때는 자기 부족과 남의 우월성을 인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나보다 잘 하고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을 애써 격하시키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낍니다. 남의 잘하는 것은 우연이거나 허풍으로 생각되고 자신이 못하는 것은 환경이나 여건 탓이라고 믿고 싶어집니다. “나도 너처럼 좋은 부모 만났다면 너보다 더 잘 할 수 있어”, “나도 그 자리 세워봐라 너 보다는 더 잘할 수 있어” 그런 마음으로 남을 인정하지 않을 핑계를 찾기도 합니다.

성경이 비판하지 말라고, 판단하지 말라고 한 이유는 세상을 분별없이 살라는 말이 아닙니다. 의도성이 있는 오해, 어리석은 판단, 시기심에서 나오는 왜곡을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판단받지도 말고, 판단하지도 말고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 겸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다 하나님의 목전(目前)에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