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신문 사설)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불우한 이웃을 도웁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는 매서운 겨울을 나기 힘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온정의 손길을 부탁하는 말로, 사람들은 이를 위해 모금활동과 김장나눔, 쌀나눔, 연탄나눔 등 실제 필요한 물품들을 전하는 기부 등에 동참하고 있다.

사실상 이러한 ‘사랑의 실천’은 기독교계가 주도해 왔다. 초기 한국교회에서는 선교사들을 주도로 학교와 병원 등을 중심으로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았으며, 교인들 역시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에도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을 위해 선뜻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으로 인해 기독교인들은 사회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따라가는 진정한 ‘사랑의 실천’을 이루어 냈다.

그러나 이웃에 대한 돌봄과 사랑을 주도하던 한국교회의 활동은 현재 저평가되어 있는 상태이다. 한국교회가 사회복지의 70%가량을 감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는 오히려 타종교의 나눔활동에 더욱 호감을 느끼고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 이는 한국교회가 섬김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서가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요구되는 사항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전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타성에 젖은 복지사역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는 아직까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당연히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역이다. 그러나 이들 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것 역시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일이다. 이미 불교와 천주교 등 다른 종파에서는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종단차원에서의 지원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여전히 개교회에서 각개격파 형식으로 사역을 진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회복지를 선도하고 주도해 왔던 한국교회가 이제 복지의 주도권을 서서히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사회에서는 연합적 차원에서의 사회복지를 요구하고 있다. 개교회에서 주변의 이웃을 돕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복지차원에서의 인프라확보를 위한 요구가 거세지는 추세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개교회중심의 복지사역보다 교계연합적 차원에서의 사역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한국교계 전반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