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연합신문 사설)

“교만은 패망의 선봉(잠18:10)”이라는 성경의 말씀도 있거니와 일찍부터 동양 윤리사상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교육받은 우리에게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조금도 낯설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도, 천하를 평정하는 일도 그 기본은 자신을 닦는 데서 출발한다는 말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신을 잘 닦는 것은 교만을 꺾는 일일 것이다. 모름지기 그런 수신(修身)이 제대로 된 관리를 등용하여야 할 자리에 그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이는 사람을 앉히는 것 아닌가 했더니 급기야 가장 중요한 시간, 중요한 자리에서 사고를 내고 말았다. 아무리 그 파장을 적게 잡으려 해도 그 파장은 쉬 가라앉지 않을 듯싶다.

적어도 일국의 대통령을 모시는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그토록 추한 행동으로 국격을 손상시켰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은 쉬 사그라질 것 같지 않을 뿐 아니라 이번 일로 인해 정치권은 물론이요 국민들 사이에서도 설왕설래 그 피곤함이 꽤 오래 갈 것 같아 염려스럽다.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가 입은 자존감의 상처는 무엇으로도 보상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기막힌 노릇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보자면 이번 대통령의 방미(訪美)성과에 찬물을 끼얹는 중대한 사안이기도 하거니와 그 자신에게도 결코 지울 수 없는 치욕을 스스로 자행한 일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청와대의 전 보좌진은 일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그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벼슬에 나서는 사람들이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을 전하고 싶다. 벼슬에 오르면 누구나 교만에 빠지기 쉬운 것이 인간이니 만치 부디 이 나라의 벼슬아치들은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렵게 오른 벼슬자리, 한 번의 교만으로 추락하는 모습은 너무나 추하다. 그러나 그 하나로 끝나버리는 간단한 일은 더욱 아니다. 나라와 민족이 겪은 자존감의 상처는 무엇으로 치유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