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여름수양회에 다녀온 중학교 학생에게 엄마가 물었습니다.
"수련회에 은혜 많이 받았어?"
"네."
"언제가 가장 은혜로운 시간이었어?"
"간식 시간이요."
"아니, 간식시간이 가장 은혜로웠다니?"
"예배시간에 그렇게 떠들고 장난 쳤는데도, 피자, 치킨, 과일이 간식으로 나왔으니 너무 은혜로운 거 아네요?"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조금만 돌이켜 보면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살아계신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예배 시간에 그렇게 떠들고 장난치면 책망하고 저주하며 내어 쫓아야 마땅하지만, 피자와 치킨과 과일까지 제공했으니 이것이야말로 은혜입니다. 아무런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가 없이 주는 선물이 바로 ‘은혜’ 입니다.

지난 주 큐티(QT)와 새벽기도 본문이었던 이사야 65장 1절에서 주님은 끊임 없이 끊임 없이 하나님을 떠나서 죄를 짓고 우상숭배에 빠져 살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내 백성의 기도에 응답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내 백성은 아직도 내게 요청하지 않았다. 누구든지 나를 찾으면, 언제든지 만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내 이름을 부르지도 않던 나라에게, 나는 ‘보아라, 나 여기 있다! 보아라, 나 여기 있다! 하고 말하였다.”

김소월의 ‘초혼’에 나오는 시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며,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와 같이 애타게 우리의 이름을 부르며 찾고 또 찾으시는 주님의 마음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2절에서는 “제멋대로 가며 악한 길로 가는 반역하는 저 백성을 맞이하려고, 내가 하루 종일 팔을 벌리고 있었다.” 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치 집을 나간 자녀를 하루 종일, 365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기다리는 부모의 심정으로 하나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은혜로운 시간은 우리의 솔직한 모습이 이렇게 추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께서 두 팔 벌려 우리를 기다리시는 이 시간이 바로 가장 은혜로운 시간입니다.

/홍익교회 담임목사