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을 때마다 나는 곤욕을 치른다. 

어떤 표정, 자세를 취하라는데 나로선 그게 쉽지 않은 주문이다.
괜히 억지 부리는 것 같고, 연기하는 것 같아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태도나 표정은 그렇다 치고

사진 찍을 때마다 사진사에게 요구당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좀 웃으세요.” “시선을 밑으로 내리세요.”

목회하며 평생 근엄한 얼굴을 지었는지
내가 생각하기에는 웃는다 하지만 웃지 않는 얼굴인가 보다.
아마도 이미 굳어버린 표정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선을 밑으로 내리라는 것을 보아,
평상시 늘 누군가를 위로 우러러 보는 모양이다.
누굴?
주님을 우러러 보고, 교우들을 우러러 보고, ...
그나마 다행이다.
우러러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 굳어버린 시선!

‘막스 비어봄’의 ‘행복한 위선자’라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 ‘로드 죠오지 헬’은 악인이었다.
그 야비함이 행동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얼굴을 무척 싫어하였다.

어느 날 그는 ‘미어리’라는 순결한 한 소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 소녀는 ‘얼굴이 저렇게 무서운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고
그의 사랑을 거절하였다.

로드 죠오지 헬은 충격 끝에 가면을 쓰기로 했다.
그날부터 미어리에게 매우 인자하고도 거룩한 모습과 얼굴로 대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좋은 사람 같이 보이려고 끊임없이 자신의 나쁜 성질을 억눌렀다.
그래서 마침내 결혼하게 되었다.

그런 어느 날 옛 친구가 사랑하는 아내 미어리 앞에서
로드 헬의 가면을 무자비하게 벗겨버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가면이 벗겨졌을 때
거기에는 야비한 얼굴이 아닌 거룩한 얼굴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소설이지만, 그러나 공감은 간다.
링컨은 인생은 나이 40에 자기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고 했는데,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내 안에 무엇이 가득한지
그것이 자연스레 얼굴에 나타나지 않겠는가?
‘얼굴’은 ‘얼’이 지나다니는 ‘굴’이라지 않는가?

내 얼굴에 예수님의 모습이 분명히 보이기를 기도한다.
내 얼굴에 내 속사람의 신령함과 온전함이,
그 지극한 평안함이 드러나기를 기도한다.

오늘도 내 마음, 예수님을 닮아가고자 부단히 기도하며
예수의 심장을 갖고 순간순간 주님 따라가려고 진땀을 뺀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