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골’지역으로 이사 오고 세 번째 달을 맞습니다. ㅈ께서 이 지역으로 가라고 마음은 주셨지만 막상 집을 정하고 나니 각종 걱정이 마음을 저벅거렸습니다. 하지만 첫 발을 떼면서부터 걱정은 선물포장지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차 가득 욕심스레 삐쳐 나온 짐들, 슈퍼맨 같은 짐꾼들은 엘리베이터도 없이 8층까지 하루 종일 그 산더미를 옮겼습니다. 가재도구들을 볼 때 아직도 자기 몸집만한 짐들을 이고 지고 나르던 일개미 같은 짐꾼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이 곳에 오기 8개월 전부터 ㄱㄷ하며 준비했습니다. 지치도록 걸어도 눈을 씻고 보아도 마땅한 집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밤새 옮겨 놓은 듯 갑자기 보이지 않던 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것도 아이들 학교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여기에 이런 집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전망과 햇볕과 바람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아름이는 근처에는 있는 작은 병원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전엔 그냥 ㅅㄱㅅ가 일했던 기독교 병원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일을 시작해 보니 많은 것이 준비된 병원이었습니다. 진료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기대가 되는 병원입니다.

다운이는 이사가 ㅎㄴㄴ의 흔드심이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나름대로 구축한 삶의 경계선에서 자신도 모르게 안주해 가고 있었습니다. 꿈과 비전이 적응의 과정을 통해 안락한 잠을 청하는 순간에 흔들어 깨우시고 옮기신 것입니다. 그렇게 저희를 내버려두지 않으시고 또 다른 도전으로 몰아가심을 감사 드립니다

이사 바로 얼마 전 나라(7학년)가 오후반이란 통보를 받았습니다. 학교교실이 부족하여 이번 학기부터 그렇게 결정된 것입니다. 자칫 학교에서 떨어진 곳에 집을 얻었다면 아이들 통학시키는 것으로 하루를 채울 뻔 했습니다. 학교 근처로 인도하신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이들 선생님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곳이 현지인 학교라 보통 ㅅㄱㅅ자녀들이 올 때에는 교육의 편의를 약속 받곤 합니다. 하지만 학교에 교육에 대한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교육이 이사의 조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나라와 보리의 선생님이 이 학교 유일의 두 명 외국인 선생님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고의 선생님과 함께 하는 복을 누리게 된 것입니다.

하늘이는 10월에 첫 중간방학을 맞아 가족과 상봉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태국에서 삶을 한껏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되려 학교도 호스텔도 하늘이의 존재를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10년 만에 맞은 동생들로부터의 자유와 맞물려 둘째 나라는 집에서 큰 언니 역할을 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막내 보리도 왼 종일 엄마를 독차지 하며 인생에 일찍이 없었던 호사를 누리며 정서적 안정감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세밀한 ㅎㄴㄴ의 계획임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지저귀는 아이들, 밤이 맞도록 춤추며 노래하는 청년들, 늘 분주한 왁잘지껄 시장통, 웅덩이에서 떼지어 목욕하는 사람들, 저녁이면 시작되는 아줌마들 싸우는 소리, 주말이면 어김없는 철야 종교집회 그리고 모두 잠들면 움직이기 시작되는 트럭행렬까지 우리는 ‘골’이라는 지역으로 이사온 것이 아닌 사람들의 삶의 언저리로 이사온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ㄱㄷ하는 것은 이 곳 사람들 중 하나가 되어 가며 또 당신께서 이 땅에 저희를 심으신 목적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입니다.

벵국 아름다운하늘나라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