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자 한국일보 사설에 의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17명의 장관 내정자 가운데 잡음이 나오지 않은 인사는 거의 없다. 세금 포탈, 부동산 투기 의혹, 직무 관련 업체 경력문제, 병역 의혹, 논문표절 등이 백화점 식으로 불거졌다. 위장전입 정도는 비리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다. 서너 가지 겹치기 의혹이 제기된 후보도 여럿이었고,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의 경우 30여 가지의 의혹에 휩싸였다.”고 했다.

이명박 정권 때와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어쩌다 정권에 등용할 참신한 재목감이 이리도 부족한 나라꼴이 되었는가? 어쩌다 한국사회 상층부는 이처럼 부패로 만연되어 있는가? 한국사회가 경제적으로는 선진문턱을 넘어서고 있으나 세계에서 선진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거대한 지도층의 부패장벽이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국민들의 입에서는 나오느니 탄식이요, 신음소리이다.

그동안 1970년대부터 시동된 경제근대화가 한국사회 상류층 지도자들을 도덕적으로 병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군사정권이 경제성장에 주력한 결과 1980년대부터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나 도덕적으로는 오염도가 극심해지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 한국사회의 지도자들은 선비정신을 지조처럼 품고 있었다. 그러나 경제근대화 과정에서 선비정신의 중심에 경제제일주의가 가치관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독재정권이 배워준 대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투적인 삶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특별히 출세 경쟁에 가장 민감한 상류 지도층인 정치가들, 대기업의 중역들, 고급공무원, 고급 장성은 물론이고 사회를 정화시켜야 할 법조인들, 교수들, 예술인들까지 그 누구보다도 이런 전투적인 삶에 앞장을 섰음을 볼 수 있다.

강한 세력을 가진 이들에게 줄을 서기 위해 엄청난 뇌물을 바치고 정경유착과 정략결혼을 서슴없이 결행하고 정보를 미리 빼내어 부동산투기, 자녀 군대면제 등, 힘 있는 자리와 좋은 머리를 마음껏 활용했던 것이다. 특히 보수진영 인사일수록 부패지수가 높았다. 어느 의미에서 오늘 한국의 상류 지도층의 뿌리는 일제의 수구 노릇하던 자들이었다. 해방과 더불어 저들은 뿌리 채 뽑히는 위기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을 살린 것은 남북이 대치되는 특수상황이었다. 이승만 정권은 지도자의 부족 때문에 저들을 등용하기 시작함으로 다시금 득세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군사정권 30년과 민주화 과정에서도 변신을 거듭함으로 오늘까지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한국 지도층은 능력 면은 우수하지만 도덕성은 심한 오염에 물들어 있으므로 청문회에서 번번이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가장 도덕적이어야 하는 종교인들, 특히 한국교회 지도자들마저 부정부패, 성스캔들, 논문표절, 금권타락선거, 교회세습 등으로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는 형편이니 어떻게 사회를 탓할 수 있으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이제 지도층이나 앞으로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는 자들은 오늘의 상류 지도자들을 반면교사로 삼고 ‘치국평천(治國平天)’하기 ‘수신제가(修身齊家)’에 힘써야 할 것이다.

다시금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의미를 되새겨할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프랑스어로서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이는 오늘날 유럽 사회 상류층의 의식과 행동을 지탱해 온 정신적인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귀족으로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노블리스)' 만큼 '의무(오블리제)'를 다해야 한다는 귀족 가문의 가훈(家訓)인 셈이다. 전쟁이 나면 귀족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싸움터에 앞장 서 나가는 ‘기사도 정신’도 바로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귀족 사회의 전통적 모럴(morale)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와 영국의 지도층 자제가 입학하는 이튼 칼리지 졸업생 가운데 무려 2,000여명이 1,2차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잃었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는 포클랜드 전쟁 시 위험한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하기도 했다. 한국 지도층 대부분이 자녀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