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10월 28일에 있었던 '나는 꼼수다' 파이널콘서트 중.

'나는 꼼수다'를 가장 싫어하는 대상, 개신교계에서 찾아 단체와 개인별로 꼽으라고 한다면 무엇으로 답할까. 상식선으로 한기총, 조용기 목사 등이 꼽힌다. 이들은 강한 보수적 지향점을 띄는 부류이기는 하나, 대중으로부터 존경받지 못한다는 점 또한 명징하다.

십수년간 교회 갱신을 위해 여러 동지의 틈바구니에서 미력하나마 목소리 내왔던 입장의 나이었다. 1인 시위도 해보고, 피케팅도 해보고, 실력저지도 해보고, 성명, 기자회견, 방송 출연, 신문 기고 등등 안 해 본 게 없었다. 그런데 '나꼼수'가 가장 실효적이었던 것 같다. 진보는 물론, 보수 상당수에 이르기까지 상식적 시민에게 부패한 일부 목사와, '맛'을 잃은 교회는 순식간에 웃음거리가 되며 사회적으로 격리됐다. 이런 와중에 한기총이 조용기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등극케 함으로써, 상처 난 명예를 회복하려 애쓰는 것 같다. 위기감의 반증이라 판단한다.

물론 나에게 내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본의 아니게 총선에 출마하는 와중에, 8년 전 '막말'이 들춰졌다. 실로 혹독한 검증을 받았다. 어안이 벙벙하지만, 국민에게 권력을 달라 한 입장에서 받게 된 비판이라 썩 억울하지는 않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의도한 적 조차 없는 주님의 몸된 교회를 파괴해야 한다는 식의 언동을 했다는 마타도어는 반드시 응징할 것이다.) 어쨌든 나 역시 상당수 개신교인들로부터 지탄을 받았고, 현재도 정치성향과 무관하게 내 이름을 들으면 설레설레하는 이들도 있는 편이다. 그러나 교회 목사가 썩으면 어떤 역풍이 오는 지를 보여주면서 지불한 비용이라면 손해라고 할 것도 없다. 지탄받은 목사들은 부디 '나꼼수'나 김용민 털기에 앞서서 왜 '돌'들이 소리쳤는지를 묵상하는 자성과 지성의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기대가 과한 것이라면 할 수 없다만.

게다가 '나꼼수'를 통해 대안교회인 벙커1교회를 개척할 수 있었다. 여기 모인 교인을 보면, 예수 믿는 '맛'이 느껴진다. 어디서 이런 보석같은 진정성을 가진 이들이 숨었다가 나타났을까 싶다. 이 교회는 기득권을 챙길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봉헌을 교인이 직접하고, 교단과 교파에 속하지 않고, 모든 교인이 제사장같은 교회를 지향한다. 잉여도, 세도, 권위도 없다. 교회가 이 세가지 세속적 기제를 지우니, 정의, 사랑, 평화의 가치가 저절로 치고 들어옴을 느낀다. '나꼼수'를 누군가는 세례요한으로 비유하는데 모든 이의 납득을 두루 받기 힘든 과찬이다. 거라사의 광인이라는 묘사가 딱 맞아 보인다. '고통의 시대 광기를 만나다'(강같은평화 간)에서 최규창 저자는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헤롯과 로마로부터 받고 있는 억압에 대한 분노를 그 광인을 통해 대신 분출하고 있었다"며 "자기들 같은 정상인이 로마 군인들에게 돌을 던지거나 욕을 하면 큰 일을 당하지만, 그 광인이 그런 일을 하면 아무런 해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모습을 보는 자기들은 대리만족(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평가를 받든, 한국교회의 지각을 흔들어 오만과 독선과 부도덕의 틀마저 흔들 수 있었다면 이 역시 하나님의 계획 아래 일이라 생각한다. '나꼼수'는 막을 내렸지만, 더 할 역할이 없다 해도, 교회갱신과 제자리 찾기를 위한 원대한 꿈은 대세로 이어질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 살아계심의 반증이 될 터다.

/ '나는 꼼수다' PD, 벙커1교회 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