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으로 발탁된 창조과학회원 장순흥 교수

창조과학회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교육과학분과 위원에 장순흥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를 임명함 때문이다. 장순흥 교수는 이 단체 회원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장순흥 교수는 2002년 주최한 초·중·고생 대상의 창조과학 캠프와 2005년 교사 대상 창조과학 연수에 강사로 나섰다. 또 창조과학 캠프 기간에 초·중·고 학생들에게 카이스트 안에 있는 창조과학전시관을 견학시켜주는 일을 맡기도 했다. 특정종교의 신념인 창조론을 신봉하는 교수가 인수위원회의 교육과학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장순흥 교수 인수위원 임명을 비판하는 이들의 주장 요지다.

창조과학회와 관련한 논란은 2011년 2월 11일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김영길 한동대 총장에게 명예박사(경영학) 학위가 수여할 당시도 제기됐다. 현직 카이스트 이사인 점도 있었으나 기독교적 관점에서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대표적 학자에게 학위를 수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던 것이다. 당시 박진현 교수(수리과학과)는 교내게시판에 “카이스트는 ‘유사 과학’을 촉진시키는 게 주목적인 협회를 만든 사람에게 학위를 주려 하는데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창조과학회에 대한 과학계의 심기는 교계가 2009년 창조과학회 교과서위원회와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를 통합해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를 결성하면서 골이 생겼다. 교진추의 압박으로 2012년 과학교과서 출판사 7곳 가운데 6곳은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 종으로서 시조새를 삭제하거나 그 의미를 바꿨고 말의 진화 관련 그림도 7곳 가운데 3곳에서 삭제했다. 교진추는 이에 고무돼 인류의 진화, 섭식에 따른 핀치새 부리의 변화, 후추나방의 변색 배경 등 진화의 근거들로 꼽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집중 문제제기했다. 진화론을 정설로 규정한 교과과정 자체를 뜯어고치려 하는 게 이들의 최종 목표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광현 교진추 회장은 2012년 7월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진추는) 종교와는 무관한 학술단체"로 "청원한 내용은 순수한 학술적 문제 제기"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진화론 교과서 삭제 주장 등에 비판적인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국일보 2012년 9월 3일자 '강호정의 에고에코' 칼럼에서 "전문성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 자신의 직위가 가져다주는 권위를 이용해 마치 과학적인 토론인양 주장을 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한편 장순흥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초·중·고교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삭제하거나 창조론을 포함시키는 등의 교과서 개정은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교과서에서 진화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창조론 등 다양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진화론을 둘러싼 교계와 과학계의 갈등상은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근본주의 기독교 신자가 많은 주(州)에선 '학교에서도 창조론을 진화론과 함께 가르쳐야 한다'는 청원이 끝없이 접수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계 입김이 커 여전히 '정·교 분리 원칙'을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학교에서의 창조론 강의가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진화론에 대한 반대입장은 보수 개신교를 결집시키는 효과가 커 주요 선거 때마다 쟁점으로 살아나고 있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